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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江 ⑥

fabiano 2 1166  
 
 
 
흐르는 江 6  
     
李麻露 작가의 말:
江은 흐른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역사도 흐르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민자들의 삶도 그렇다.
이 흐름 속에서 의 얘기는 바로 한 세대의 삶의 현장이 될 것이다.
나중에는 빛바랜 추억으로 남아있겠지만 당시엔 치열했던 그런 시간들을 반추해 보는 거다.
그러나 결국은 흐르고 말겠지. 그래서 江이라 부르고 싶다.
흘러 흘러가면서 많은 사연들을 담고 있는 그런 江.
조용히 소리 내 며 흐르다가도 때론 큰 포말을 일으키고 범람도 하며 살아있는 江.
 
모두가 너와 나 본연의 모습이리 라. 이민이란 파종(播種)이다.
전혀 다른 세계를 맞게 되면서 가치관과 질서의 혼란이 오고 직업은 물론이고 가정의 위계도 바뀌게 된다.
당연한 사연이지만 그런 변화 속에는 또 아픔도 함께 자리한다.
치유되기도 하지만 그 아픔에 함몰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민 오기 전의 관습, 이민 온 나라의 규범, 그 둘이 섞어져서 나오는 또 다른 형태의 현장들, 이 모든 것들이 시간에 따라 성숙하기에 이민 연수에 따라 또 다른 생각들이 어우러지며 갈등도 빚는다.
이런 이민의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서민 들의 모습을 담아보려고 했다. 흐르는 江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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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 시계
 
일 년에 한두 번 오는 전방부대 위문공연은 대단한 인기이다.
가수들의 노래도 그렇지만 중간에 공연되는 무용수의 현란한 섹시 춤은 아예 장병들이 졸도하고 그날 밤 화장실이나 어두운 곳에서 사병 들의 신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군대의 위문공연엔 잘 나가는 바쁜 가수들보다는 아직 뜨지 않았거나 인기가 약간 식은 가수들이 많이 찾아온다.
그런 가수들과 한바탕 손뼉치며 노래하다가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무용수가 등장한다. 처음엔 빠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던 무용수가 나중엔 슬로 음악에 따라 하늘 하늘 거리며 눈은 게슴츠레 뜨고 입은 약간 벌린 채로 서서히 입고 있던 옷도 하나 둘 다 벗어버리고 비키니와 같은 차림으로 엉덩이를 돌리거나 앞뒤로 흔들고 허리를 뒤틀며 엎드리거나 누워 마치 섹스를 하는 듯한 포즈를 취하면 장내의 사병들도 마치 자기가 그런 상태에서 그 무용수와 섹스를 하는 착각이 들어 몸살을 앓는 것이다.

 
마치고 나면 “야 난 앞에서 봤는데 그 무용수 털이 빤쓰 밖으로 몇 가닥 흘러 나왔는걸 봤거든. 아! 죽이데.” 하면 “야 김 상병, 웃기지 마. 걔네들이 털이 나올 게 어딧냐? 면도로 잘 단정해서 하트모양으로 다듬어뒀는데”, “아니 그럼 내가 본 건 뭐야?  면도하다 그 중에서 빠진 게 흘러 나온 건가?  하여간 꼬불꼬불한 게 빤스 밑자락에 붙어 대롱거렸다니까... 난 그것만 눈이 빠지라고 봤지. 미치겠더라고.”  “그렇다면 그년이 공연오기 전에 신나게 한판 뛴 모양이네.  X지털이 빠져나올 만큼 뛰었단 얘긴데 어떤 놈인지 신났겠구먼. 그년 빽판 돌리는 게 예사가 아니던데 말이야.....”,  “그러게 그런 년하고 한판 놀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몸살이 나는구먼. 몸살이...” 고스란히 내재된 원초적 본능이 아닌 원시적 욕구를 이렇게 말로 풀어나갔다.
가장 정력이 왕성한 시기에 붙잡아두고 금욕적인 생활을 해야 하니 견디기가 오죽하겠는가?  바로 그런 강요된 절제가 고생인 셈이다. 갇힌 생활에서 오는 강박감과 억압 그리고 욕구 발산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젊음이 힘들다.
 
우태가 느끼는 부조리는 식사도 마찬가지였다.
정월 초하루나 추석, 국군의 날과 같은 기념일에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의 육류가 특별 부식으로 나온다.
그런데 사병들이 배급 받는 국에는 도무지 건더기는 볼 수가 없고 기름만 둥둥 떠다니는 국물만 먹어야만 했다.
배고픈 군대생활에서 이런 날에는 분노마저 느끼게 된다.
오죽하면 ‘소가 장화신고 지나갔다’고 표현할 까?
그러나 그런 특식이 배급되는 날에 식당의 취사병이나 주번 당번, 소대장, 중대장 등은 크게 회식을 하며 난리를 부린다.
어떤 얌체 상관들은 고기 덩어리를 몰래 집에 싸가지고 가기도 했으며 일요일 점심 때 나오는 라면도 그냥 소금 국물에 끓인 팅팅 불은 라면이었다.
마땅히 라면 스프도 나와야 하는데 그걸 또 빼돌렸는지 맛도 없는 짠 라면을 먹는 것이다.
양을 속이기 위해 일부러 라면을 오래 끓여 불려 양만 많게 한다.
최소한 먹는 음식으로 그러면 안되는데 했지만 졸병이라 별 수 없어 국방부 시계만 쉼 없이 돌아가길 바랬다.

