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site-verification: naverf83ad7df1bcc827c523456dbbc661233.html [퍼온글] 산본의 야외음악회 후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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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산본의 야외음악회 후기 3

fabiano 2 1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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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마당에서 빗자루 들고 서 있는 여자를 여섯 자로 줄이면 뭔지 알아요?"
화장실을 가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가 소녀처럼 하우스 문가에 기대어 서서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는 향이님을 보고 농담을 건넸다.
"뭔데요?"
"쓸데 없는 여자! ㅋㅋㅋ"
"거 말 되네.쿡쿡 "

분위기 메이커인 향이님은 노는 것도 화끈하게, 술 마시는 것도 화끈하게, 모든 게 화끈해서 여자 뿔다구 쯤 되는 줄 알았더니 비를 보고 감상에 젖는 걸 보니 마음결이 여린 여자임이 분명했다. 버튼 하나 누르면 간단하게 친구가 되어버리는 블로그 세상의 친구란 오랜 세월을 두고 사귀어 온 현실 속의 친구와는 분명히 다르다. 우리는 보고 싶지 않은 것은 안 볼 수도 있고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는 안 들을 수도 있다. 함에도 블로그 친구가 떄론 현실 속의 친구보다 더 친할 수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그것은 서로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백지 상태에서 만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느낌만으로 상대를  신뢰하고 자기 안에 들이는 일은 일견 위험천만 하고 경솔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그것은 가장 원시적인 본능에 기인한 것임으로 오히려 더 정확할 수도 있다. 마치 나비가 날개의 비늘이 반사하는 자외선으로 자신의 짝을 찾아내듯 블로그 게시판에 뿌려진 마음의 조각들을 통해 찾아낸 친구는 분명 특별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 멀리 부산에서, 전남 광양에서, 충북 영동에서 그 빗속을 뚫고 산본까지 달려올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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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베큐 그릴에서는 목삼겹살이 노릇노릇 익어가고 오가는 술잔 속에  이야기가 무르익어 오랜 친구처럼 어깨를 걸어도 전혀 스스럼이 없다. 산본역에 내려 학생에게 수리고등학교를 물었었다. 내 딴엔 어렵사리 말을 건넸는데 아무런 대꾸도 없다. 재차 물어도 반응이 없길래  어깨를 툭 쳤더니 그제야 학생은 내 쪽으로 돌아 보더니 황급히 귀에 꽂은 이어폰을 빼고 무슨 일이냐고 되물었다. 함께 길을 가도 저마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사람들, 그 학생의 모습이 현대인의 초상이 아니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별의 눈물샘이나 비의 태양을 피하는 방법은 알고 있어도 홍민의 그 매력적인 저음에 대해선 들어본 적 없을 것 같은 그 학생은 무슨 음악을 듣고 있었을까?   연못에 떨어지는 빗방울의 화음을 온몸으로 느끼는 부평초처럼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함께 음악에 취할 수 있음은 얼마나 큰 행복인가. 이 근사한 자리에 내가 끼어 있다는 것이, 이렇게 멋진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는 이 현실이 꿈결같지 않은가.

수리고등학교 앞에서  택시를 내려 뿔따구 성님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승요차를 보내주어 편하게 모임 장소까지 갈 수 있었다. 다행히 음악회는 시작되기 전이었고 똘강 선생님, 뿔따구 성님과 은하수님,고샅길님,도돌돌님과 찰례로 인사를 나누고 원두막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향이님과 물망초님은 지난 번 용산에서 뵌 인연으로 이미 오랜 지기처럼 반갑고 친근하다. 그야말로 한 번을 만나도 십년 된듯한 사람들, 처음 만나도 전혀 낯설지 않은 여러님들과 인사를 나누며 잠시 빈 속을 채웠다.  칠순의 엘레지 이용구 선생님과 다향 조규옥님, 멀리 광양에서 동부인 하여 올라오셨다는 햇빛 안연식님은 아드님 부부까지 온가족이 한자리에 모인 모습은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영동에서 올라오셨다는 파비아노님은 캠코더와 카메라로 생생한 현장을 담으시느라 여념이 없으셨고 사람들마다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수리산 자락의 주말 농장은 흥청거리고 있었다.


 
2 Comments
뿔따구 2006.06.02 09:24  
그 캠의 영화 언제 봅니까?
fabiano 2006.06.02 19:03  
바로 VHS로 만들어 뿔한테 진상해야 할게 아닌가? 생각중....Wait a minit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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