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알파걸은 북한여성
뉴포커스 서영석기자2012.09.09 23:54:57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며 새롭게 등장한 용어 중에 “알파 걸 (ALPHA-GIRL)”이란 단어가 있다.
먼저 행동하고 (Active), 이끌고(Leader-ship), 끈기를 가지고(Patience), 열정을 가지고(Heart), 돌진하는(Ambitious) 여성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다.
알파걸은 여성이라는 사실에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사회생활에서 남자 못지않은 능력을 갖춘 여성을 뜻한다. 이러한
면에서 본다면 장마당을 누비며 남성 대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북한여성이야말로 진정한 “알파 걸” 이라 할 수 있다.
이들에게 서울에서 인천 정도의 백 리 정도 거리를 걷는 것은 기본이다. 보통 3~4일을 걸어가 물건을 판매하고 다시 집에
돌아와 가족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쉬지도 못한 채 또다시 집을 나와 장사를 하며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보수적인 북한사회에서 숨죽여 지내던 여성들이 이처럼 악착스런 모습으로 변하게 된 것은 오로지 가족의 생계문제
해결 때문이다. 처음 장마당에서 장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자존심과 체면 때문에 얼굴을 붉히며 수줍어하던 그녀들이었다.
탈북자 강 모 씨는 “선생님이던 제가 장마당에서 처음 좌판을 깔고 장사할 때 내가 가르치던 학생들과 마주친 순간
창피해서 숨고 싶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선생이 지녀야 할 자존심과 체면이 먼저 떠올랐죠.
그러나 장사를 안 했다면 우리 가족은 벌써 굶어 죽었을 겁니다.”
북한여성들은 이처럼 장사를 통해 살아남으려면 말처럼 쉬지 않고 뛰어야 한다. 물건을 빼앗는 통행증 검열을 피하려고
일부러 먼 길을 돌아가야 하고, 장마당에 도착해서도 단속을 하는 규찰대와 마주치지 않기 위해 또 뛰어야 한다.
그녀들이 등에 짊어진 것은 가족의 생계였고 목숨이었다.
북한에서 여성들이 시장의 주역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선군정치와도 관련된다. 북한 남자들은 중학교 졸업 후 의무병역제에
의해 대부분 군대로 끌려가고, 또 시장을 통제하는 세력이 남자군인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 가정의 세대주인 남자들에게는
사회적 지위와 권위를 부여하고 싶어 '바깥일'에 헌신하도록 하고 자신들은 '집안 일'을 도맡아 하는 것이다.
명품 가방을 들고 하이힐을 신으며 목걸이를 찬 채 한껏 멋을 부릴 나이들에 북한 여성들은 등에 짐을 지고 양손에는
가족의 식량을 들고, 운동화를 신은 채 목에는 전대를 차고 있다.
그녀들이 목에 걸친 전대속에는 가족의 생명이 담겨 있기에 다이아몬드 목걸이보다 더 가치 있을 것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접어두고 오로지 가족의 생존을 위해 오늘도 먼 길을 나서는 그녀들을 감히 아름답지 않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