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뗏목

 한겨울에 영하의 날씨가 계속 되면 강이 여울목만 빼고 모두 꽁꽁 얼어 붙는데, 얼음 두께가 10여cm 가 넘으면 얼음위로 다니며 씨껫또(썰매)도 타고 미끄럼을 타고 놀아도 안전 했고 투명하게 얼은 어름 아래로 강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여, 간혹 고기가 헤엄 치는게 보이면 강가에서 머리통만한 돌을 주워다 얼음아래 고기를 향해 힘껏 내리 쳐서 그 충격으로 얼음 아래 고기가 기절해 버리는데 이놈을 꺼내려고 힘들게 구멍을 뚫어 보지만 얼음 속에서 강물이 천천히 흐르기 때문에 기절했든 고기는 아래로 서서히 흘러가 헛 고생만 하게되고....
학교 갈때 일부러 밭뚝길을 벗어나 강가를 따라 걸으며 얕은 물속에 잠긴 돌중에 바닥에서 약간 떠서 틈이난 돌을 향해 큼지막한 돌을 주워 돌벼락을 치고서 들추면 가끔씩 그 돌틈 속에 숨어있든 피래미나 뿌거리(동사리), 빠가사리 새끼들이 기절을 해 나뒹굴었지,
어느날엔가, 그날은 봄이 오느라 그런지 날씨가 제법 따뜻해서 강에도 얼음이 금이가고 깨어져 떠내려 가고 있었지,
누군가가 "우리 얼음 뗏목을 타보자"고 제안하는 바람에 서로 약속이나 한듯 주변에서 긴 막대기를 주워들고 너댓놈이 얼음위에 올라 보조를 맞춰 쿵쿵 구르니 제법 큰 얼음판이 떨어졌고, 서서히 우리가 올라탄 얼음 조각이 아랫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하자 신바람이나서 환호성을 지르며 호들갑을 떨었는데, 그렇게 좋아 하기는 잠깐이고 우리가 올라탄 얼음뗏목 조종을 잘못해 물살이 빨라지는 여울목으로 떠내려 가는 바람에 여울목 돌밭에 부딪치자 "어~어" 하는 순간에 얼음 뗏목이 순식간에 깨어져 너댓놈이 한꺼번에 홀라당 물속에 빠져 버렸지,
다행히 강물이 무릎정도 밖에 차지않아 허둥지둥 철벅대며 물 밖으로 나오긴 했어도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서 달달 떨었지,
일단 발이 시리고 추우니 강뚝에 불을 놓고(그 시절에는 불장난하려고 성냥을 몰래 챙겨 다니기도 했음),양말이며 신발 바지 가랭이를 말리려 해도 워낙 흠뻑 젖은데다 뚝방의 잡초들도 시원치 않아 그 불로는 빨리 말릴수가 없으니, 그 꼬락서니론 학교도 갈수 없어 포기 하고,강가에 떠내려온 나무조각을 주워모아 모닥불을 피우고 옷을 말리며 불장난을 하고 놀다가 오후 두어시쯤 되면 학교가 끝나서 돌아오는 친구들이 베루날망에 오는게 보이고, 그제야 학교에서 오는척 시치미를 떼고 집으로 들어 갔었지,
물에빠져 춥기도 한데다 빨리 말리려고 불 가까이 가다보니 얼굴은 숯 깜장에 그을름으로 꼬질꼬질 해지고, 양말 바닥은 불에타 빵꾸가 났고 바지 어딘가는 불똥이 앉아 구멍이 뽕뽕 뚤리는 바람에 부모님께 불 장난 했다고 꾸지람을 들었고....
부모님께 거짓말을 해 학교 빠진건 그냥 넘어 갔지만 다음 날 학교가서 선생님께 집단 결석한 변명하느라 쩔쩔 맸었지,
지금은 그때 얼음 뗏목 타든 자리에 다리가 놓여 있구먼....





베루날망아래 짝간물에서...    작성자 :25쫀닭

저희 놈들도 선배님 했던그대로 였지요.
잠시나마 소시적 그곳에서의 소회에 젖었습니다.
그곳 출신(?)님들 건승하십시요.


이 글은 동문인 孤雲이가 초등학교 홈피에 올린 것을 발췌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