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
fabiano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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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4 20:31
방위 근무를 할 때의 일이다. 광주 31사단에서 3주 훈련을 마친 뒤 읍내 중대본부로 배치되자 조막막한 선임방위들이
호된 시어머니 노릇을 하기 시작했다.
"이 놈의 새끼덜. 눈동자들이 싹 갔구나, 갔어.
너!" 방위복 색깔이 약간 바랜 고참방위가 우리 신병 중 하나의 배를 검지 손가락으로 툭 쳤다.
"예, 이병 000!" 하이, 이 좃같은 새끼 봐라. 복창소리가 완전히 색시시, 색시여."
심술궂게 생긴 얼굴이 묘하게 찌그러지더니 그는 다시한번 그 신병의 배를 역시 손가락으로 푹 찔렀다.
신인류 "예, 이병 000!"
"아쭈구리, 갈수록 기어들어가? 선배를 한참 물로 보는 모양인디. 그라고 배에는 기름이 잔뜩 끼어불고. 느그덜은 오늘 선배가
뭣이고 군대가 어떤 데라는 걸 제대로 좀 알 필요가 있것다. 알것지, 이 새끼덜아."
뭔가 잘근잘근 씹어먹을 것 같은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반질반질하게 광택이 난 그의 워커짝은 그 신병의 가슴팍으로 날았다.
"윽!" 신병이 비명과 함께 땅바닥으로 굴렀다.
일차로 먹이를 처치한 고참은 부동자세를 한 채 파르르 떨고 있는 옆 신병에게 발걸음을 옮겼다.
시옷자 모양으로 차양이 굽어진 모자를 삐딱하게 재껴쓴 채. 그리고 두 손을 구부정한 허리 뒤로 맞잡고서.
"예, 이병 △△△!"
신인류 그는 지을 수 있는 경멸의 표정을 얼굴 가득 새겨넣더니 역시 날랜 옆차기로 한방 날렸다.
바람을 가르는 솜씨에 두 번째 먹이도 맥없이 땅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야, 이 새끼덜아. 우리가 입대할 때는 느그덜 같지가 않었어. 억꾸산이 쩡쩡 울리도록 복창소리가 컸단 말이다. 그란디
이 새끼덜은 피죽도 안 묵고 자랐는지 왜덜 이 모양 이 꼴덜이여?
"뻣뻣하게 굳어진 고개를 이리저리 두어 차례 돌리더니 그는 "아, 이 새끼덜 정신이 바싹 들 때까지 손덜 좀 봐줘라"는 명을
나머지 고참들에게 지시한 다음 "에이, 개새끼덜. 에이, 개새끼덜" 하면서 중대본부 앞 막걸리집으로 향했다.
신인류 그날 우리 신병 8명은 사실상 초상을 치는 날이었다.
군기 잡는다는 이유를 붙여 인근 여고 운동장으로 끌고 간 고참들은 날이 어두워지도록 온갖 폭력과 폭언을 퍼부었다.
줄줄이 눕게 한 다음 징검다리를 건너듯 고참들이 차례로 우리 등을 딛고 달려다녔고, 신음소리를 낸 신병에게는 뭉둥이 세례도
부족해 돌멩이를 집어던져 박살을 냈다.
여고생들이 자율학습을 하다 말고 창밖을 내다보며 "방위들 죽는다.
방위들 다 죽는다"며 소리쳤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고참들의 가혹한 신병 길들이기는 계속됐다. 얼마가 지났을까?.
오토바이를 탄 관할 예비군중대본부 중대장이 부랴부랴 학교로 달려오고 있었다.
오토바이를 탄 관할 예비군중대본부 중대장이 부랴부랴 학교로 달려오고 있었다.
순간 고참들의 징검다리 건너기, 몽둥이 세례가 거짓말처럼 그쳤다.
신인류 숨을 몰아쉬고 달려온 우리 신병들의 구세주 중대장은 오토바이에서 내리자 마자 고참들을 혼내기 시작했다.
신인류 숨을 몰아쉬고 달려온 우리 신병들의 구세주 중대장은 오토바이에서 내리자 마자 고참들을 혼내기 시작했다.
"야, 이 새끼덜아. 후배 군기를 잡으라고 했제, 사람 잡으라고 했냐?"
"중대장님, 사람 잡은 것은 아니고요 군기만 살짝 잡고 있었습니다. 그라고…."
"야, 이 자석아. 군기만 살짝 잡었는디 방위덜 다 죽는다고 여고생덜이 전화로 신고를 하고 난리가 났것냐?"
"야, 이 자석아. 군기만 살짝 잡었는디 방위덜 다 죽는다고 여고생덜이 전화로 신고를 하고 난리가 났것냐?"
"예, 시정하것습니다!"
구세주 중대장은 시정하겠다는 그 한 마디를 믿고선 '조심해'라는 말을 건성으로 남긴 뒤 다시 중대본부를 향해 사라졌다.
차렷자세로 꼿꼿이 선 신참들에게 다시 공포와 불안이 밀려왔다.
신인류 "여고생년덜, 재숫대가리없이 전화질을 해대? 에이, 씨부럴년덜! 공부도 못한 것덜이 놈 꺽정은 끔찍이도 한다,
끔찍이도 해! 에이, 재수 없는 년덜!!"이빨 사이로 침을 틱 뱉고 난 고참은 우리 쪽으로 독사눈 같이 살기 번득이는 시선을
돌리더니 "여그서는 안되것다. 지금부터 백림소로 이동한다. 실시!"
일통은 여기서 본격적으로 벌어졌다.
학교문을 나서면서 우리는 뒤로취침자세로 이동했다.
길로 가는 것도 아니요 깊이갈이를 해놓아 울퉁불퉁한 논을 고개가 비틀려 거꾸로 빙빙 도는 풍댕이처럼 그렇게 우리는
학교문을 나서면서 우리는 뒤로취침자세로 이동했다.
길로 가는 것도 아니요 깊이갈이를 해놓아 울퉁불퉁한 논을 고개가 비틀려 거꾸로 빙빙 도는 풍댕이처럼 그렇게 우리는
천방지축으로 기어갔다.
고참들은 "요것덜 봐라.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것덜이 벌써부터 요령을 피워?" 라며 발길질과 몽둥이질을 그치지 않았다.
황야의 카우보이들도 그렇게 가혹하지 않았으리라.
신인류 논바닥과 논두렁을 몇 개나 넘었을까.
정신없이 거꾸로 기어가고 있는데 여기저기서 '풍덩!' '풍덩!' 소리가 났다.
그리고선 나도 이윽고 풍덩 소리를 내고 있었다.
농수로에 빠진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카우보이식 매 타작은 계속됐고, 잠시 주춤했던 우리는 다시 풍댕이처럼 뒤로
취침자세로 '좆나게' 기어갔다.
얼마를 기어갔을까.
우리는 드디어 탐진강 백림소 제방에 도착했다.
고참들은 제방 위에 다시 줄을 세우더니 "지금부터는 철조망 통과훈련을 혀야것다. 이 씹새끼덜아." 라는 일갈과 함께 다시
뒤로취침자세로 눕도록 서릿발같은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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