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각하 오래오래 사십쇼! - [역사漫行]필화사건을 일으킨 시사만화들

 79년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과 80년 쿠데타와 광주학살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을 위시한 신군부는 언론 통폐합을 단행하고 보도지침을 만들어 국가안보사항 관련, 공공질서사항 관련, 국익저해 사항 관련 등의 통제원칙을 내세웠다. "신문의 경우 현 보도검열이 내용에만 국한됨을 악용, 편집기술을 발휘한 자극선동보도 확대 (1979년 11월 17일 언론통제정책자료 중)"등과 같이 신군부는 통제를 위한 통제를 내세우며, '보도검열단 세부검열지침'이라는 대책을 세웠다. 그리고 검열관은 신문사에 상주하며, 시사만화를 사전 검열했다. 양심적인 시사만화가들은 당시 사회를 매우 우회적이고 풍자적으로 표현했다. 

  1980년대 초반에는 모두 7개의 종합일간지가 있었다. 조간신문은 <조선일보>와 <한국일보>가, 석간신문으로는 <동아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서울신문>, <신아일보>가 있었다. 당시 신문에는 50-60년대 데뷔해 30여년동안 장수한 대표적인 만화들이 4칸 만화로 장기 연재되고 있었다. <동아일보>에는 김성환의 <고바우>가, <중앙일보>에는 정운경의 <왈순 아지매>가, <한국일보>에는 안의섭의 <두꺼비>가, <조선일보>에는 오룡의 <야로씨>가, <서울신문>에는 윤영옥의 <까투리 여사>가 연재되었다. 고바우, 왈순 아지매, 두꺼비는 모두 1955년에 처음 지면에 등장해 당시까지 연재를 이어가던 한국의 대표적인 시사만화였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안의섭 화백이1986년 1월 19일자 <한국일보>에 연재된 <두꺼비>에 당시 종양 등 건강이 악화되었던 레이건 대통령이 전두환 대통령에게 “대통령 각하, 오래 오래 사십쇼! 하는 짓이 마음에 쏙 듭니다. 건강하셔야합니다. 레이건.”이라는 편지를 보낸다는 만화를 그렸다가 수사기관에 연행되었다. 물론 신문연재도 중단뿐만아니라  가택연금에 들어가는 고초까지 당했다.

당시 레이건은 86년에 유명한 이란-콘트라사건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었으며, 전 세계의 양심적인 사람들에 의해 수많은 비판에 직면해 있었다. 광주항쟁의 영향으로 레이건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은 우리나라의 정서에 만평 ‘레이건의 편지’는 전두환이 보기에 썩 좋아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안의섭 화백은 그 뒤 1년 7월이 지난 1987년 8월 25일에 이르러서야 겨우 <한국일보>에 다시 연재를 재개할 수 있었다. 시사만화가 안의섭은 강원도 이천에서 태어나 음악을 전공하다가 55년 경향신문에 입사한 후 시사만화가로써 30여년간 직선적인 풍자, 통쾌한 해학 등을 통해 소시민들의 삶을 대변해 많은 사랑을 받았었다. 그리고 87년에 복직한 지 7년 후인 94년에 타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