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site-verification: naverf83ad7df1bcc827c523456dbbc661233.html 우물 안 개구리...정저지와(井底之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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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안 개구리...정저지와(井底之蛙)

fabiano 0 1220  

1. 동해 거북이의 나들이

 사회란 사람이 모인 조직입니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자 하는 성향을 보입니다.
그곳은 에누리없는 약육강식의 현장, 무기가 보이지 않는 전쟁터인 셈이지요.
장자는 역사상 어느 시대보다 그같은 지배와 음모가 심각했던 시대를 살았습니다.
그런 사회상황에서는 학문이란 효율적인 지배를 위한 도구로만 기능할 뿐이지 진리를 위한 도구는 될 수 없었습니다.
흡사 소크라테스가 이전 그리이스의 소피스트들을 질타한 것처럼, 장자는 당시의 중국을 휘젓고 다니는 변설가(辯舌家)들에게 냉소와 풍자를 실어 보냈습니다.

“아! 불쌍한 우물 안의 개구리들이여.”

 공손룡(公孫龍)이 위모(魏牟)에게 말했다.
어려서 나는 옛 성왕의 가르침을 배웠고, 자라서는 인의(仁義)의 도덕을 알았다.
<같음(同)과 다름(異)>을 뭉뚱그리고 <딱딱함(堅)과 흼(白)>을 뒤섞으며, 남이 부정하는 것을 긍정하고, 남이 논박하는 것을 정당화시켰다.
나는 온갖 학자들의 지혜를 곤혹시키고, 뭇 사람들의 말문을 궁하게 했다. 나는 내가 최고의 경지에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장자의 말을 듣고는 놀라 멍멍해져 버렸다. 내가 그보다 논변이 빠지는가, 혹은 지혜가 그만 못하냐.
그런데도 더 이상 입을 열지 못 하겠다. 어떻게 된 셈인지 내게 그 연유를 일러다오.”
공자 모는 책상에 기대 한숨을 내 쉬고선 하늘을 우러르며 웃었다.
“그대는 어찌 우물 속의 개구리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는가. 개구리가 동해바다의 거북에게 이렇게 말했다네.‘
얼마나 즐거운가, 나는! 우물 난간에 폴짝거리며 노닐다가 피곤하면 깨진 우물벽에 들어가 쉬며, 물 속에서는 겨드랑이께로 헤엄치다 피곤하면 턱을 물 위에 내놓고 쉬노니. 뻘 속에 뛰어들면 몸과 발등을 숨겨 위험을 피하지. 주변을 둘러 보아 나만한 장구벌레나 올챙이, 게가 어디 있으리. 게다가 웅덩이며 우물을 독차지한 즐거움이란 더할 나위 없는 것.
자네, 이리 와서 어디 한번 둘러 보게.’
그 권유를 따라 동해의 거북이가 우물 속으로 왼쪽발을 내려 놓기도 전에 오른쪽 무릎이 걸려버렸겠다.
발을 도로 빼낸 거북이는 미안해하며 바다에 대해 이렇게 들려주었지. ‘바다는 천 리로도 그 넓이를 재지 못하고, 천 길로도 그 깊이를 가늠하지 못한다네.
우왕(禹王)의 시대, 10년에 9년동안 홍수가 쏟아졌지만 물이 불어나지 않았고,
탕왕(湯王)의 시대, 8년에 7년동안 가뭄이 타들어갔어도 줄어들지 않았지. 시간이 흘러도 그만, 물이 들어오고 나가도 그만이라,
(외부의 변화에 영향받지 않는 것), 이것이 바다의 큰 즐거움이라네.’
이 말을 듣고 우물 속 의 그 개구리는 깜짝 놀라 얼이 빠져 버렸다는구만.”   


 2.  천지보다 거대한 터럭

장자는 우물 안 개구리의 자만을 안타까워 했지만 그렇다고 바다 또한 자신의 거대함을 자랑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인간은 작고 미천하고 열등한 것을 부정하면서, 보다 크고 위대하며 고귀한 것을 추구해 왔습니다.
사물을 구분하고 취사선택하는 태도는 자신을 포함한 세계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존중하지 못하게 합니다.
이같은 원초적 폭력을 멈추지 않고는 인간세계의 평온과 우주생명의 화해는 영원히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 장자의 메세지입니다.

