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site-verification: naverf83ad7df1bcc827c523456dbbc661233.html 사르트르의 구토와 조광조의 신독(愼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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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의 구토와 조광조의 신독(愼獨)

fabiano 2 1177  
 
L.jpg오늘날 겉은 화려하지만 안은 초라한 사람들이 많다. 얼굴을 고치고 머리를 다듬고 멋진 옷을 입는 것으로 안의 초라함을 감추는 일을 자주 본다. 외화내빈이다. 남에게 비치는 것만 신경을 쓰고 거울에 비친 자신, 자기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충실하게 하지 않는다. 사실 사람은 혼자만 있을 때 가장 힘들어 하고 자세가 많이 흐트러진다. 따라서 혼자만의 시간에 몸과 마음 그리고 자세를 단정히 한다는 것은 상당한 정신적 수양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 인간은 본래성과 비본래성의 자기가 있다고 말한다. 본래성을 가진 인간은 홀로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홀로 있는 본래성은 괴로운  사유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본래성을 갈구한다. 비본래성은 대중의 홍수 속으로 들어가 자아를 망각하는 것이다. 인파가 붐비는 거리를 걷거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하는 것은 마련된 틀 안에서 편안함을 찾는다. 편안하지만 발전은 없다.

이것은 사르트르의 <구토>에 나오는 로캉탱이 경험한 내용이다. "갑자기 그 놈이 거기에 있었어. 구토 말이야!" 혼자 고립된 로캉탱은 구토가 나오는 것을 면하려고 공원이나 카페에 들어가지만, 그것도 구토증을 면하게 해주지 못한다. 그만큼 로캉탱은 고립의 본래성이 강했다는 것이다. 다만, 음악을 들으면 구토 증세가 진정된다. 그 이유를 처음에는 모른다. 나중에야 조화로운 음조 때문에 구토 증세가 멈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따라서 본래성의 로캉탱은 비본래성의 타인이라는 존재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동양에서는 홀로 있는 것을 신독(愼獨)이라 한다.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道理)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삼가는 것이다. 하이데거가 말한 본래성과 비슷한 개념이 신독이다. 우리 선현 중에 정암 조광조 선생은 신독을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로 보았다. 그것은 내면의 순수성과 진실성을 갈고 닦는 것으로 여겼다. 정암은 <알성시책(謁聖試策)>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의 정(情)은 항상 나타나 있는 데서는 삼가고, 나타나지 않는 데서는 소홀해진다. 나타나지 않는 데를 더욱더 삼갈 것이며, 마음에서 생각이 날 때는 털끝만큼의 헛된 생각과 거짓이 싹틈이 없이 순수하고 의리에서 나와야 한다. 그러면 나라를 다스리는 도리가 다 옳고 다 아름다운 것이다."

1362743106.jpg내면의 도덕성은 남이 보지 않고 듣지 않는 데서도 모든 사람이 보고 듣는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안과 밖이 한결같은 마음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정암이 강조하는 최고의 덕목인 신독(愼獨)이다. 정암은 일상생활에서 이러한 신독을 실천했다. 정문손은 정암의 행실을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그는 과거에 합격하기 전부터 성리학에 뜻을 집중하고 성현의 업에 마음을 두어 연구를 정밀하게 하고 실천을 독실히 하며, 몸에 체득하고 마음을 깨닫고, 안과 밖이 함께 길러져서 겉과 속이 모두 바르며, 한마디의 말과 하나의 행동이 모두 도리에 어긋나지 않고, 하나의 움직임과 하나의 머묾이 모두 의리를 중시했으며, 강대한 기운이 이미 몸에 가득하고 공리(功利)의 사사로운 욕망이 속에 들어 있지 않았다."

정암의 앎과 삶의 일치를 엿볼 수 있는 기록이다. 지행합일(知行合一)이다. 안이 바르고 깨끗하면 그것이 밖으로 나온다. 사람의 눈이 똑바르며, 얼굴이 반듯하며, 행동이 절제되고 예의 바르며, 옷차림도 깨끗하고 멋진 모습으로 나타난다. 어떤 사람이 겉을 아무리 꾸미더라도 말과 행동 그리고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정신과 생활 자세가 어떠리라는 것을 대체로 판단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도 쉽게 점칠 수 있다. 거울에다 얼굴뿐 아니라 마음을 비추어보는 것도 필요하다. 얼굴은 마음이 거울에 비친 모습이다. 사람은 얼굴대로 살았고, 살아가고, 살더라는 것이 내 경험이다.

서양의 지성들도 의외로 동양의 선비 정신을 지니고 있다. 서양의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스피노자, 데카르트, 헤겔, 칸트, 러셀, 사르트르 등 전부 도덕적이고 정신적인 지성을 지닌 사람들이다. 선비란 도덕(道德)을 몸에 지닌 사람이다. 동양에서 말하는 도(道)란 일상에서 당연한 이치를 행하는 것을 말한다(日用事物之間當然之理). 덕(德)이란 도를 닦아서 생긴 품성, 즉 오늘날의 말로 하면 실천을 통해 쌓인 올바르고 넓은 마음과 자세를 지닌 것을 뜻한다. 도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과 <중용>에 나오는 신독(愼獨)이다. 혼자 있을 때 삼갈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작성자 : 자유몽상가
 
2 Comments
드넓은 광야 2011.01.05 12:48  
가끔은 현재의 제얼굴과 미래의 제얼굴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집니다 비록 물질적으로 풍족하진 못했어도 마음적으로 편안하게 살고자했던 모습이 어떻게 비추어질지 ...속으로 선한 인상으로 남앗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fabiano 2011.01.05 17:19  
과거의 순수한 열정이 세월따라 바래지고 풍요로운 현대이기는 하나 인간상실의 늪에서 허우적 거립니다. 시대와 환경에 따라 많이 변한 자신의 모습을 봅니다. 드넓은 광야님께서는 좋은 마음과 인상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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