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site-verification: naverf83ad7df1bcc827c523456dbbc661233.html 추억의 콩쿨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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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콩쿨대회

fabiano 0 12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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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우리가 꿀꿀이죽도 제대로 못 먹을 만큼 배가 고팠던....
6,70년대.....
우리 민족은 등짝까지 달라붙은 배를 움켜 쥐고도...
가무(歌舞)를 즐겼습니다. 배고파도....노래하고 춤은 췄다는 거죠.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늙어지면은 못노나니...

최-
낙천적이기도 했지만...
힘든 걸... 그렇게 잊고 더 열심히 일하기 위해서 가무를 한거지...
놀고 먹자고 그런건 아니죠....

소-
네...물론 그렇죠.
가요쇼 고길동PD가 코찔찔이 어린이 였던 6,70년대.....
그 때는 동네마다 콩쿨대회가 많이 열렸습니다.

최-
그러면....그 때도 피아노 콩쿨, 무용콩쿨 같은 게 있었어요?

소-
에유....무식한건지...바보인지.....
들리는 소리라고는.... 그저... 소울음소리 "음마~ 엄마~아아~"
돼지 소리"꿀꿀꿀꿀", 닭소리"꼭꼬고~오옥~...아유 목이야~"
그리고... 개소리...풀벌레 소리.... 개울물소리...
길동이가 엄마 부지깽이에 맞으면서 '사람 살리라'는 소리...
그런 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 한적한 시골마을에....
"아..아....마이크 시험중...아아...마이크 시험중...
하나 둘..셋..넷...다섯...일곱....
어? 아! 다섯..여섯...아홉....아...아....마이크 시험중"

최-
(한심한 듯) 지금 뭐하세요?

소-(확성기 소리)
"아..아~ 동네 사람들~ 오늘 밤...8시부터...
삼거리 미루나무밭 개울가에서... 콩쿨대회가 열릴 예정이오니....
얼른 밥을 잡수시고...모두 와주시기 바랍니다.
양은냄비...무쇠솥단지...빠께쓰...등...푸짐한 상품이..."
네...당시엔 일본말을 많이 썼습니다. 빠께쓰가 아니고 양동이죠.

최-
그래도....방송에서 일본어를 쓰면 안되는 건 아시네...?

소-
네...준비된 방송인이니까요.
그나저나.... 꼬마 길동이는 저녁밥이 도대체 입으로 들러가질 않습니다.
콩쿨대회가 열린다는 소리가 초저녘부터 들려왔기 때문입니다.
눈동자는 마치 여우에 홀린 듯 초점이 없습니다.
아무런 말도 없이 밥만 우적우적 퍼 넣습니다.
물론 가끔 오른쪽 엉덩이를 슬쩍들고...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말이죠.
길동이는 '엉덩이 계곡의 비명'을 낼 때는
꼭 오른 쪽 엉덩이를 드는 습관이 있습니다.

최-
그럼 짝궁둥인가요?

소-
그♬렇습니다~♪

최-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길동이는 입술 위에 밥풀 두개를 붙이고...
삼거리 콩쿨대회장으로 향합니다.
당시...길동이네 과수원 일을 하던 관리인 아저씨와 함께...
정신없이 미류나무 앞 개울가로 간 길동이는....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않습니다.
벌써...동네 아저씨들은 술판을 벌여... 다 눈들이 풀린 상탭니다.
길동이는...
개울에 앉아서 오래도록 콩쿨대회를 기다리는 것도 흥분되는지...
삐죽삐죽 튀어나온 돌들 때문에...엉덩이가 아픈 것도 모릅니다.

소-
동네에서 나서기 좋아하는 용갈이 아저씨는....
계속 마이크를 잡고 분위기를 만듭니다.
무대 위에는.... 누런 양은 그릇들과 플라스틱 바가지 같은 것들이
잔뜩 쌓여 있습니다.
동네 사람들 다 모아봤자 100명도 안되는 마을에....
벌써...몇 백명은 모여있습니다.
당시 콩쿨대회는
가을걷이를 끝내고... 비로소 마음이 넉넉한 시골사람들의 축젭니다.
그래서 몇 십리 밖에서도...구경을 온 모양입니다.

