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site-verification: naverf83ad7df1bcc827c523456dbbc661233.html 월이와 일향이의 사랑 - 내고향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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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이와 일향이의 사랑 - 내고향 전설

fabiano 2 1034  

충청북도 옥천군 이원면에 위치한 월이산은 이름 그대로 ‘달이 떠오르는 산’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 산을 가리켜 순우리말로 ‘달이산’이라고도 부릅니다.
이 산은 전체적인 산세가 부드럽고 단아하며 금강의 절경을 굽어보고 있습니다.
산 정상에는 조선시대의 봉수대(높은 산봉우리에 봉화를 올릴 수 있게 설비해 놓은 곳)가 남아 있고요.
월이산 봉수대는 영동의 박달산과 고리산, 대전의 계족산 봉수대로 이어지는 중요한 곳이었습니다.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있는 월이산 정상에 서보세요.
저 아래 굽이쳐 흐르는 금강의 기상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져 산행의 피로를 한꺼번에 씻어줍니다.
월이산 제일의 명소는 옥계폭포입니다.
20m나 되는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마치 하늘에서 낙화하는 옥구슬다발을 연상케하며 그 신비로운 풍경에 흠씬 빠져들고 맙니다.
그 신비로운 풍경 못지 않게 월이산에는 신기한 전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서기 1607년, 월이산이 있는 이원면 구룡촌(현재 구방리)에서 우암 송시열 선생이 태어났습니다.
우암의 어머니 곽씨는 태몽으로 월이산을 삼키는 꿈을 꾸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암 선생이 태어나던 바로 그 시각에 월이산에는 큰 변화가 일었습니다.
웅장한 소리와 함께 월이산 초목들에서 잎이 마르더니 금강수가 홍색으로 변했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월이산 정기가 모두 우암 선생에게 들어간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겠지요.
한편, 이원면 이원리에는 월이산에 관한 또 다른 전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아주 옛날, 이원 마을에 ‘월이’라는 유별난 소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소년은 남달리 기운이 쎄서 앞 개울 냇가에 있는 직경 4미터 정도의 큰 바위를 공기돌처럼 가지고 놀았습니다.
“허, 저런 괴물같은 아이가 있나!”
“글쎄, 무섭네.”
마을 사람들은 언젠가 자신을 헤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월이를 슬슬 피해 다녔습니다.
월이가 골목길을 지나가면 놀던 아이들이 모두 도망쳐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 저 이야기 수다를 떨던 아주머니들도 담벼락으로 몸을 붙인 채 숨을 죽였습니다.
그래서 월이는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또래 아이들은 많았지만 친구 한명 없었던 월이는 늘 외롭게 지냈습니다.
어린 월이와 놀아주는 것은 마을 앞 냇가의 큰 돌들 뿐이었습니다.
그날도 월이는 냇가에 발을 담그고 큰 돌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그때 이 마을에 사는 ‘일향’이라는 처녀가 빨래를 하러 나왔습니다.
하지만 일향은 빨래하는 아낙이 아무도 없어 냇가 옆에 무성하게 서있는 억새풀 뒤로 몸을 숨겼습니다.
‘저 월이가 어서 가야할 텐데…….’
일향은 월이가 일어나 어딘가로 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동안 월이를 지켜보던 일향은 소문과 달리 월이의 순박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돌을 던져 받으면 바보같은 웃음을 짓고 잘못 떨어뜨려 발등을 찧으면 얼굴을 찌푸리며 아픈 발등을 문지르기도 했습니다.
가끔 손톱만한 피래미를 잡아 가만히 들여다 보는 모습이 천진난만한 아이 같았습니다.
‘괜찮을 거야. 순수해 보이니까.’
일향은 월이의 순수함 때문에 안심을 하고는 다시 빨래감을 들고 냇가로 다가갔습니다.
일향은 월이를 향해 빙긋이 웃어보였습니다. 그
러자 월이는 되려 움짓 놀라 뒤로 물러섰습니다.
일향은 용기를 내서 우락부락하고 거친 월이의 손을 잡아 주었습니다.
월이의 손이 떨렸습니다. 그리고 월이는 잠시 후 쑥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이렇듯 좋은 느낌으로 시작된 그들의 만남은 다음날도 그랬고, 그 다음날에도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이 채 무르익기도 전에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동네에 퍼졌습니다.
더욱이 일향의 부모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아니,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
일향은 아무 댜꾸도 못했습니다.
“일향아, 네가 이럴줄 누가 알았더냐. 철없는 것, 그 이상한 녀석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오늘부터 너는 집밖으로 나가지 마라. 절대 집밖을 쳐다보지도 말라고!”
그날로 일향은 바깥 출입이 통제되었습니다. 답답했습니다.
“어머니, 월이는 그저 순진한 소년이에요.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요.”
“쓸데없는 소리!”
부모님에게 매달려 호소해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일향은 집안에 갖혀 있는 동안 월이의 외로움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가슴이 아팠고 월이가 더욱 보고 싶었습니다.
이런 심정을 알아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으니 일향은 하루하루의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졌습니다.
마침내 일향은 부모님의 반대로 사랑을 이루지 못함을 비관한 나머지 한밤중에 몰래 집을 빠져 나갔습니다.
그리고는 마을 뒷산으로 올라가 소나무에 목을 매고 말았습니다.
이튿날, 소식을 전해들은 월이는 일향이 죽었다는 소나무 아래로 달려갔습니다.
“일향아! 어디 갔어!”
놀라운 것이, 일향은 온데간데 없었고 목을 멘 빨간 댕기만 쓸쓸히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일향아! 일향아!”
월이는 댕기를 끌어안고 며칠을 울었습니다.
울어도 울어도 소용없는 일, 월이는 그렇게 울다가 지쳐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일향의 부모는 눈물을 훔치고는 숨겨둔 딸의 시체를 가져와 월이와 함께 장사를 지냈습니다.
영혼결혼식을 올리고 무덤을 하나로 쓴 것입니다.
그렇게 월이와 일향이 함께 산에 묻힌 이후 마을 사람들은 이 산을 ‘월이산’ 또는 ‘일향산’이라 부르게 되었답니다.


                                                                                                                                                 김문기

2 Comments
mulim1672 2006.09.09 23:26  
이원에 이렇게 아름다운 전설이...우암 탄생지인 구룡촌을 한 번 가보고 싶은데... 영동에서 이원을 향해 가다가 못미처 이정표가 있는것 같았습니다. 맞습니까?
fabiano 2006.09.09 23:55  
내일 자세히 알아보고 쪽지 연락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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