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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칼럼 [기자의 눈] 다른 각도에서 보는 미네르바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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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세 전문대졸 백수’라는 간판에 집착하는 우리사회
제2 ‘미네르바’ 등장 막으려면 우리 모습 되돌아봐야
전경웅 기자 2009-01-10 오후 6: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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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미네르바 박모씨에 결국 구속영장 발부(09/01/10)
지난 1월 7일, ‘아고라 경제대통령’ 미네르바가 검찰에 체포됐다. 검찰이 밝힌 그의 이력은 나이 31세, 공업계 고교와 공업계 전문대학을 졸업한 무직자. 이에 우리나라는 물론 외신들까지 한바탕 떠들썩했다.

특히 좌파 진영 인사들과 일부 언론사는 ‘30대 전문대졸 무직자가 그런 글을 쓸 수가 없을 것’이라며, 정부의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우파 진영의 일부 사람들은 ‘너네가 말하던 경제대통령이 결국 전문대 나온 백수냐’며 아고라와 좌파 진영을 조롱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뒤집어보면, 왜 우리나라가 그동안 ‘미네르바’에게 휘둘려 다녔는지를 보여준다.

‘무직’ ‘전문대卒’이 잘못인가

이념성향을 벗어나 지금 ‘미네르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오는 것이 바로 ‘31살 전문대 졸업 무직자’라는 표현이다. 이 뜻이 뭘까. 쉽게 말하자면 ‘전문대나 졸업해 취직도 못한 30대 백수가 어디 감히 그런 류의 글을 쓸 수 있는가’하는 의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사 제목과 대화에 집착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편협함과 저급함, 허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기자 또한 이번 ‘미네르바’ 체포에 있어 의문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만약 그가 진짜 ‘미네르바’라고 한다면, 그의 정치적 성향을 제외하고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고 본다.

▲쉽지만은 않은 거시경제, 특히 환율 분야에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져 나름대로 예측을 할 만큼 열심히 공부했다는 점 ▲부단한 연습으로 검색능력과 문장 능력을 키우려 애썼다는 점 ▲비록 우리 경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했다는 점 등은 어떤 면에서는 칭찬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이런 노력을 통해 다음 아고라라는 거대 커뮤니티를 휘두르고, 나중에는 우리 사회의 실물경제에까지 파급효과를 보여줬다는 점은 그의 실력과 운(運)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그가 만약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만 주어진다면 우리 사회에 큰 도움이 되는 인재도 될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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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2월 29일 '미네르바'가 다음 아고라에 올린, 문제의 '정부 긴급업무명령 1호'. 검찰은 이 문서가 '허위사실유포'에 해당된다고 판단, '미네르바'를 추적, 체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 언론은 물론 좌파 진영의 일부 지식인이라는 자들이 떠들어대는 건 이런 그의 노력에 대한 감탄이 아닌, 그의 학력과 ‘무직자’라는 ‘겉모습’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미네르바의 ‘겉모습’에만 집착해, 그의 사생활을 모두 까발리고, 비웃고, 조롱하고 있다. 좌파 진영, 특히 그 중에서도 지식인이라는 자들은 그동안 ‘미네르바’를 ‘국민의 경제스승’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며 영웅화 작업을 하다, 그의 정체가 드러나자 ‘지금 잡힌 미네르바는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허수아비’ 따위의 음모론이나 써대고 있다.

‘386 新기득권’의 사람 보는 법?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기자도 금융계 ‘주변’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다. 당시 여러 경제 커뮤니티에서 만난 ‘엘리트 금융인’이라는 사람들 중에는 ‘정말 이런 사람들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나’하는 걱정만 나오게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학창 시절에는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르나, 투자회사 직원이라는 사람이 거의 매일 술에 절어 지내면서, 접대와 야합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국제 금융시장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대형 국영 은행 간부로 활동하면서 국내 최고의 인재로 불리고 있었다.

한편, 밤낮없이 실력을 키우려 노력하고, 타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려 했던 젊은 사람들이 권력 주변을 맴돌면서, ‘학벌’이나 ‘배경’ 외에는 내세울 게 없는 사람들에게 공격당하거나, 그 자리에서 밀려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처음 사람을 만나면 ‘어느 학교 졸업 했냐, 전공이 뭐냐’는 질문이 빠지지 않는 것도 봤다. 이런 모습들을 너무 자주 보면서 ‘아, 이래서 우리나라에 금융 위기가 온 것이구나’하는 성급한 생각까지 했었다.

<프리존뉴스>를 싫어하시는 일부 독자들께서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그런 기회주의자들이 바로 지금 한나라당 지지하는 수구세력들’이라고 하시겠지만, 그건 큰 오산이다. 이들 대부분은 소위 ‘유명 대학’을 나온 3~40대의 ‘일부 386 세대’들이었다. 그리고 상당수가 지금까지도 민주당 지지자다. 이들은 강남 아파트에 살고,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노동자의 해방’ ‘기득권 세력 타도’ 운운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나이 든 세대는 달랐다. 당시 50대 후반이던 전직 국책은행 간부는 아주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 겸손하고 정직한 태도 때문에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또 다른 한 분은 대기업 해외 법인장까지 지내고, 해외에서 업무 실력을 인정받은 분임에도 항상 소박하게 생활하고, 정직한 정책을 고수한 때문에 종종 젊은 금융인들과 의견이 충돌하기도 했다.

