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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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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麻露 작가의 말:
江은 흐른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역사도 흐르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민자들의 삶도 그렇다.
이 흐름 속에서 얘기는 바로 한 세대의 삶의 현장이 될 것이다.
나중에는 빛 바랜 추억 으로 남아있겠지만 당시엔 치열했던 그런 시간들을 반추해 보는 거다.
그러나 결국은 흐르고 말겠 지. 그래서 江이라 부르고 싶다. 흘러 흘러가면서 많은 사연들을 담고 있는

그런 江.
조용히 소리 내 며 흐르다가도 때론 큰 포말을 일으키고 범람도 하며 살아있는 江.
모두가 너와 나 본연의 모습이리 라. 이민이란 파종(播種)이다.
전혀 다른 세계를 맞게 되면서 가치관과 질서의 혼란이 오고 직업은 물론이고 가정의 위계도 바뀌게 된다.
당연한 사연이지만 그런 변화 속에는 또 아픔도 함께 자리한다. 치유되기도 하지만 그 아픔에 함몰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민 오기 전의 관습, 이민 온 나라의 규범, 그 둘이 섞어져서 나오는 또 다른 형태의 현장들, 이 모든 것들이 시간에 따라 성숙하기에 이민 연수에 따라 또 다른 생각들이 어우러지며 갈등도 빚는다.
이런 이민의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서민 들의 모습을 담아보려고 했다. 흐르는 江처럼...


 
* 명동시대(明洞時代)
 
독문학을 전공하는 민혜는 문학적인 소양보다는 평범하게 학점 위주로 공부를 하였는데 교직과목도 이수한다면서 여름방학도 잘 활용하였고 데모대 부근엔 얼씬도 하지 않았지만 우태에게 데모하지 말라고 하지 않는 방관의 자세였다.
비판은 하지만 참여는 않는 이기적인 도시적 타입이었다.
그러니까 민혜 와의 지금 만남이 무지하게 반갑긴 해도 뭔가 심드렁한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닌 아주 묘한 상황이었다.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기 때문인지 예전처럼 마냥 반가워만 할 수 없는 것은 그 동안의 세월의 궤적 탓인지 몰랐다.

우태와 민혜가 2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난 지금은 서로의 형편이 그렇 게 녹녹치가 않았다. 각자 자신의 삶을 살면서 아들 딸 낳고 작은 세계를 구축하다보니 두 사람이 만나는 지금의 상황이 세상의 상식과 어긋나고 충돌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아무 것도 아 니기도 하지만 선뜻 펼쳐놓고 만나기엔 뭔가 이상한 노릇 같고 그렇다고 만나지 않고 지내기도 섭섭한 그런 형편이다.

민혜는 우태에게 잔을 권하면서 “자! 건배. 둘만의 세계만 생각합시다. 오늘은” 
우태도 민혜의 잔에 자신의 잔을 가볍게 부딪치면서 “그래야지, 그리고 뭔가 좋은 방법이 나오겠지. 또 정녕 뭣하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도 될 것이고...”
“이사는 무슨....” 하며 민혜는 입속말로 중얼거 렸다.
문제는 그렇게 이사를 할 만큼 지금의 두 사람의 사이가 심각한 것인지...
그리고 우태에게 자신의 인생의 나머지를 맡겨도 될 만큼 사랑하는지 또한 그에 대한 젊은 날의 신뢰가 지금까지 유효한 지에 대한 결정은 아직 유보된 상태라고 생각했다.
 
참으로 우연히 만난 다음 두 사람은 몇 번의 가벼운 만남을 가졌고 오늘 이렇게 차터 하우스에서 식사를 마친 후에 2차로 가자는 것이 리쿼스토어(Liquor Store)에서 와인과 비프저키와 감자 칩을 사들고 ‘말리부 인(Malibu Inn)’으로 들어갔다.