하백(河伯)이 말했다. “그렇다면 천지는 거대한 것, 터럭은 왜소한 것으로 보면 되겠습니까.”
“아니지!”하고 바다의 신이 말했다. “사물의 크기는 무한정하고 시간은 영원하며, 상황은 무상하고 기간은 상대적이다.
하여 현명한 사람은 공간을 바라보아, 작다고 왜소하게 여기지 않고 크다고 거대하게 여기지 않는다.
사물의 크기는 무한정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시간을 읽어, 아득하다고 슬퍼하지 않고 바로 이전이라고 기뻐하지 않는다.
시간은 영원한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성쇠를 살펴, 얻었다고 즐거워하지 않고 잃었다고 근심하지 않는다. 상황은 무상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생명의 실상에 밝아, 산다고 달가와하거나 죽는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생존의 기간이란 상대적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아는 것은 모르는 것에 비길 수 없고(인간의 지식은 얼마나 하잘 것 없는가)
살아 있는 기간은 살아 있지 않은 기간에 비길 수 없다.(얼마나 짧은 생을 머물렀다 가는 것이랴)
무한히 작은 것으로 무한히 큰 영역을 궁구하려는 노력이 우리를 혼란과 불행에 빠뜨린 것이다.
이렇게 보면, 또한 어떻게 터럭끝이 가장 미세한 것이라 단정하며, 천지가 가장 광대한 것이라 궁구할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장자는 영원의 자리에 서서 우주적 화해를 말하기 시작합니다.
여러분들이 감을 잡기에는 너무 거창하고 막막한 소리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이것만큼은 깨닫고 실천해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 각자는 서로 살아온 환경이 다릅니다.
그에 따라 행동을 선택하는 성격이나 사태를 판단하는 관점들이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자신의 의견이나 생활방식만큼 상대방의 그것을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3. 자기 깜냥을 넘어

 <우물 안 개구리>는 장자가 창작해 낸 이야기는 아닌 듯합니다.
그때까지 민간에 유포되어 떠돌던 이야기를 장자가 나름대로 패러디(parody)한 것일 겝니다.
《순자(荀子)》라는 책에서도 우물 안 개구리는 “식견이 좁고 시야가 막힌 사람”을 빗대는 말로 나옵니다.
누군가가 나서서, 고대의 이상적 정치가들, 가령 아까 언급한 삼왕(三王)같은 사람들이 통치하던 시대에도, 권력과 지배는 남방과 북방의 끝에 있던 야만족에게는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른 제후국들은 매달 수시로 임금을 방문하여 문안도 하고 공물도 바치고 가는데, 야만국들은 일년에 한 번 정도 들렀으니 이것은 임금을 우습게 안 처사가 아니냐는 것이지요.
순자는 이런 주장에 대해 통치제도와 규범이란 상황과 신분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모르는 사람의 무책임한 견해라고 일축하면서 이들을 <우물 안 개구리>라고 불렀습니다.

“사람들이 하는 말에, 얕은 것으로는 깊은 것을 재지 못하고, 어리석은 자로는 똑똑한 자를 요리하지 못하며,
웅덩이 우물의 개구리와는 더불어 동해(東海)의 즐거움을 말하지 못한다고 하더만.”(《순자》 정론(正論)편)


 순자는 이 <우물 안 개구리>의 예화를 장자에게서 빌어다 썼을까요. 그렇다고 생각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이 거의 비슷한 시대 사람이라는 점, 그리고 순자가 장자를 언급하지 않고 단지
“사람들이 하는 말에(語曰)” 라고만 짚은 것을 보면, <우물안 개구리>는 옛날부터 민간에 떠돌던 이야기였을 것입니다.
아뭏든 이 개구리는 이후 여러 사람들의 입에 빈번히 오르내리는 영광(?)을 누리게 됩니다.
제가 알기만도 《후한서(後漢書)》 마원전(馬援傳), 송대 육유(陸游)의 《검남시고(劍南詩稿)》,
그리고 선종(禪宗)의 문헌인 《오등회원(五燈會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인용되고 있습니다.
그것을 일일이 밝힐 수는 없고 국어 교과서에 실린 예를 하나 인용해드리고 마칠까 합니다.

<독서의 의의, 인생의 의의로서의 독서>라는 이희승님이 쓴 글 가운데 있는 구절입니다.

 아무리 천재적인 지혜와 역량을 지닌 사람이라 할지라도 널리 남의 의견을 들어서
중지(衆智)를 모아 놓지 아니하면, 자기깜냥의 정와(井蛙)의 편견(偏見)으로 독선(獨善)과
독단(獨斷)에 빠져서 대사를 그르치는 일은 옛날부터 비일비재(非一非再)한 것이다.

 

이희승님의 충고대로, 여러분들도 자신의 식견이나 경험만을 전부라고 믿고 고집하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고, 즉 ‘정와(井蛙)의 편견(偏見)을 버리고’ 늘 타인의 그것에 언제나 열려 있는
개방적 자세로 공부하며 세상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출처 : 쏘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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