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site-verification: naverf83ad7df1bcc827c523456dbbc661233.html 박소영 특파원이 겪은 ‘1986년 일본’과 ‘2011년 일본’
홈 > 블로그 > 내 블로그 > 발전소
내 블로그

박소영 특파원이 겪은 ‘1986년 일본’과 ‘2011년 일본’

fabiano 4 1268  

1515116008107052.JPG1986년 4월 폭발사고 발생 며칠 후에 촬영한 소련(현재는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의 모습(위쪽)과 동일본 대지진 발생 사흘 뒤인 지난달 14일 위성에 포착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체르노빌·후쿠시마 AP=연합뉴스]

1986년 5월 초 비 오는 어느 날. 아버지의 전근으로 일본에서 고등학교에 다녔던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우산을 받쳐들고 등굣길에 나섰다. 그런데 등교하는 동네 초등학생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장화에 모자가 딸린 비옷과 우산을 쓰고 있었다. 몇몇 아이는 마스크까지 쓰고 있었다. 알고 보니 4월 26일 발생한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 때문이란다.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며칠 전부터 “곧 방사능 비가 내린다”며 우비를 장만했다는 것이다. “세계지도에서 보면 멀리 떨어진 소련에서 날아오는 방사능이 일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싶으면서도 손에 묻은 빗물이 찜찜해 교복 치마에 닦았던 기억이 난다.

 이런 여론을 형성한 것은 당시 일본 정부와 언론이었다. 일 언론은 연일 체르노빌 사고 속보를 전하며 일본 열도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의 5월 1일자 사설 제목은 ‘사상 최악의 원전사고와 소련의 책임’이었다. 사설은 “사고 원전에서 1000㎞ 떨어진 스웨덴에서도 평상시의 100배가 넘는 방사능이 검출됐다. 이는 안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중대한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아사히(朝日)신문도 같은 달 5일자 1면에 “8000㎞를 날아온 체르노빌 원전의 방사능이 일본 열도 전역을 더럽히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기상청에는 불안한 시민들의 문의전화가 폭주했고, 신문지면에는 물·우유·채소의 섭취에서 주의할 점과 세탁물 관리 요령에 대한 보도가 잇따랐다.

 일 정부는 소련 정부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은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사태 파악을 위해 방사선 의료 전문가 2명을 소련과 동유럽에 신속히 파견했다. 국회도 나섰다. 중의원은 “소련 정부는 원전사고의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하라”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고, 참의원도 과학기술특별위원회에서 일 정부가 소련에 사고 원인과 신속한 정보 제공을 요구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를 했다.

그해 5월 4일부터 사흘간 도쿄에서 열렸던 G8(주요 7개국+소련) 정상회의에서는 ‘원전사고성명’이 채택됐다.

성명은 “원전을 가동하는 모든 나라는 안전성을 확보해야 할 국제적 책임을 진다. 체르노빌의 경우 그 책임을 다하지 않은 소련 정부는 주요 7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요청하는 모든 정보를 즉시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리고 25년이 흘러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가 터졌다. 일 정부는 원전에서 수소 폭발이 몇 차례나 일어난 뒤에도 “방사능 누출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자국민들에게조차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서야 두 나라 사이의 원전 협력을 약속했다.

 일본은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며 이웃 나라에 통보도 없이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물을 4일부터 바다에 다량 방류했다. 사실, 원전사고 뒤 지금까지 방사능에 오염된 물이 얼마나 바다로 흘러들어갔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동안 일본에서 가장 가까운, 그래서 만일 일이 잘못될 경우 가장 큰 방사선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한국에 일본 정부가 과연 얼마나 정확한 정보를 얼마나 신속하게 제공했는지 궁금하다. 체르노빌 당시 G8 정상회의 성명에서 지적했듯 어느 국가든 자연재해를 비롯한 모든 환경을 감안해 100%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원전 가동의 대전제다. 체르노빌과 일본 간 거리는 약 8000㎞라지만 한국과 일본은 바다를 끼고 1000㎞ 남짓한 거리다.

 박소영 특파원

4 Comments
가야인 2011.04.07 14:55  
이번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정보제공이 태평양 건너 미국에는 알려주었지만 정작 이웃나라 한국은 통보도 않다가 나중에야 주일대사관 직원을 불러 통보하는 걸보면 어쩌면 얕잡아보는 것 같기도하고 진정한 이웃나라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습니다.
fabiano 2011.04.07 15:39  
일본은 애당초, 우리나라를 얕잡아 보고 지금까지 되먹지 않은 행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가면 이 땅도 지들 것이라고 우길 넘들입니다.
드넓은 광야 2011.04.07 16:57  
이번 원전사고를 처리하는 일본을 보면 과연 선진국인가 하는 의구심이듭니다 우왕자왕하는 모습하며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등 그와중에 독도문제까지 거론하는 모습을보니 안됐다는 생각이 벌받는구나로 바뀝니다
fabiano 2011.04.07 17:49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원전은 절대 안전하다고 강조했지만 이제는 믿지 못하게 된 빌미가 되었습니다. 일본의 경우, 체르노빌 사건보다 더 큰 사고임에도 쉬쉬하거나 축소 은폐하고 있습니다.
Hot

인기 송전탑 - 해외

댓글 2 | 조회 2,001
Hot

인기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2)

댓글 0 | 조회 1,295
Hot

인기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 2011. 4. 4.

댓글 2 | 조회 1,242
Category
State
  • 현재 접속자 83 명
  • 오늘 방문자 2,483 명
  • 어제 방문자 1,486 명
  • 최대 방문자 14,296 명
  • 전체 방문자 1,305,268 명
  • 전체 게시물 10,948 개
  • 전체 댓글수 35,460 개
  • 전체 회원수 71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