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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팝송은 LP음반을 타고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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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음악카페 운영 이남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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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회기동 경희대 근처 음악카페 ‘산타나’에 가면 시간이 1970, 80년대에서 멈춰 서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DJ박스가 보이고 손때 묻은 LP음반 4000여장이 한 벽면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턴테이블에 걸린 LP음반에서는 추억의 팝송이 흘러나온다. 동네 사랑방 같은 25평 남짓한 작은 공간은 추억의 음악다방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8년째 이 음악카페를 홀로 운영하는 이남재(56·사진)씨는 LP음반 마니아이자 음악애호가다. 재즈, 블루스에서 팝에 이르기까지 음악에 조예가 깊은 이씨는 지금까지 8000여장의 LP음반을 모았다. 카페가 좁아 이 가운데 반은 집에 보관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곳을 찾는 손님은 주로 40, 50대. 몇번 와본 손님 대부분은 단골로 바뀐다. 과묵한 편이지만 이씨의 해박한 음악해설에 한번 빠져들면 이내 팬이 된다고 한다. 손님들이 희망하는 곡 대부분이 준비돼 있기 때문에 원하는 추억의 멜로디를 즉각 배달해준다.

“예전 음악다방을 흉내낸 음악카페들이 여러 곳 생겼지만 LP음반은 주로 장식이고 주로 CD를 틀어줍니다. 음악을 좀 아는 사람은 LP음반의 맛을 압니다. 감상하는 맛이 다르다 보니 꼭 다시 들르게 됩니다.”

해질녘에 문을 열어 새벽 2, 3시에 일을 끝내는 이씨 수입은 밥벌이 수준이다. 그가 카페를 열게 된 것은 2000년 8월.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농협에서 20년간 근무하다 1998년 퇴직한 뒤 좀 쉬다가 사업을 해보려고 했지만 일이 꼬여 잘 풀리지 않았다. 그때 친구들이 음반도 많이 보유하고 음악에 대해 아는 것이 많으니 음악카페를 해보라고 권유해 마지못해 나선 것이 오늘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

“요즘은 인터넷 등이 발달해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어요. 힘 안 들이고 얻을 수 있어 그런지 음악의 깊은 맛을 느끼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

그가 LP음반 수집에 관심을 가진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다. 아버지가 유성기 판을 모으고 형들이 레코드판을 사는 것을 보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중학생이 됐을 때 용돈을 모아 비틀스, 엘비스 프레슬리, 클리프 리처드 등 팝스타의 복사음반(빽판)을 사모았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부터는 음질이 떨어지는 ‘빽판’ 대신 오리지널 음반을 사 모은 게 지금까지 이어졌다.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다 저절로 영어가사를 외우게 됐고 더 많은 팝송정보를 얻기 위해 청계천, 명동 뒷골목에서 ‘송 히트’ 등 미국 월간 음악잡지를 사봤다. 거기에 소개된 앨범을 스크랩해 읽고 돈이 되면 직접 사기도 했다. 시중에 없는 앨범을 구하기 위해서 평택 미군부대까지 달려가기도 했다. 이제는 CD에 밀려 LP음반은 완전히 사라졌지만 이씨는 지금도 주말에 중고 LP전문점에 들러 음반을 사오기도 한다.

음악을 들으면 편안하고 좋아 젊을 때부터 열정을 갖고 빠져 들어간 것 같다는 그는 집에 LP음반을 갖고 있다면 손수 들어보라고 권유한다. 몇번 듣다 보면 분명히 음악이 제대로 들릴 거란다.

세상살이에 지친 40, 50대에 추억을 선사하는 곳. 올드 팝송의 선율을 타고 ‘산타나’의 밤은 낭만에 젖어들고 있었다.

전성룡 기자 sych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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