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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칼럼] 집값을 잡는 확실한 방법

fabiano 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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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은 잡겠다"고 하지 않았다. 부동산 세금을 왕창 올리거나 신도시를 마구 때려지었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 나는 다만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확실하게 총대를 멘 사실만 기억한다. 미국의 집값은 9월부터 뚝 꺾였다. FRB의 단호한 금리 인상이 주택시장 과열을 깔끔하게 요리한 것이다. 원래 자산가격 불안은 금융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이 정석이다.

정부가 6일 국정브리핑을 통해 "돈을 빌려 아파트를 사는 것이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금리를 올리거나 통화량을 줄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비난이 쏟아질 소지가 다분하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뒤늦게 구조신호를 보내는 정부의 용기마저 가상하게 여겨질 정도다. 야구에 비유하자면 형편없는 구원투수(정부)가 엉뚱하게 선발로 나서 무참하게 두들겨맞은 뒤 에이스(한국은행)에게 구원등판을 애걸하는 꼴이다. 국정브리핑은 형식상 '주문'이지만 사실상'항복 선언'이다.

지금 시중에는 두 가지 근거 없는 믿음이 퍼져 있다. 첫째, 내년 대선을 앞두고 죽어도 금리는 손대지 않으리라는 계산. 정권 재창출을 위해 경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으리란 믿음이다. 둘째,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금을 반드시 완화하리라는 기대감이다. 이처럼 정치 논리가 경제 논리를 압도하는 난감한 상황에선 어떤 카드를 꺼내도 먹혀들기 어렵다. 하다못해 다가구주택 주차장까지 신경 쓰는 정부의 과잉친절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그동안 정부가 왜 금리는 못 본 체했는지 의아하기만 하다. 세제 개편이나 신도시는 중장기용 보약일 뿐이다. 지금도 정부는 "국민이 뭘 몰라 집을 산다"고 타박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정부가 아무리 용을 써도 앞으로 2년간 아파트 공급이 바짝 마른다는 사실을 정확히 읽고 있다. 노태우 정권 때도 신도시 발표 이후 실제 입주까지 2년의 공백기간 중 집값이 요동을 쳤다는 점을 간파하고 있다. 정말 "정부, 너나 잘하세요"다.

이제 9일의 금융통화위원회가 중요한 고비다. 확실한 의지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 미국에서 보듯 부동산 과열에는 금리 인상만큼 효과적인 처방전은 없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한은 내부에는 "부동산 잡는다고 경제 전반에 효과를 미치는 금융정책을 동원할 필요가 있느냐"는 신중론이 남아 있다. 그러나 대통령까지 나서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SOS를 치고 있다. 더 이상 남의 다리를 긁을 여유가 없다.

먼저 정부의 입장부터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한은 계량모델에 따르면 1%포인트 금리 인상은 경제성장률을 0.44%포인트 낮춘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이제는'3% 성장-부동산 안정'과 '4% 성장-부동산 과열'의 두 가지 조합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벼랑 끝 선택만 남았다. 어느 정도 경제성장을 희생시킬 각오가 없다면 집값을 잡을 도리가 없어 보인다. "가계대출이 많아 금리 인상이 상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란 반대 논리는 한마디로 이치에 닿지 않는다. 그럴수록 금리를 올려야 가계대출 위기를 미리 방지할 수 있다.

지난 1년간 다섯 번이나 금리를 올렸지만 "역시 한은이야"라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한은의 지상목표인 물가 안정은 원화 강세 덕분에 손대지 않고 코 풀었다. 이제 느긋한 꽃놀이패는 접어야 한다. 수백 번 한은 독립을 법률에 못 박은들 "역시 한은이야!"라는 평가만큼 확실한 도장은 없다. 미 FRB의 확고한 위상도 예리한 판단과 용기 있는 결단을 통해 오랫동안 신뢰와 존경을 축적했기에 가능했다. 지금 시장은 미국 FRB 같은 한국판 '신의 손'을 갈망하고 있다. 한은이 '재무부 남대문 출장소'라는 낡은 꼬리표를 떼고, 화끈한 경제적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솔직히 요즘은 겁난다. 군대 말년 병장 시절을 제외하곤 지금처럼 남은 1년4개월이 빨리 가기를 기다린 적도 없다.

이철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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