최-
동네 나서기 1호인 용갈이 아저씨는....
자신이 마치 스타가 된 듯이.... 마이크를 그냥 내버려 두질 않습니다.

소-(용갈이)
"아...아...마이크 시험중...아...아...
야~! 갑식아...마이크 잘 나오니?... 아..아..마이크 시험 중...
(느닷없이 돌아가는 삼각지)
삼각지 로오타리에 ♪ 궂은 비너언~ 오~넌~데 ♩
잃~어 버리이인 ♬ 그 싸랑을 아쉬이워 하아아며~
(안개 낀 장충단 공원)
안개 낀 장충단 공원~ 누구를 찾아왔나~
낙엽송 고오목을 말없이 쓸~어안고♬
울고오만 이있으을까~♩
(선창)
우울려어고 내가 와았나~ 우웃을려고 와았던가~ ♪
비린내 나는 부둣가엔 이슬맺은 백일홍 ...♬

최-
용갈이 아저씨는 저것도 노래라고 부르고 있는 모양입니다.
당대 최고의 가수였던 배호씨의노래를 완전히 망치고 있는 중입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콩쿨대회가 시작됐습니다.
당시엔 노래방 기계가 없었던고로...
반주는 항상 악단이 직접했습니다.
악단은 모르는 노래가 없었는지....
별의 별 노래의 반주를 다 하고 있습니다.
동네 쌕쌕이 할머니는 언제나 일등입니다.
"석타안~ 백타안 타느으은데에에~ ♩연기만 퍼얼펄 나느으은데...♬"
가사...곡조 다 틀려도 악단은 용케 반주를 합니다.
당시... 참가곡은 항상 정해져 있습니다.
남진, 아니면 나훈아.... 아니면....이미자....배호...
똑같은 노래를 하도 불러서
용갈이 아저씨도 민망한 모양입니다.
"참가번호 5번....역시 남진의 노랩니다. "

소-(참가번호 5번)
"이 생명~ 다바쳐서~ 죽도록~ ♩ 사랑했고...
순정을~ 다바쳐서~ 믿고 또~ 믿었건만....
영원히~ 그 사람을~ 사랑해선~ 안될 사람....
말없이~ 가는 길에~ 미워도~ 다시 한번...
아아 아~ 안~녕~♬"

최-(용갈이)
참가번호 6번 남진.... 님과함께~

소-(6번)
"젓~ 푸픈 초원우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싸랑하는 우리님과~ 하안 백년 살고 싶어....

최-
참가번호 7번 남진의 그대여 변치마오~

소-(7번)
"오오~ 그대여 변치마오~ 오오 그대여 변치마오~
부울타는 이마음을 믿어 주쎄요...
아..말못하는 이 마음을 알아아 주쎄요 ...
그 누가아~  이 세쌍을 다준다 해도~
다앙씬이 없으면 나는 나는 못살아♩~"

최-(용갈이)
아...네... 수고하셨습니다.
이번에는...
음...야...갑식아...몇 번냐..이번이...
네~ 참가번호 8번... 나훈아 고~향~역~

소-(8번)
"코오스모스으~  피어어 있는.. 정드은 고오햐아앙역♬...
이히뿐이 고홉뿐이 모두 나하와~ 바안겨어 주우게에엤지...
달려어라 고호향열차~ 설레에는 가아슴 아한꼬♩~

최-
네~..계속해서...참가번호...
어이씨...또야?
네~ 참가번호 9번...나훈아의 물레방아 도는데~

소-(9번)
"돌담기일 돌아아 서며... 또오 하안번 보오호고~
징검..다리 건너가알 때 뒤돌아하 보며
서우울로오 떠나간 사아람 ♩...."

최-
우잉~ 또네~?...
야 정말 너무 한다....우리 나라에 가수가 이렇게 없나...
네~ ㅊ마가번호 10번...
나훈아의 노래 ...머나먼 고향이래요...우이씨~

소-(10번)
"아..아...이거 마이크 잘 나와유?...아..아...
머나먼 남쪽 하느을 아하래... 그리운 고오향
사아랑 하아는 부모오 형제~ 이히 모옴을 기다려♬..."

최-
소영선씨...우리 언제까지 이 짓해야 하느 거예요?

