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2)
fabiano
포토에세이,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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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5 14:40
기차는 가고 똥개만 남아 운다
기차는 가고 식은 팥죽만 남아 식는다
기차는 가고 시커멓게 고개를 넘는
깜부기,깜부기의 대갈통만 남아 벗겨진다
기차는 가는데 빈 지게꾼만 어슬렁거리고
기차는 가는데 잘 배운 놈들은 떠나가는데
못배운 누이들만 남아 샘물을 긷는데
기차는 가고 아아 기차는 영영 사라져버리고
생솔가지 저녁연기만 허물어진 굴뚝을 뚫고 오르고
술에 취한 홀애비만 육이오의 과부만 어루만지고
농약을 마시고 죽은 머슴이 홀로 죽는다
인정많은 형님들만 곰보딱지처럼 남아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무덤을 지키며
거머리 우글거린 논바닥에 꼿꼿이 서 있다.
< 湖南線 / 김준태 詩 >
대갈통,똥개, 곰보딱지...
이 詩를 읽다보면 속시원합니다.
욕같으면서도 그렇지 않고.詩같으면서도 욕같고...
후련해서 좋습니다.그러면서도 뭔가 걸러지지 않을 앙금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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