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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81년생 부산이에요' - 부산일보

fabiano 2 1092  

그곳에 도착했을 때 제일 먼저 나를 반겨준 건 한 소녀였다.
부스스한 곱슬머리, 검게 그을린 얼굴, 검고 반짝이는 눈과 보는 사람을 미소 짓게 만드는
천진한 웃음을 지닌 소녀. <부산 1981>에서 온 소녀는 그렇게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부산 2007'에 살고 있는 나는 용두산 미술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최민식 사진전 <인간, 그 아름다운 이름>에서 그 소녀를 만났다.

전시관 입구에 걸려있는 소녀 사진의 제목이 바로 <부산 198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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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1981> 사진전 입구

최민식 작가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가진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서
50년 넘게 사진을 찍어온 원로이다.
그의 사진 인생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이번 전시회를 열게 되었다고 한다.
최민식 작가와 이 사진전에 대한 신문기사를 읽었을 때, 과거 부산과 부산사람들의 모습이
궁금해져 꼭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나른한 화요일 오후에 그 곳을 들러보았다.

전시관 왼편부터 시대순대로 여러 점의 흑백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내가 절대 경험해 볼 수 없는 과거의 모습들이 많았다.
무언가에 찌들려 있는 옛날 사람들의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그곳에는 웃음과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었다.

고구마를 팔다 하품하는 소녀, 엄마 젖을 먹는 어린 아이, 비닐우산을 파는 남자아이,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아주머니까지.

내가 사진전을 보러 갔을 때쯤 이상하게도 중ㆍ장년층 관람객이 많았다.
사진들을 보면서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요즘 아이들은 저런 거 몰라. 워낙 편하게 자라왔잖아"였다.
요즘 아이(?)에 속하는 나는 공감이 가기도 했지만, 전시된 몇몇 사진들을 보면서 현재 우리들의 모습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부둣가 옆에서 마주앉아 소주를 마시는 젊은이들의 사진.
'선거참여해서 나라를 살리자.'라고 적힌 벽보 밑에서 잠을 자는 노숙인의 모습.
나무로 만든 기타를 들고 구걸하는 사람의 애절한 표정.
이런 사진들 속에서는 과거는 물론 현재의 모습까지 투영되었다.
과거는 현재와 단절된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서서히 변해가는 것이 인간이고 또 인간세상인 것 같다.

과거에서 온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사진전을 찾은 관람객의 반응이 인상깊었다.
"흑백으로 찍어 놓으면 더 처절해 보여"라며 흘러간 가난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
"나도 저런 고무신을 신은 적이 있었어"라며 말랑말랑한 검은 고무신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사람.
"저렇게 배고플 때가 있었는데..."라며 배고픔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

전시회를 다 보고 나오는 길에 최민식 작가를 만났다.
작가가 직접 전시장에서 관람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짧은 소견이지만 전시회에 대한 소감을 말하고 소책자에 친필 사인까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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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민식 작가의 사인이 담긴 소책자. 그 옆에 사진속의 소녀가 웃고 있다

최민식 작가는 나의 짧은 감상평에 "이것들은 역사의 기록이고, 내가 찍지 않았으면 지금은 볼 수 없는 순간들"이라 말했다.
훌륭한 분을 만나게 된 그 순간도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었지만, 그냥 마음속으로 기록해 두었다.

전시관을 나오는 길에도 역사는 계속 기록되고 있었다.
머리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자신이 사진을 찍겠다는 아주머니와 그 일행, 손에 쥔 모이를 먹는비둘기와 사진을 찍는 부부,
핸드폰 카메라로 서로를 찍고 있는 청소년들 역시 '부산 2007'에 살고 있는 '인간, 그 아름다운 이름'의 주인공인 것 같았다.
나 역시 용두산 공원을 배경으로 '순간'을 기록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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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포터가 '필' 받아 찍은 이순신 장군 동상과 비둘기.

부산을 배경으로 누추하고 평범한 이들을 주인공 삼아 인간에 대한 애정이 담긴 사진을 찍어온 최민식 작가의 사진전은
2007년 2월 19일까지 열린다.
이제 2월이니 인상깊은 흑백사진들을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무료로 사진전도 보는 기회도 잡고, 어쩌면 최민식 작가도 만날지 모르니 사인 받을 준비를 꼭 하고 가길 바란다.

/배수림 쌩쌩리포터

2 Comments
서티9 2007.02.06 21:26  
제가 78년인가 79년에 최민식선생님을 처음 뵈었는데...제친구중 하나가  YMCA에서 하는 최민식선생님 사진강의를 듣더라구요..그래서 그분을 처음 알게되었는데..저를 포함하여 많은사람들이 그분 영향을 많이 받았을겝니다!!..
fabiano 2007.02.06 22:57  
거의 20년전에.....19일까지라는데, 조만간 한번 가볼까하는데요. 부산 처남,처제 얼굴 함 본다는 핑계로....맨날추억에 사는데 최선생님도  함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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