 
우태는 책 한권 읽기도 어려운 졸병생활에 민혜에 대한 그리움이야 많았지만 그냥 삭히며 계속 ‘X피리는 불어도 세월은 간다’만 외쳤다.
가끔 중고등학생들 의 위문편지가 똑 같은 내용으로 전달되었고 혹시나 하고 답장을 보내봤지만 역시나로 그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태는 학교 후배로부터 편지 한 장을 받았다.
활기가 넘치는 군대생활을 하게 되는 느낌이었는데 이는 우태가 학교 대학신문에 보낸 시가 실리면서 연결된 편지였다.
우태는 대학의 언론도 언론이구나, 이렇게 편지가 다 오다니... 하며 편지를 열어보았다. 우태는 바로 답장을 하였고 이로 인해 만나는 계기도 가졌고 계속 편지는 오고 갔다.

그런 얼마 후에 우태는 서울로 출장을 나왔고 둘은 광화문 덕수제과에서 만났다.
다방에서 만나기보다는 얼굴을 잘 모르기 때문에 덕수제과에는 군복을 입은 군인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아서이다.
실제로 경순은 우태를 바로 알아보았다.
밀크와 빵을 간단히 시켜 먹은 후에 둘은 길을 건너 무교동 낙지골목으로 들어섰다.
우태가 “낙지는 상당히 매운 음식인데 괜찮을지 모르겠네요.”하자 경순은 “아니 우태 선배! 여학생이 낙지를 더 좋아하는 거 몰라요? 낙지와 조개탕은 환상적인 콤비 아닙니까? 난 정말 우리 선조들에 감탄하는 부분이 많지만 특히 이런 음식의 조화에 대해선 너무 존경합니다. 낙지를 먹고 매운 입맛엔 뜨거운 조개탕 국 물이 최곱니다. 나중에 들어가 보세요. 아마 손님 중 반은 여자이고 여자들끼리도 많이 와요. 군대 가셔서 세상 물정을 다 잊으셨나 보네요.”하며 더 반가워하였다.

둘은 일단 낙지 집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고 막걸리와 소주 중 뭘 할까?  물으니 경순은 서슴없이 막걸리는 배가 불러 곤란하다며 소주를 시키자고 했다.
군복을 입은 후 비록 학교 후배이긴 하나 처음 만나는 여자였다.
여자와 만나서 술 을 먹는 다는 자체가 바로 기쁨인데 그것도 예쁜 후배와 함께하는 자리라 신이 났다.
우태에게 전방까지 면회 올 사람도 아예 없었지만 면회를 오기에도 너무나 먼 거리였다.


신성일, 엄앵란이 주연한 유현목 감독의 ‘푸른 별 아래 잠들게 하라’라는 영화가 그렇게 좋게 보여 진 것도 엄앵란이 신성일이 근무하는 전방까지 멀리 찾아와 둘이서 소대장의 허락으로 외박을 하며 하룻밤을 지새는 장면 때 문이었다.
영화 내용도 실화를 근거로 했다고 하지만 주인공 신성일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하 는 전체적인 스토리보다는 그렇게 전방 골짜기까지 찾아 나선 여주인공 엄앵란과 신성일이 나누는 바로 그 장면들이 가슴을 메웠다.

첫날밤을 전방의 움막에서 보내는 그 싱싱한 젊음과 낭만이 너무나 부러웠다.

민혜가 제발 엄앵란처럼 찾아와 주었으면 했지만 꿈같은 얘기일 뿐이다.
민혜가 나를 찾아올까? 하는 기대는 상상 속에선 가져봤지만 절대 실현될 수 없는 사건이라 더 서글퍼졌고 영화 는 더 멋있게 보였던 것이다.

경순은 우태에게 “군대생활이 너무 긴 거죠? 3년이 도대체 뭐야? 그리고 왜, 학교에선 또 교련을 한다고 난리인지. 정말 남학생들이 불쌍해요. 모두가 군대 걱정이니까. ROTC를 하면 편한데 어떤 학생들은 그건 바보티씨라며 절대 하지 않을 거라고 하던데......”
 
“사람마 다 형편이 다르니 뭐라고 할 순 없지. 다만 ROTC를 하면 데모도 하기 어렵고 학창생활이 군생활 과 섞여지는 것 같으니까 캠퍼스 라이프가 이상해지니 싫어하기도 하겠지. 군대도 아니고 학생도 아니고 이중으로 어중간하니까. 군 생활은 사실 너무 길긴 하지. 만약 제대 일자가 학기 등록기와 맞지 않으면 또 시간을 까먹으니까. 군대 얘기는 골치 아프고...
그런데 경순 후배 동인지는 잘 되가나 요?”
“네, 그럭저럭요. 그런데 강 선배도 꼭 한 편 주세요. 저희 동인지에 군대 간 선배의 글이 실리 면 더 좋을 거라고 다들 그래요. 일단 다양성면에서도 그렇고. 다시 부탁 드립니다. 이제 얼마 시간 이 없으니 이번 출장 나오신 김에 써주고 가세요.”

둘은 학교와 군 생활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2차 가기로 합의하고 이웃의 OB선장으로 들어갔다.
낙지 집에선 우태가 계산을 하니까 경순은 군인이 무슨 돈이 있느냐며 맥주를 자기가 살 테니 대신 동인지에 실을 시에 대해선 책임지라고 정확하고 명료한 부탁 발언을 했다.

 

2 Comments
Neptune 2011.05.14 15:56  
"푸른 별 아래 잠들게 하라"와 같은 신파조의 제목들이 그당시에는 시대를 풍미했습니다. 고색창연해 보이는 그시절의 포스트가 그리워 지는군요.
fabiano 2011.05.14 21:53  
65년도에 "푸른 별 아래 잠들게 하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대학 재학중에 군에 입대한 최영오 일병에게 온 애인의 편지를 고참병이 제 맘대로 뜯어보고 놀리고 모욕을 준 사건으로 기억이 생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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