소-
조금만 더하면 돼요.

최-
그래요?...그러면...조금 더 해 보죠...
(용갈이 투)
이번에는....네~ 과수원집 마님이시네요....
최순대여삽니다.... 이미자...여자의 일생...예~!  박수~

소-(길동 어머니)
"참으을 수가 없도록~ 이 가아슴이 아아파도~
여자아이기이이 때에무운에 말한마디 못하고~.♩..아이 부끄러워라... "

최-
길동이 어머니였습니다.
길동이는 눈이 황소만해졌습니다.
어머니는 부지깽이만 잘 쓰는 여인인줄 알았는데....
어떻게 이 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를 부를 생각을 다 했는지 모릅니다.
길동이는 차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쭈구리고 앉은 다리 사이로 얼굴을 파묻고
길동이는 절규합니다. 
"으악~ 안돼~ 안돼~"
하지만... 길동 어머니는 이미 신이 오른 모양입니다.
아무도 앵콜을 하지 않았는데.... 벌써 다른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소-(길동 어머니)
"사라앙~ 해앴는데~ 서로가아 조오아서~ ♪
아아아아 아아아아 사랑해앴는데~
님이라~ 부르리까~ 다앙신이라고오~ 부르으리까.ㅁ♩..."

최-
길동이는 차라리 귀를 막고 눈을 감아 버렸습니다.
그건 분명 노래가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그저...한없이 졸리운 경기민요 한 판이었습니다.

소-
하지만.... 청상과부로 10여년을 보낸 길동 어머니도...
그동안 말썽꾸러기 아이들을 키우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던 건....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유행가를 따라 불렀기 때문입니다.
비록 노래라고 볼 수 없는 수준이었지만....
나름대로는 꽤나 열심히 불렀답니다.
귀를 막고 개울바닥에 엎드려 있던 길동이는
입술을 굳게 깨뭅니다.
어차피 집안 망신 당한 거....
자신도.... 한 번 나서보기로 한거죠....
용갈이 아저씨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오늘의 최연소 출연자라며....
길동이를 불러 올립니다. 길동이는 이판사판이라는 심정으로...
이상한 춤과 함께 ...평생 듣도보도 못한 노래를 시작합니다.

최-(이박사 풍)
"우우르리리히~!안녕하세요오~ 저는 코리아의 신바람 고박사예요♩~!
어허어허, 뛰리디리, 좋아좋아, 미쳐미쳐♬,
또로로로로로하, 넘어가요, 돌리고 돌리고, 짜라잔짠,
하 아 어 허 어 허… 한번 놀아 봅시다아~ !
와이 엠 씨 에이~ 미쳐미쳐~♩"

소-
그거 신바람 이박사 표절아녜요?

최-
고길동이가... 70년대초에 먼저 그러고 놀았대요.

소-
그럴리가.....

최-
그렇다는데...한 번 속아주세요.

소-
네...하여간... 심사위원과 동네사람들은....
도대체 저게 어느 나라의 음악인가.... 모두 놀라는 표정입니다.
네....꼬마 고길동은...당시에 아주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였다고....
장려상으로 플라스틱 바가지 하나를 받았답니다.

최-
그럼...그 날....엄마한테...칭찬 많이 받았겠네요.

소-
웬걸요.
온갖 집안 망신 시켰다고...
상으로 받은 바가지로 머리통을 맞는 바람에....
바가지가 그 자리에서 박살 났대요.

최-
하지만...그 어머니도 만만치 않았잖아요.

소-
그러게요... 모자지간이 서로 집안 망신이라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최-
네....흑백사진 속의 풍경....
오늘은....
텔레비젼도 없고.... 컴퓨터도 없고.....
밤이면 적막하기 이를데 없던.... 당시...시골 마을의 축제....
콩쿨대회가 열리던 날 시골풍경을 그려 봤습니다.
그런데....요즘은 그런거 없나요?

<펌글에 다소 수정한 글>이지만 그 시절의 풍경은 어디에서나 거의 비슷했지요.

흐르는 곡은 <Be-bop-a-lula>.

그 시절에 <Be-bop-a-lula> 는 콩쿨대회때 약방에 감초격으로 번안곡이지만 엄청나게 히트한 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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