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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낡은 사진첩 속 서울역, 그때 그 추억들

fabiano 0 1295  


          낡은 사진첩 속 서울역, 그때 그 추억들
          만남과 이별의 사연, 역앞에서 찍은 가족사진…
          복합문화공간 탈바꿈 앞두고 이야기·자료 공모
          박돈규 기자 coeur@chosun.com 1515096476965329.gif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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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5년 10월 어느 날의 아침 서울역. 승객들이 짐 위에 앉아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조선일보DB
"눈 뜨고도 코 베어간다는 서울…. '초보 대환영'이라는 문구를 보고 찾아간 업소는 사람을 팔아 넘기는 곳이었다. 나는 소리가 날까봐 신발까지 버리고 뛰었다. 한참 달려가니 서울역 시계탑 불빛이 보였다. 내 인생의 '등댓불'이었다."(김영희씨)

"서울역 대합실의 사람들 틈으로 오십대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상상으로만 그려왔던 어머니가 눈앞에 서계셨다. 삼십여 년 동안 가슴 속에 쌓여 있던 원망도 미움도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었다. 엄마…."(송현이씨)

"3층 대합실 긴 의자에 앉아 있으면 빈대가 물어뜯었고, 2층 구내식당은 늘 양요리 냄새를 풍겨 배고픈 나그네의 식욕을 자극시켰습니다. 열차 발착 안내방송은 일본어였지만 아주 구슬프고 구성진 음성이라서 멀리 떠나는 사람은 애절해졌지요…."(이용구씨)

구(舊) 서울역사(驛舍·사적 제284호)가 새로 탈바꿈한다. 1925년 문을 연 뒤 2004년 고속철도 개통으로 기능을 멈춘 서울역은 만남과 이별, 기쁨과 슬픔, 분노와 용서가 뒤범벅된 공간이었다. 이곳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할 계획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9월부터 '서울역에서 만든 추억을 찾습니다'라는 이름의 이야기·자료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24일까지 이야기 165건, 사료 및 사진 15건이 접수됐다.
첫돌도 되기 전 생이별한 어머니를 30여년 만에 상봉한 일, 인신매매단에 끌려갈 뻔한 사연, 19년간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병원치료를 받다 열차 안에서 한 생일잔치, 서울역 앞에서 오도가도 못할 때 어묵 파는 할머니에게 도움을 받은 추억, 남산도서관을 다닐 때 서울역 앞에서 자주 헌혈을 해야 했던 일 등 다양한 '서울역 스토리'가 접수됐다.

1945년 1월부터 경성지방철도국에서 근무한 이용구(82)씨가 보내온 사연에는 1942년쯤으로 기억되는 엽기적인 사건이 들어있다. "서울역 2층 대합실에서 귀부인 차림의 아편 밀수꾼을 검거했는데, 죽은 어린 아이를 미라로 만들어 그 뱃속에 아편을 넣고 갓난아기처럼 업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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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5년 서울역 앞. 사람들이 표를 사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조선일보DB
박영우씨는 35~36년 전 명절에 서울역에서 시골 갈 차비와 어머니께 드릴 용돈 3만원을 날렸다. 옆에서 잘한다고 부추겨 야바위꾼에게 돈을 걸었는데 '꽝'이었다. 결국 돈을 다 날렸고 야바위꾼은 1000원을 쥐여주고 사라졌다. 박씨는 "몇 시간을 멍하니 있다가 어머니께 '바쁜 일로 이번 명절에는 못 갑니다'라고 편지를 써야 했다"고 술회했다.

서울 역장(驛長)의 모자, 서울역 업무일지 같은 사료와 1969년 서울역 앞에서 찍은 가족사진 등도 들어왔다. 사진 속 서울역사에는 '간첩 잡아내기 운동 전개'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 사진을 기증한 권영태(50)씨는 "누나와 사진을 찍었는데 어떤 아저씨가 다가와 '사진 찍은 값을 내라'고 해 10원짜리 지폐를 뺏길 뻔했다"고 말했다.

구 서울역사를 관리하고 있는 문화부는 2010년 만들어질 서울역문화관(가칭)에 이 자료들을 '스토리텔링 관광' 형식으로 전시할 예정이다. 구 서울역사는 내년 4월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해 2010년 6월 전시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개관한다. 문화부는 "내년 중 복합문화공간의 명칭을 공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이야기·자료 공모는 11월 15일 마감되며 우수작을 뽑아 총 1400만원(1등 500만원)의 상금을 준다. 문의 (02)540-5650
입력 : 2008.10.2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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