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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낙원-낚시 조행기

fabiano 4 1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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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조그만 낙원

 직장생활을 하면서 낚시를 한다는 것은 무료한 나날의 권태나 짜증을 몰아내는 활력소임엔 틀림없다.
낚시의 매력에 끌리다보니 한때는 자유직업을 가진 사람이 꽤나 부러웠다.
하나 세상사 자기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어느 정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진대 주어진 여건에 대해 불평 불만을 갖는다면 개선될 여지는 별로 없다고 본다.
 내 직장은 발전소여서 굳이 배를 타고 원도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
눈앞에 깊고 푸른바다가 펼쳐져 있고 뜨거운 물이 나가는 배수구(排水口)
부근이 일급 포인트여서 추자군도나 녹동이 과히 부럽지 않다.
 이곳 낚시터는 일요과부 만든다고 바가지 긁는 마누라 눈치 안 봐서 좋고,
큰돈 깨지지 않고 그다지 나쁜 기상이 아니라면 맘먹은 대로 낚시를 할 수 있으니 그 얼마나 좋은가?
 진달래, 개나리가 필 무렵이면 배닿는 돌틈에서 우럭, 노래미, 바다장어를
잡아 즉석에서 회쳐 먹고 매운탕을 먹는 맛이란 꾼들만의 전유물이리라.
초고추장과 소주 두어병이면 방파제 석축에 무진장 붙어있는 굴이며 소라는 얼마나 멋진 성찬이며 "내 귀는 소라껍질"이라는 장 콕토의 서정(抒情)과
'해만 저물면 짭조롬히 향수(鄕愁)가 스며든다'는 C시인의 낭만이 있기에 더더욱 좋은 것이다.
 수박과 참외가 한창 익을 무렵에 손맛을 짜릿하게 해 주는 감성돔이 낚시꾼들을 매료시키고 바다에의 정취를 한껏 더해준다.
바닷물을 끌어 올리는 취수장(取水場)에서는 싱싱한 새우는 말할 것도 없고 물때가 맞으면 대하, 중하, 바닷가재, 쏙 등이 올라와 훌륭한 요리감이 되며
미끼로도 최상급품 구실을 한다.
그외에 잡어들은 해물잡탕으로 직장 동료들의 귀가길에 멋진 술안주가 되는 것이다.
 둥근 박이 초가 지붕에 내밀 때면 사리를 전후한 물때에 루어 캐스팅을 하노라면 보통 30cm이상의 농어가 물리고(30cm 이하는 깔따구라고 남도(南道)에서는 말한다.)  둥근달이 환한 백야(白夜)엔 70~80cm의 대형급도 나와 낚시의 매력을 더욱 돋우는 것이다.
 첫 바다낚시 무렵엔 도무지 요령 부득이어서 빈 바구니에 빈 마음으로 귀가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출조(出釣) 회수가 잦아짐에 따라 여자의 마음과 다를 바 없는 바다의 생리를 어느정도 알고나니 질과 양적으로 제법 만족감을 느끼고 낚시에서 인생의 한 단면(斷面)을 알게된 것이 조그만 보람이다.
 지난해 10월 중순경 석양이 수평선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을 무렵 꽁지가 흔들리는 하늘색 고기형의 루어를 던졌다.
 두어번의  캐스팅에 농어가 따라오다 되돌아 가는 것이 보였다.
세번째 캐스팅엔 좀 더 멀리하여 속도를 빨리 했더니 덜커덕하곤 걸리는게 중량감이 꽤나 묵직했다.
바늘을 빼려고(바늘털이) 요동을 치는 것이 낚시대가 마치 탱고를 추는 것이 아닌가?
뜰채없이 간신히 건지고 보니 60cm급의 대형 농어, 살이 올라 통통했다.
그날 회치고 매운탕을 하니 다섯 사람이 아쉽지 않게 포식을 했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생리가 고기의 세계에도 존재하고 있음을 인간 사회에 견주어 그날의 식탁에서 사람들의 입에 회자(膾炙)되기도 했었다.
 이 조그만한 우리들의 낙원이 있길래 신나고 살맛 나는 직장생활을 구가(謳歌)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낚시.
이래저래 부대낀 몸과 마음을 생기있게 해주는 활력소이며 확실히 멋진 레저이자 스포츠이며 한번쯤 산다는 데 있어서 무엇인가를 깨닫게 하는 강태공의 철학(哲學)이 거기에 있다.


이 글은 1986년 9월호에 <월간 낚시>에 실린 본인의 조행기(釣行記)인데 처음으로 원고료와 낚시대를 부상으로 받았었다.

4 Comments
mulim1672 2005.02.13 00:18  
86년이면 만 19년이 됩니다. 한창 때 서해 보령 앞바다에서 낚시를 즐기던 때의 기억이군요. 글을 자연스럽게 아주 잘 쓰십니다. 잘 읽었습니다.
fabiano 2005.02.13 06:18  
무림님께서 졸필을 읽어 주시니 보시기에 하찮은 잡문인데...그냥 써봤던 당시의 느낌이 지금도 선하네요. 30여년의 훈장님께 칭찬 들으니 몸둘 바를...고맙습니다.
고운(孤雲) 2005.04.04 15:02  
정말로 옛날생각이나는군 이글을읽고 생각나는 글을 하나 올려야겠군,기다리시게...몇일전 초교 홈피를보고 추억에빠져 낑낑대며 장문의 글을 올리는대 조작미숙으로 모두 날아가 부아가나서 포기했었지.....
fabiano 2005.04.04 16:36  
기억력이 좋아서 그시절 일을 어제 일처럼 잘 기억하고 있으니 틈나는 대로 글올리게. 이왕이면 명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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