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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인간>의 작가 손창섭씨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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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문화] 한국현대문학의 커다란 공백으로 남아있던 도일(渡日) 은둔 작가 손창섭(87)씨의 행적이 30여년만에 베일을 벗었다.

1950∼60년대에 걸쳐 ‘잉여인간’ ‘신의 희작’ 등 주옥같은 단편소설로 한국 문단에 충격을 던지며 당시 사상계 주관의 동인문학상(1959)을 수상했던 손창섭은 ‘가장 뛰어난 전후 세대 작가’로 평가받던 73년 12월말 돌연 일본으로 건너간 이래 지금까지 생사마저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손 작가가 도쿄 근교 한 노인 전문병원 6인실 병실에서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본보가 지난 15일 첫 확인했다.

도쿄 근교 히라시쿠루메시의 한 서민 아파트에서 부인 우에노 지즈코 여사(84)와 함께 살아온 손창섭은 지난해 9월 급성 폐기종 증세로 입원, 혼수 상태를 오가며 병마와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손창섭은 지난 15일 혼미한 상태에서도 ‘선생님’이라고 호칭하자 “난 선생이 아닙니다. 선생이라고 불릴만한 인간이 아닙니다”라고 짧게 일어(日語)로 답한 후 눈물을 비치며 한동안 회한에 잠겼다.

우에노 여사가 바짝 붙어서서 귀에 대고 “30여년만에 서울에서 처음 찾아온 사람”이라고 소개하자 놀란 눈을 떠 쳐다보았고 간호사의 부축을 받아 휠체어에 옮겨탄 후 다소 의식을 회복한 듯 싶었다. 그러나 자신의 소설이 수록된 작품집을 보여주며 제목을 언급하자 “전혀 기억 나지 않는다”면서 초연한 미소를 보였다.

그는 지난해 8월 호흡 곤란으로 구급차에 실려 열흘 쯤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했다. 이후 온몸이 부어오르는 신부전 증세를 보여 다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나 노인성 치매까지 겹쳐 정상적인 두뇌활동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우에노 여사는 “자신이 쓴 글도 읽지 못한다”, “머리가 텅 비어버린 백지 상태가 안타깝다”면서 순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찍어냈다.

손창섭은 73년 도일 이래 97년까지 귀화하지 않고 한국인으로 살아왔으나 일본의 외국인 등록법에 따라 매년 등록을 갱신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지난 98년 아내의 성을 따라 귀화, ‘우에노 마사루(上野昌涉)’로 개명했다.

우에노 여사는 “남편의 도일을 둘러싸고 한국 생활에 대한 환멸 때문이라는 등 세간에 떠도는 소문은 들어 알고 있으나 그건 전혀 사실과 다르다”면서 “일본에 나가 살겠다며 2년 먼저 떠나온 나를 따라 홀연히 현해탄을 건너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손창섭은 70세까지 일본의 주간지 '신조(新潮)'등의 청탁을 받아 글을 쓰기도 했으나 전성기 당시 인간의 심층을 파고 드는 촌철살인의 글이 아니라 주로 신변 잡기류의 에세이였을 것이라는 게 우에노 여사의 증언이고 보면 그는 일본에서 작가가 아니라 자유인 손창섭으로 살았던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절대 집에 보관하지 않는 특이한 성격 때문에 어떤 작품을 발표했는지 현재로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도쿄= 국민일보 쿠키뉴스 글·사진 정철훈 기자

손창섭은?

1922년 평양의 가난한 집안에서 2대 독자로 태어났다. 14세 때 집을 떠나 만주를 거쳐 일본으로 건너갔으며 쿄토와 도쿄에서 고학으로 중학교를 마친 뒤 니혼대학을 중퇴한다. 단편 '공휴일'(1952)로 문단에 나온 이후 전쟁이 만들어낸 기이한 공간인 한국사회의 현실 속에 내팽개쳐진 인간의 모멸감과 허무를 압축해 보여주며 50년대를 자신의 연대로 평정해버린다. 60년대 들어 '신의 희작' '잉여인간'을 잇따라 발표하며 휴전 직후에서 4·19 사이에 물질적 결핍과 물리적 황량을 문학적으로 대응한 전후 세대 최고의 문제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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