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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평양 기생 67명의 풍류 담은 '녹파잡기' 발굴

fabiano 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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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의 평양 기생을 다룬 '녹파잡기' 필사본(고려대 '육당문고' 소장본·사진(위))과 대한제국 시대(1903년) 가마를 타고 외출을 준비하고 있는 기녀의 모습.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는 속담이 있다. 조선시대 평안도 일대를 다스렸던 관찰사(감사)가 평양에 있었고, 당시 평양의 관기(官妓)는 다른 어떤 지역의 기생보다 미모.재능이 뛰어났다는 속설(俗說)에서 유래했다.

19세기 전반 평양의 유명한 기생 67명을 다룬 소품문학서 '녹파잡기(綠波雜記)'가 25일 공개됐다. 명지대 안대회(한국한문학) 교수는 "개성 명문가 출신의 한재낙(韓在洛.생몰연대 미상)이 쓴 '녹파잡기'를 최근 찾아냈다"며 "말로만 전해졌지 실상은 제대로 알 수 없었던 평양 기생의 면모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말했다.

저자 한재낙은 개성 명문가 출신의 시인이다. 개성의 자연.사적 등을 기록한 '고려고도징(高麗古都徵)'을 썼던 정조.순조 무렵의 저명한 학자인 한재렴(韓在濂.1775~1818)의 친동생이다. 안 교수는 "과거에 급제하지 못했던 한재낙은 자신과 비슷하게 처지가 불우했던 기생의 삶과 문학에 호감을 느꼈던 것 같다"며 "시(詩).서(書).화(畵)에 능하고 선비들과 자유롭게 교류했던 옛 기생의 풍류가 처음으로 생생하게 드러난 자료"라고 밝혔다.

한재낙은 그가 직접 만난 평양 기생들을 서정적이면서도 사실적인 문체로 그려냈다. 사대부의 '파트너'라는 수동적 입장이 아닌 신분.지위의 한계 속에서도 자신의 재능.기예를 펴려고 했던 기생들의 긍정적 측면을 주목했다. 일례로 책에 처음 등장하는 기생 죽엽(竹葉)에 대해 필자는 "자태가 풍성하고 풍류가 세련됐다. 말소리는 호방한 선비와 같고, 가곡 솜씨는 당세의 우두머리"라고 평했다.

죽엽은 한재낙에게 "아아! 첩의 나이 벌써 스물넷이랍니다. 언젠가는 사내를 만나 그 사람에게 속박되겠지요. 그러면 어떻게 제 평소의 꿈을 이룰 수 있겠어요. 봄 가을 좋은 날에 명승지를 골라 거문고를 안고 가서 마음껏 노닐어 늙지 않은 이 시절을 놓치지 말아야죠"라며 '독립된 여성'의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진홍(眞紅)이란 기생은 "낮잠을 막 깼을 때 옅은 달무리가 (얼굴에) 생겨 봄날 같으니 교태와 부드러움을 이루 다 표현하지 못할 듯하다. (…) 붓을 쥐고 난초잎을 치고 있는데 그 고운 자태와 더불어 모두 향기가 난다"고 묘사됐다. 또 취란(翠蘭)이란 기생은 "손가락이 가는 파처럼 섬세하다. (성격이) 담박하고 물욕이 없어 남들은 화장품이나 사치품을 다투어 구하려 하지만 그녀만은 홀로 뒷짐지고 있으며, 남자들이 간혹 돈으로 유혹했지만 그때마다 완곡한 말로 물리치곤 했다"고 적혀 있다. 기생 이봉(移鳳)은 단아한 자태가 돋보였다. '밝은 창문 아래 정결한 서안(書案.책상)을 놓았다. 도서는 가지런히 제 위치를 지키고 있다. 티끌 하나 묻어 있지 않다. 말하고 웃는 모습이 담담하고도 우아하다'고 서술됐다.

'녹파잡기'는 두 권으로 이뤄졌다. 1권에는 평양 기생 67명이, 2권에는 그들 주변의 당대 명사 5명이 실려 있다. 안 교수가 단국대 도서관 '연민장서'에서 필사본을 복사한 것과 고려대 '육당문고' 필사본 두 종을 잇따라 찾아냈다. '연민장서' 필사본은 현재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안 교수는 "이번 책은 1927년 국학자 이능화(李能和.1869~1943)가 우리나라 기생의 역사를 처음으로 정리한 '조선해어화사(朝鮮解語花史)'에도 나오지 않는다"며 "조선 후기의 생활사.민속사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호 기자

2006.05.25 21:0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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