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site-verification: naverf83ad7df1bcc827c523456dbbc661233.html 호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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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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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롱불

                                                              - 김 상훈

 

석유를 가득히 부은 등잔은

밤이 깊도록 홰가 났다

 

끄을음을 까--맣게 들어마시며

노인들의 이야기는 죽구 싶다는 말뿐이다

 

쓸만한 젊은 것은 잡혀 가고

기운 센 아이들 노름판으로 가고

애당초 누구를 위한 농사냐고

이박사(李博士)의 이름을 잊으려 애썼다.

 

곳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흉한 소문이 대소롭지 않다

 

이백 석이 넘어 쌓여 있는 곡식이

그들의 아들이 굶어 죽는 데는

아무 소용이 없었던 까닭이다.

암닭이 알을 낳지 않고

술집이 또 하나 늘었고

손주 며느리 낙태를 했다고

등잔에 하소연해보는 집집마다의 늙은이

잠들면 악한 꿈을 꾸겠기에

짚신을 삼아 팔아서라도

부지런히 석유만을 사왔다.

 

 

 

(시집 {대열}, 1947.5)

[참고] 시인 김상훈(金尙勳)

. 1919년 경상남도 거창 출생.

. 중동중학, 연희전문학교 문과 졸업.

. 1946년 김광현(金光現), 이병철(李秉哲), 박산운(朴山雲), 유진오(兪鎭五)등과

{전위시인집}을 간행, 해방 직후 조선문학가동맹에 가담.

. 시집 : {전위(前衛)시인집}(1946), {대열(隊列)}(1947), {가족}(1948)

2 Comments
김바사 2010.11.10 19:09  
마치 신경림의 시를 읽는 느낌이군요...좋은 시 입니다.
fabiano 2010.11.10 21:02  
그 시절에 벽속의 호롱불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다소, 보기 드문 호롱불이어서요... 그 시절의 아픔을 호롱불에 연관하여 지은 시가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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