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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는 이제 전기로 통한다

fabiano 0 1440  


한국전력이 한·일 해저 전력망 구축을 추진하고 나선 데는 장단기 포석이 깔려있다. 국내 중장기 전력수급은 지난해를 고비로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한여름 기온이 높지 않아 남는 전력이 많아졌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자주 벌어질 것이라는데 한전의 고민이 있다. 게다가 국내에선 전력요금이 당국의 규제에 묶여 있어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게 일본시장이다. 일본은 2011년 3월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태 후 만성적인 전력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해마다 화력발전에 필요한 에너지 수입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도 하다. 한·일 해저 전력망이 구축되면 국내에서 쓰고 남는 전력을 일본에 팔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한전으로선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셈이다.

 장기적으론 한국계 일본인 기업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구상하고 있는 ‘아시아 슈퍼그리드’ 구상과도 맥이 닿는다. 과거 일본은 자국 내 전력시장의 독과점 체제를 고집했다. 여기다 러시아와의 정치적 긴장관계 때문에 러시아를 포함한 동북아 국가들과의 에너지 협력에도 부정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태 이후 한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과의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원전을 늘릴 수 없다면 외부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착안한 게 손 회장의 구상이다. 그는 2012년 5월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에서 몽골의 대규모 신재생 에너지단지와 주변 아시아 국가를 잇는 슈퍼그리드를 제안했다. 몽골의 광활한 사막 지대에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단지를 조성해 생산된 전력을 공유하자는 개념이다. 손 회장은 “몽골의 풍력 에너지만으로도 한국 에너지 수요의 23배, 태양열 에너지만로도 13배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본래 슈퍼그리드라는 용어는 1960년대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미 북서부의 수력발전 전력을 남쪽 캘리포니아주에 공급하도록 한 프로젝트에서 처음 사용됐다. ‘그리드’는 전력망을 뜻하는데 주경계를 넘는 장대한 규모의 전력망이란 뜻이다. 최근엔 2개 이상의 국가를 연결하는 전력망을 뜻하는 개념으로 발전했다. 스마트그리드가 국가 차원을 넘어 대륙 수준의 전력망으로 발전한 것이다. 북유럽 슈퍼그리드(Nordic-EU Super Grid), 남유럽-마그레브 슈퍼그리드(Sud EU-Maghreb Super Grid), 남부 아프리카 슈퍼그리드 등이 대표적이다.

 북유럽 슈퍼그리드는 ‘슈퍼그리드의 친구들(Friends of Super Grid)’이란 애칭의 프로젝트로 진행 중이다. 1단계(영국~벨기에~독일~노르웨이)로 25~30GW를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영국·독일·벨기에의 해상 풍력과 노르웨이의 수력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1단계인 2020년까지 388억 달러, 2단계인 2030년까지 1343억 달러, 3단계 2050년까지 3260억 달러 등 총 4991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최종 3단계에서는 500GW까지 이 지역에서 전력을 공유할 예정이다. 남유럽-마그레브 슈퍼그리드는 ‘데저트텍 프로젝트(Desertec Project)’로 불린다.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태양열·광 발전을 지중해 연안국에 공급하자는 것이다. 사하라 사막 면적의 1%로 태양열 발전을 하면 지중해 연안국과 북아프리카 전체에 전력 공급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50년까지 7727억 달러를 투자해 470GW의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그랜드 잉가 프로젝트(Grand Inga Project)’로도 불리는 남부 아프리카 슈퍼그리드는 콩고 잉가 댐의 수력발전 전력을 북으로는 이집트 카이로까지, 남으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까지 공급하는 것이다. 용량은 100GW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현재 아프리카 전체 전력수요의 3배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대구세계에너지총회(WEC)에서는 아시아 슈퍼그리드를 실현시키기 위해 북한의 참여가 관건이라는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어번 러스낵 에너지차터 사무총장은 “북한을 슈퍼그리드 계획 초기 단계부터 끌어들이는 게 중요하다”며 “북한을 우회해 해저 전력망을 만들면 비용과 경로 설정뿐만 아니라 전력 용량에서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적 차원이 아닌 동북아 긴장 완화 차원에서도 북한의 슈퍼그리드 참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핑리앙 중국전력과학연구원 박사는 “북한의 참여는 동북아의 지정학적 긴장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북한이 단기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지만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부족 문제를 풀기 위해 슈퍼그리드에 들어오고 싶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이 아시아 슈퍼그리드의 허브 역할을 적극적으로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슈퍼그리드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중국은 몽골과 껄끄러운 관계 때문에 슈퍼그리드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 에너지 자원에 눈을 돌리면서 슈퍼그리드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재영 한국전기연구원 차세대전력망연구본부 박사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을 위해 한국이 에너지 협의기구를 주도적으로 제안하고 이후 관련 기구를 서울에 유치토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한·러 에너지망(가스) 연계와 함께 한·일 전력망 연계가 가장 중요한 핵심 과제”라고 분석했다.

강병철 기자

◆스마트그리드(Smart Grid)=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전력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하는 차세대 전력망을 뜻한다.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할 수 있어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스마트 소비자 전력관리장치, 전기차 충전 인프라, 분산형 전원·배터리, 실시간 전기요금제, 전력망의 자기치유 기능, 신재생에너지 생산·판매 기능이 포함돼 있다.

◆슈퍼그리드(Super Grid)=복수의 국가가 생산한 전기를 국가 간 전력망을 통해 공유하는 것을 뜻한다. 한동안 대륙망(Continental Grid)이라 불리다 최근에는 스마트그리드(Smart Grid)가 적용된 전력망이 연결된다는 차원에서 슈퍼그리드라는 용어가 더 자주 쓰인다. 메가그리드(Mega Grid)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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