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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염장이에게 들은말.....

fabiano 6 1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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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염장이에게 들은 말/ 이승하 낭송/유현서

누구나 꼭 한 번 죽는데
목숨대로 살다 편안하게 죽는 기
그기 그리 쉬운 기 아이다
내 한평생 염하다 보이
사고로 동강난 송장 염하기
얼어 죽어 굳은 송장 염하기
만삭이 다된 부인 염하기
안 해 본 기 없다마
남녀 노소 남남북녀
고관 대작 장삼이사
안 만져 본 송장이 없다마
관 하나에 두 살마 넣어서는 안 되는 법이라
나 원 참 요새는 빙운서 얼라 꺼내지만
만삭으로 죽은 부인의 하문에
손 쑤욱 집어 넣어 억지로 꺼내모
핏덩이는 싸늘히 식어 있었지러
쌍디도 죽은 몸에서 끄집어내봤지러
그 얼라의 혼도 있을라나?
있으모 저승으로 갔을라나?
내가 뜬 눈 쓸어 감게 주고
내가 턱 로여 입다물게 하고
내가 칠성판에 눕힌 송장의 수가 멫인지
알 수가 있나
참 더럽게 산 자나
참 깨끗하게 죽은 자나
송장은 그기 다 소중한 기라
향나무 담근 따신 물로
머리부터 감기고 얼굴을 씻기고
수건에 향물 축여 몸도 씻겼지러
버드나무 숟가락으로 쌀을 퍼
세 번 입에 넣는데, 넣을 때마다
천 석이오! 오천 석이오! 만 석이오!
참 많이도 외쳐댔지러
수의를 다 입히고 나면
염포를 일곱 조각으로 잘라 송장을 묶지러
여자는 아래부터 먼저 매야 하는데
그래야 항문과 하문에서
추깃물이 흘러 나오지 않거든
제기랄 그래 봤자 썩을 걸 누가 모르나
누가 모르긴 아무도 모르지
죽을 걸 알모 이렇게들 살어?
귀신 될 걸 알고도 이렇게들 살어?


*빙운, 얼라, 쌍디, 따신은 병원, 아기, 쌍둥이, 따뜻한의 경상도 사투리.





6 Comments
드넓은 광야 2007.01.20 18:09  
어제 서울적십자병원 영안실 문상 갔다왔는데 이 글보니 숙연해집니다
fabiano 2007.01.20 18:31  
어차피 한번은 다 가야 하는 길, 편안하게 가기도 쉬운 일은 아니네요.
맛소금 2007.01.20 23:26  
죽는 다는 명제 앞에 전 항상 죽음과 삶을 염두에 두고 있답니다. 죽을 각오로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사는 거죠뭐..내일은 없다 아니 내일은 있다 없다, 있다,,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것 ..밤에 들으니 애리긴 하지만 ..죽음도 산다는 것의 긍정이에요.
okhee77333 2007.02.14 20:10  
참으로 숙연해지네요. 죽음 앞에선 그나마 이 주검, 저 주검, 다 공평하다는 게 위안이 될까요?어차피 다 썩을 것들을 이리 소중히 붙들고, 귀신될 걸 알면서도 이리 살고 있다는 게 인간의 숙명인 걸 어찌하겠습니까만... .^_^
fabiano 2007.02.14 23:03  
예, 저도 님같은 생각입니다. 죽음이 이제 남의 일이 아닌 나이 이다보니 담담한 마음입니다.
fabiano 2007.02.14 23:07  
죽음도 산다는 것의 긍정이에요.....생각하니 그 시절에 청춘을 꽃피우지 못하고 간 친구넘도 있었으니...이제 황혼녘의 세월 속에 서 있으니 갖가지 만감이 교차합니다. 그렇게 인생은 흘러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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