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site-verification: naverf83ad7df1bcc827c523456dbbc661233.html [연재수기] 자유찾아 천만리 - 탈북여성작가, 지현아
홈 > 블로그 > 내 블로그 > 이야기
내 블로그

[연재수기] 자유찾아 천만리 - 탈북여성작가, 지현아

fabiano 0 1283  
freedom.JPG
 
 
  3장. 탈북의 첫발을 내딛다.
 
     성경과 노부부의 기도
 
동생들은 지쳤는지 쌕쌕 잠이 들고 어머니도 힘들었는지 곤하게 잠을 청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자니 벌써 새벽 4시가 되었다. 갑자기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주무시는 방에서 소곤소곤하는 말소리가 들렸다. 미닫이 사이로 가느다란 한줄기의 등잔 불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너무 궁금한 터라 좁은 틈 사이로 나의 오른쪽 눈을 가져다 대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등잔불을 켜놓으시고 무릎을 굻고 두 손은 모아 쥐고 머리를 숙인 상태에서 뭐라고 자꾸 중얼거렸다. 도대체 뭐라고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나님’과 ‘예수님’ 그리고 ‘기도합니다.’ ‘도와주옵소서.’ 이런 단어들은 알아들을 수가 있었다.
 갑자기 뭔가 이상했다. 예전에 어머니가 동네 언니랑 함께 불법으로 도강을 해서 중국의 농촌에서 일해주고 하루에 돈을 10원 받고, 아니면 쌀을 한 배낭씩 메고 온 적이 있었다.
 그때 한번은 어머니가 중국 조선족 교회에서 하나님을 믿으면 쌀을 한 배낭 주고 또 돈을 준다는 소리를 하신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나는데 ‘구약성경’을 작게 만들어서 어머니가 가지고 온 적이 있었다. 북한에서는 수첩이 너무도 귀한 때라 난 그것을 수첩처럼 사용하려고 펼쳐 들었다.
 “하나님이 태초에 천지를 창조했다….” ‘이건 무슨 책일까?’하는 생각에 대충 책을 펼쳐 보았지만 도무지 알아듣지 못할 말이었다. 북한에서를 그런 하나님이라는 단어를 꺼내기만 해도 죽음을 면치 못하기에 그냥 접어버리고 말았다. 난생처음 그때 하나님이라는 단어를 성경책에서 보았다.
아버지는 그때 출장 중이었고 어머니는 그때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집에 없었다. 하루는 보위부 지도원이 나를 찾는다는 연락을 받고 지도원을 찾아갔다.
“너 할 말이 없니?”
 뜬금없이 할 말이 없느냐고 물어보는 보위부 지도원의 말에 괜히 떨렸다. 혹시 내가 무슨 죄를 지은 것이 아닌지 궁금했다. 요 며칠 사이의 일들을 그 짧은 순간에 죄다 되돌려 보았다.
“없습니다!”
“없다고? 흠~ 너 거짓말을 하면 나한테 죽을 줄 알아라. 들었니?”
 두 눈을 부릅뜨고 나에게 협박을 하는 것이 꼭 호랑이 같았다. 난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짐작했다.
“네!”
나지막하게 대답을 하는 나의 목소리는 두려움이 한껏 담겨져 있었다.
“정말 할 말이 없는 거지?”
“네! 없습니다.”
“없다! 너 남조선 안기부와 내통하지?”
 의자에 앉은 나를 눈여겨보며 어지러울 만큼 빙빙 걸어 다니는 보위부 지도원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을 물어보았다.
“안기부라니요? 전 전혀 그런 적이 없습니다.”
“야! 그럼 이게 뭐야?”
 책상을 쾅 두드리며 나에게 삿대질하며 꺼내놓은 것은 다름 아닌 그 수첩(구약성경)이었다. 나는 화들짝 놀랐다. 저게 어떻게 여기에 있을까?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너 이래도 잘못한 것이 없어? 바른대로 말해. 너 오늘 솔직하게 말을 안 하면 죽음을 면치 못한다.”
으름장을 놓는 보위부 지도원은 목 단추까지 열어젖히며 땀을 뺏다. 난 이대로 죽을 수는 없었다. 저 수첩이 어떻게 되어 여기까지 날아오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최소한은 내가 살아야 했다.
