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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하의 폭포를 거슬러 ...등용문(登龍門)

fabiano 0 1135  
      1. 환관과 선비들의 세력다툼

   최초의 통일왕조을 열었던 진시황이 죽음으로써 중국이 혼란에 빠졌던 역사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의 힘겨루기에서 용맹보다 인화가 뛰어났던 유방이 이김으로써 한(漢)나라가 등장, 중국 제국의 실질적인 기초를 놓게 됩니다. 고조(高祖: 유방)를 비롯한 초기 황제들은 전란에 시달린 백성들을 그저 쉬게 해 주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 믿고 도가적(道家的) 자유방임 정책을 펼쳤습니다. 이렇게 하여 충분한 휴식으로 신장된 국력을 바탕으로 무제(武帝)는 중국변방을 위협하던 흉노 등 오랑캐들을 중앙아시아까지 쫓아내는데 성공합니다. 우리나라도 무제가 보낸 군대에 굴복하여 한(漢) 사군(四郡)이 설치된 역사적 사실을 국사시간에 배웠겠지요.

   무제는 그때까지 제자백가(諸子百家)라 하여 여러 학파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던 공자학파의 가르침, 즉 유교(儒敎)를 나라의 정신적 기틀로 확정하여 공인했습니다. 수도에 국립학교를 세우고 박사와 교수를 두고 이들에게서 교육받은 사람들을 추천에 의해 등용하는 관료제도의 틀을 잡아 나갔습니다. 그리하여 후한대가 되면 유교적 교양으로 무장한 수많은 선비들이 상당한 정치세력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정치의 실권은 안타깝게도 이들 교육받은 엘리트들이 아니라 황제의 측근, 특히 외척(外戚)과 환관(宦官)들이 잡고 있었습니다. 이 대목이 한(漢)대 정치와 사회를 이해하는 관건입니다. 역사가들이 전한(前漢)은 외척들이 망쳤고, 후한(後漢)은 환관들이 망쳤다고 단정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2.  이응(李膺)이란 인물

   유교적 교양을 쌓은 선비들은 국정이 문란해지고 풍속이 타락해 가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습니다. 전국적으로 방대한 숫자를 자랑하고 있었던 예비관료집단, 즉 선비들은 명망있는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집단을 형성하여 분분하게 비판적 논의를 펼치게 됩니다. 그러나 이들의 비판은 기득권을 가진 환관들의 조직적 저항에 부딪쳐 번번이 무산되고 맙니다. 이것을 당고(黨錮)의 화(禍)라 부릅니다.

   20여년에 걸친 혹독한 당고의 기간 동안 선비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던 사람은 이응(李膺)이란 인물입니다. 몇 번의 정치적 격변을 거치면서도 굴하지 않은 성품을 지녀 궁중의 실권자들조차 두려워했다고 합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환관 장양(張讓)의 아우 장삭(張朔)은 야왕(野王: 하남성)의 현령이었으나 탐욕 잔학하기 이를데 없어 임신한 여자까지 죽였다. 장삭은 무섭고 지은 죄가 겁나서 서울로 도망가, 형 장양의 집 기둥 안에 숨었다. 이응은 이 정보를 알아내서 사졸들을 이끌고 기둥을 쪼개 그를 잡아서는 낙양의 옥사로 보냈고, 자백을 받은 다음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형인 장양은 아우가 억울하게 죽었다고 황제에게 하소연했다. 칙명으로 출두한 이응을 황제가 몸소 심문했다. 황제가, “사전에 승인을 받지 않고 멋대로 죽여버린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묻자, 이응은 “옛날 진(晋)나라 문공(文公)은 주왕(周王)에게 사전에 승인을 받지 않고 위의 성곡을 체포하여 서울로 보냈습니다. 공자께서도 《춘추(春秋)》에서 문공의 조처를 옳다고 평가했습니다. 《예기(禮記)》에 의하면 공족이 죄를 범한 경우 임금이 아무리 용서하라 하신들 관리는 법때문에 양보하지 않습니다. 옛날 공자가 노(魯)의 사구(司寇; 법무장관)가 된지 이렛만에 소정묘(少正卯)를 사형에 처했습니다. 소신이 관직에 부임한지 열흘이 지났습니다. 체포가 늦다고 책망하실 줄 알았는데 너무 빨랐다고 하시니 어쨋든 죄는 달게 받겠습니다. 그렇지만 그 전에 한 5일만 말미를 주시면 악의 우두머리들을 다 처치할 수 있겠사오니 그 이후에 저를 삶는 솥에 넣어 주십시오. 그것이 소신의 한 가지 소원입니다.”황제는 말없이 묵묵히 있다가 장양을 돌아보며 말하기를, “이건 아무래도 자네 아우의 죄로구먼. 사예교위(司隸校尉: 즉 이응)에게는 잘못이 없는 것같소.” 그러면서 그를 내보냈다. 이때부터 환관들은 허리를 낮게 구부리고 숨을 죽이면서 휴일이 되어도 후궁대기소에서 함부로 외출도 하려 하지 않았다. 황제가 의아하게 여겨 그 까닭을 묻자 모두 머리를 숙이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교위가 무서워 그럽니다.”
당시 조정은 날로 어지러워 기강이 해이되었다. 그 중에도 이응만은 절의를 지키고 스스로의 명예를 유지했다. 선비로서 이응의 처소에 출입할 수 있게 된 자가 있으면, ‘용문에 올랐다!(登龍門)’는 말을 듣게 되었다.  