 

* 국방부 시계

군대는 남자들만의 세계이다. 여군이 전혀 없진 않으나 간호장교를 비롯한 특수 분야에 해당되는 극 소수 인원만이다. 군 복무는 납세, 교육, 근로와 함께 국민의 4대 의무 증에 하나로 이 의무를 피해 나가는 정치인들이 곤혹을 치룬 적도 많다.
가장 큰 피해자가 이회창 한나라당 전 총재로 노무현 대통 령과 선거를 치를 당시 김대업이란 작자가 이회창의 두 아들에 대한 병역기피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고 이를 인터넷신문인 오마이뉴스가 매일 중계방송 하다시피 게재하는 바람에 대선에서 졌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가수 유승준도 군대문제로 병역을 피하려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였다가 아예 한국에 입국조차 거부당할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이렇게 국민의 정서상 군대문제는 피하기 어렵고 신성한 의무라고 하지만 우태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부정의 온상이며 젊은이들이 군대 가서 나 쁜 짓을 다 배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기존의 기득권을 다 포기하고 아침부터 시작되는 규칙적인 일과와 명령 복종의 규율에서 깨우치는 부분도 없지 않으나 젊은이들을 3년씩이나 붙잡아 두고 허송세월을 하는 것은 국력의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런 시간을 산업에 투자한다면 얼마나 효율적일까? 하고 생각도 했고 군대에서 쓸모 없는 사역 대신 기술을 가르친다면 국력이 상당히 증대하리라 판단했다.
실제로 군에선 너무 형식적인 일로 시간을 허송시켰다.
군대에선 군대만 의 용어가 많이 사용되는데 가장 합리적이고 듣기 좋은 말이 ‘X통수는 불어도 세월은 간다’와 기합을 받거나 힘든 사역을 하고 밤에 잠을 못자고 보초를 설 때에는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 와 같은 아무리 고달파도 시간은 흘러간다는 경구이다.
말하자면 주어진 복무연한 3년만 지나면 된 다는 뜻인데 사실 이 말을 마음속으로 되뇌이면 참으면 큰 힘이 되곤 했다.

 
이를 악물고 3년만 버티자는 각오가 새록새록 솟아나기도 하는 경구이다.
또 군대는 불가능이 없다면서 ‘X으로 밤송이를 까라면 까야지 무슨 말이 많아’하면 끝이다. 물론 X란 남자의 성기를 의미한다. 그 예민한 살갗으로 어 떻게 밤송이를 깔 수가 있으랴만 명령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무조건 복종과 실천만 있을 뿐 변명 이 필요 없다.
그러나 보니 명령을 내리는 사람도 실천 불가능을 알고 받는 사람도 마찬가지인데 서 로 암묵적으로 눈가림만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군대의 부정부패는 단순하지만 너무 만연하여 모두 들 당연하게 여기고 아무른 감각도, 가책도 느끼지 않아 나쁜 짓을 3년 안에 다 배울 것 같았다.
우선 훈련소에서부터 빽과 돈이 난무하여 카튜사, 방첩대, 행정학교, 후방지원대처럼 편한 곳에는 아무나 갈 수가 없고 전방의 보충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돈을 줘야만 그나마 괜찮은 곳으로 풀린다. 이를 보충대에선 소를 잡는다고 하는데 인사과 분류계에선 졸병부터 선임하사에 이르기까지 돈 냄새가 풀풀 난다.

물론 중대장, 대대장과 다 짜고 하는 일이다.
따라서 군대에서 사용되는 또 하나의 명귀가 바로 ‘맨 입에 되나’이다.
공짜가 없고 어떤 종류의 부탁이라도 뭔가 대가가 없으면 이루어지 지 않는다는 뜻인데 대신 이루어지지 말아야 할 사안도 돈이면 다 된다.
따라서 돈이 없거나 빽이 없 어 고생하는 군인들은 더 서러운 법이나 눈치로 누가 어떤 짓을 한다는 것쯤은 다 안다.

 
우태는 이렇게 젊은 인력을 별로 하는 일 없이 처박아 두는 국가와 행정당국이 한심스럽게 여겨졌지만 서서히 익숙해졌다.
군에서 졸병생활이란 매일 똑 같이 반복되는 사역과 보초 그리고 밤이면 마지막으로 내 무반에서 기합을 받는 순서이다.
아무 이유도 없이 맞을 때도 많고 고참병의 기분에 따라 좌우되는 하루의 평화였다.