 “지도원 동지, 사실 저거 동굴 앞에서 주웠더랬습니다. 수첩이 없었던지라 그냥 주워서 옷 주머니에 넣고 집에 와보니 저런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지도원 동지한테 신고하려고 했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했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야!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내가 모를 줄 알아? 너 남조선 사람하고 만나서 무슨 이야기 했어?”
정말 난감했다. 내가 무슨 대단한 인물이라고 북한 간부들도 생각 못하는 남조선사람을 내가 어떻게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그런 질문을 들이대는지 어이가 없었다.
 “전 남조선 사람을 만난 적도 없고 이야기해 본 적도 없습니다. 전 그냥 그 수첩을 주웠을 뿐입니다. 정말입니다.”
“잘 생각하고 조금 있다가 내가 다시 왔을 때 그때까지도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면 넌 감옥이야!”
 이게 웬 말인가? 그 수첩이 이렇게 사람 목숨을 살리고 죽이고 하는데 엄마는 저걸 왜 가지고 왔을까? 그 순간 어머니가 미워졌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1시간 정도 지나니 보위부 지도원이 들어왔다.
 “다 생각핸?”
“지도원 동지, 저 정말입니다. 왜 제 말을 믿어주지 않으십니까? 정말 전 억울합니다.”
“흠! 정말 너 저걸 주운 거니?”
“예! 주웠습니다. 그것도 동굴 앞에서 주웠습니다.”
 당시 우리 마을 아래에는 기찻길이 있었고 자그마한 기차 굴도 있었다. 우리는 그 기차 굴을 동굴이라고 불렀다.
 “너 주었으면 신고부터 해야 할 거 아니야? 이게 뭔지나 알고 주워 들고 다녀? 하늘같으신 우리 장군님이 아닌 다른 신을 믿는다는 것이 말이나 돼?”
“잘못했습니다. 다신 안 그러겠습니다.”
“너 또다시 한번 이런 일이 있으면 그때는 용서 못한다. 나가 빨리!”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몇 번이고 인사말을 하고는 무시무시한 보위부 지도원 사무실을 나왔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하나님”이라는 단어는 너무 낯설지만은 않았다. 그런 일이 있어서 그런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걱정이 되었다. 만일 그 모습을 보위지도원들이 보았다면 어떻게 될까?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아마 죽였을 거라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쳤다.
 지금 생각하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하는 것은 기도였다. 하나님께 기도를 했던 것이었다.
똑 똑 똑…
“누기요?”
“아바이 납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기도가 한 15분 정도 시작됐을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웬 아줌마 두 명이 들어왔다. 배낭에 뭔가가 가득 담겨져 있었고 그들의 옷은 흠뻑 젖어 있었다.
“어우, 힘들다. 아바이 잘 있었음두?”
“난 잘 있었소. 어떻게 일은 잘됐소?”
“예! 모든 게 잘 됐고 넘어올 때도 잘 넘어 왔으꾸마.”
 할아버지와 아줌마들의 대화 속에서 난 이들이 중국을 다녀왔다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도대체 할아버지네 집에서는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또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까?
 
0 Comments
Hot

인기 여자 혼자 호텔에 갈 때

댓글 0 | 조회 1,441
Category
State
  • 현재 접속자 48 명
  • 오늘 방문자 1,060 명
  • 어제 방문자 2,538 명
  • 최대 방문자 14,296 명
  • 전체 방문자 1,306,383 명
  • 전체 게시물 10,948 개
  • 전체 댓글수 35,460 개
  • 전체 회원수 71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