      3. 용문(龍門)에 오르다(登)

   이제 알게 되었듯이 ‘등용문’이란 “등용(登用)의 문(門)”이 아니라 “용문(龍門)에 올랐다(登)”는 뜻입니다.

   용문(龍門)이란 황하가 자연스레 갈라놓은, 지금의 산서(山西)와 섬서의 경계에 위치한 지명입니다. 《사기(史記)》를 쓴 불세출의 역사학자 사마천의 고향도 바로 여기입니다. 김이상(金履祥)이라는 학자는 이곳에 대해 《상서주(尙書注)》에서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하남(河南)에서 하중부(河中府) 용문현(龍門縣)의 서쪽에 이르면 산이 열리고 언덕이 넓게 펼쳐지면서 황하의 물이 높은데서 떨어진다. 그 콸콸 쏟아붓는 소리는 만가지 우뢰소리가 한꺼번에 울리는 듯하다. 여기가 용문(龍門)이다.
   지도를 잠시 펴 주시기 바랍니다. 중국문화의 두 중심지인 장안(長安)과 낙양(洛陽) 사이를 가르며 세차게 흘러내려오던 황하는 분수(汾水)와 만나는 하진(河津)이라는 곳에서 폭포로 떨어지면서 넓고 평평한 물길을 이루어 완만하게 흐르기 시작합니다. 혹 예전에 방영한 “대황하(大黃河)”란 다큐멘타리를 보신 분은 이 협곡에서 떨어지는 물의 장관을 생생하게 기억하실 것입니다. 여기가 용문(龍門)입니다.

   이 용문에는 봄이면 물고기들이 바다와 강에서 수천 수만 마리가 몰려들어 황하의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려고 다툽니다. 아마도 산란과 부화를 위한 잉어들의 계절적 대 이동이었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그런데 워낙 높은 곳에서, 또 그토록 세차게 떨어지는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기란 정말이지 웬만한 꼬리힘으론 어림도 없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용문을 올라간’ 물고기가 한 해에 겨우 70여 마리에 불과하다고 기록은 전하고 있습니다. 《태평광기(太平廣記)》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습니다.

   하진(河津)을 일명 용문(龍門)이라고 한다. 물이 험해서 왕래가 불가능하다. 작은 물고기나 자라 등속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강과 바다의 큰 물고기들도 용문 아래 수천 마리나 올라 가지 못하고 몰려 있다. 오르는 자는 화(化)하여 용이 되고 못 오르는 자는 이마를 부딪고 아가미를 드러낸다.
   그 험한 난관을 뚫고 물줄기를 거슬러 용문을 오른 물고기는 용이 되어 승천한다고 기록은 전하고 있습니다. “처음 용문을 오르게 되면 구름과 비가 따르면서 하늘에서 온 불이 꼬리에 붙는다. 그 꼬리가 다 타 없어지면서 용이 되는 것이다.”

   물고기의 상승의 노력과, 그 극점에서 용이 되어 승천한다는 모티브는 탁월한 극적 요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거기에 구름과 비가 소도구로 등장하고 물고기 꼬리에 불이 붙어 타들어가면서 어느 순간, 메타모르포시스(metamorphosis: 형체를 바꾸어 간다는 뜻)! 나머지는 독자들의 상상력에 맡기기로 합니다. ‘용문에 오른다’는 말은 처음에는, 이응의 예에서 보듯, “권위있는 인사의 만남이나 칭찬을 받아 신분이 상승되는 것”을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이 말은 이응의 문맥을 비껴나, “중대한 난관을 극복하고 뜻한 바를 이룬다”는 어원적 의미가 더욱 강조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전통시대에는 관리 등용의 관문이었던 과거(科擧)에 합격하는 것, 특히 진사(進士)에 합격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 굳어졌던 듯합니다. 과거시험이 없어진 지금, 그 관문은 주로 대학입시나 사법고시로 모습을 바꾸었지요. 그래서 학원 이름에도 심심찮게 쓰이게 되었습니다.  



[쏘사랑]   가을바람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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