군대에서 얘기 거리는 먹는 음식과 여자에 관련된 게 대부분이다.
여름이면 보리밥 에 풋고추와 된장에서 자장면과 만두, 조금 고급으로 옮겨가면 순대, 복국, 쏘가리탕 등이 등장하면 서 공상으로나마 배를 불린다.

 
여자는 평범한 여자보다는 긴자꾸에서 색골, 현대판 옹녀처럼 아주 색이 강한 여자들이 인기가 많고 장소도 그냥 집에서 한 섹스는 얘기 하지도 않고 야외나 보리밭, 눈 위에선 기본이고 남편을 산소에 묻고 내려오는 도중 길가에서, 바다에서 수영을 하면서, 영화를 보다 극장 화장실에서, 버스 뒷좌석에서 등 참으로 희한한 여자들과 별스런 곳이 다 나온다.
마치 서 울역 공중화장실 벽의 낙서와도 비슷한 얘기도 더러 한다.
“어느 여름날 친구 집에 갔더니 친구 누나 가 자고 있는데 팬티가 다 보여서...서서히 다가가 살며시 팬티를 내리고.... 손가락을 넣었더니...으~응 하며.....”와 같은 종류들이다.
 
여자를 보기 힘든 전방에선 그런 얘기를 듣고 하면서라도 잠시 젊음을 발산해야 하는 것이다.
민가가 인근에 없어 일반인 구경도 힘이 드는데 어쩌다 외출이라도 나가게 되면 눈이 벌게지고 몸빼 입고 밭갈이하는 할머니도 여자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두고 온 애 인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 3년 내내 몸살을 앓게 마련이다.

 
휴가를 가게 되면 애인을 만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혀로 핥아서 어떻게 하겠다는 나름의 작전을 얘기도 하고 휴가에서 귀대하면 그 시간 동안 자신의 애인과 어떤 식으로 뜨거운 밤을 지냈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중계방송 해야 한다.
고향에 도착함과 동시에 밥이고 뭐고 간에 기차역에서 바로 여인숙으로 가 올라탔고 여인숙 구들이 내려앉고 여자가 지르는 소리가 하도 커서 동네사람이 다 왔다는 등부터 시작해서 미처 팬티도 내리지 않고 했다는 둥 과장도 많다.

이런 경우에도 고참 사병들은 그냥 듣기만 하지 않고 중 간에 질문을 하면서 더욱 흥미롭게 이끌어 간다.
“그래. 오랜만에 맛을 보니 한마디로 어때. 새콤해? 아니면 콤콤해?”하면 “예, 아직 제 애인은 나이가 어려 새콤했지만 오기 며칠 전에 과부하고 한 판 벌렸는데 이년은 확실히 다르던데요. 그야말로 농익은 홍시 맛이 납디다. 제 애인은 한참 주물러도 물이 조금 나와 빡빡한데 아 이년은 손도 미쳐 나가지 않았는데 한강수라 철퍼덕거려 혼났어요.”
“그래 그렇다면 잘 돌리더란 말이지. 너 애인은 아직 돌리는 게 서툴러?” “아뇨. 잘해요. 그러나 과부 년에 비하면 아직 멀었지요.”어쩌구 하며 별 소설이 다 나온다.

 
이들의 얘기는 재미있게 하기 위해 꾸며낸 부분들이 많지만 그래도 들으면서 대리만족을 하는 것이다.
휴가 첫날은 24시간 포개고 빼지도 않고 있었다거나, 밥은 이튿날부터 먹을 정도로 그 짓만 했다거나, 코피가 줄줄 흐를 때까지 올라 타다가 여자의 얼굴에 마침내 피를 쏟았다든지 별별 얘기가 다 나온다.
상대 여성도 반드시 애인만이 아니다. 성에 굶주린 이웃집 과부에서부터 배신당한 친구 애인까지 등장하고 체위도 전, 후 좌우 아주 다양하다.
아마 그렇게 하고 싶다는 욕구의 다른 표현이기도 할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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