그런데 현재 이 분들은 현업에서 거의 손을 때다 시피하고 있다. 은행권 후배에게 들은 바 최근 금융권의 실세들은 40대에서 50대 초반에 이르는 소위 ‘운 좋은 386 세대’들이라고 한다. 그 중 일부는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키우기 보다는 자기 실력이 모자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 타인에 대한 비판에만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기자가 보기에도 이 세대의 많은 수가 실력 보다는 때를 잘 만난 덕분에 지금 우리 사회의 기득권 세력이 되었다고 본다. 이들은 학창 시절에는 시위에 참여하거나 노느라고 졸업 평점 3.0을 넘는 사람이 드물 정도였음에도, 80년대 후반 당시 대학 숫자가 적고 경기가 좋았던 탓에 웬만한 대학만 졸업하면 대기업을 골라서 입사했다. 90년대 후반에는 외환위기로 인한 구조조정이 일어나면서 생긴 자리를 채우느라 빠르게 승진했고, 일부는 김대중 정부가 만든 IT 거품에 편승해 ‘묻지마 투자’를 받으면서 입지를 탄탄하게 굳혔다. 언론계와 학계 또한 여러 가지 이유로 이들이 주력이 됐다.

검증된 실력보다는 운이 좋아 사회 기득권이 된 이들 ‘일부 386세대’가 가진 거라고는 좋은 대학 나왔다는 것 외에는 없었다. 그 때문인지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는 대학 졸업 후의 인생 보다는 대학 졸업 전까지의 학력이 모든 인생을 좌우하는 풍조가 번지기 시작했다. 제2의 기회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새로운 성장산업이라던 IT 산업의 발전 역시 ‘386세대’들이 장악한 뒤로는 새로운 대기업이 나타나지 않았다. ‘386세대’들은 그 이유를 ‘다른 세대들보다 우리가 월등한 실력과 혜안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런 ‘386세대’의 주장이 그럴싸해 보였다. 하지만 그 아랫세대들이 서서히 나타나면서 ‘386세대’는 긴장했다. 비록 취업의 기회는 선배들에 비해 매우 적었지만, 최초의 자력 배낭여행 세대, 최초의 외국어 열풍 세대, 최초의 실용주의 세대라는 점에서 ‘386세대’들이 갖지 못한 실력을 두루 갖춘 경우가 많았다. 성격이나 태도 또한 권위주의와는 거리가 멀어 자기 의견을 당당하게 밝히는 게 보편적이었다.

실력, 노력, 경험 등 다방면에서 ‘386세대’보다 나은 다음 세대들은 그러나 ‘386세대’가 사회의 新기득권 세력이 되면서, 언론 등을 통해 지금도 무기력하고 실력 없는 세대처럼 비춰지고 있다. 또한 이제는 60대 이상인 ‘386세대’들의 윗세대는 우리나라 산업화를 성공시킨 장본인들임에도, ‘사오정’ ‘오륙도’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회에서 쓸쓸히 퇴장했다.

제2의 ‘미네르바’ 등장, 막으려면 우리 모습 되돌아봐야

한편, 이번에 체포된 ‘미네르바’와 같은 아래 세대들은 이런 新기득권이 물들인 우리 사회의 이상한 가치관에 주눅이 들어 있는 세대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이 있어도 유명대 출신이 아니면 대기업은커녕 중견기업에도 취직 못하는 세상, 유명대 출신 아니면 세상에 자기 목소리조차 마음대로 내기 어려운 게 우리나라라고 생각한다. 이러니 이들 세대 중 지방대 또는 전문대 출신자에게는 금융권 진출이란 '공상'과 같이 보이기도 한다. 익명에 기대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무명 전문대를 졸업한 31살의 젊은이가 독학으로 배운 경제지식을 통해 우리 사회를 뒤흔든 ‘미네르바 사건’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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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는 작년 11월 18일 클로징 멘트를 통해 '요즘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로 시끄럽다. 찬반 논란이 있고 월간지에 기고가 실리고 비난 방송까지 나왔다. 이렇게 된 까닭은 그의 분석이 정부보다 더 정확하고 논리적이기 때문'이라면서 '누구인지 찾아내고 입을 다물게 하기보다는 미네르바의 한 수에 귀를 기울이는 게 맞아 보인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이 같은 주장은 당시 좌파 진영의 목소리와 동일하다. 

우선 ‘미네르바’의 등장에 열광했던 다음 아고라와 언론을 비롯해 그의 주장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자들의 실력과 속내가 여실히 드러났다. ‘미네르바’의 글을 자세히 살펴보면, 인용한 사실을 토대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어느 순간 지나치게 논리를 비약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때는 현실과 동떨어진 극단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의 글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 검증 없이 무비판적으로 인용했다는 점은 현 정부에 대한 비난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세력들의 실력과 속내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정부 조직의 문제다. 촛불난동의 기억 때문일까. 정부는 ‘미네르바’가 등장하고 그에 대한 호응이 날로 높아지자 장관이 직접 나서 그가 주장한 문제에 대해 해명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그러면서도 그의 주장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반박은 하지 않았다. 이게 무슨 뜻일까. 어쩌면 해프닝으로 끝날 일을 제대로 진화하지 못하면서, G20 의장국을 맡은 나라의 관료 수준을 그대로 드러낸 건 아닌가. 여기다 기획재정부가 고발을 하지 않았음에도 ‘허위사실 유포’라는 죄명으로 그를 체포, 구속영장을 신청한 검찰의 모습 또한 민망한 수준이다.

세 번째는 우리 사회가 인재를 판단하는 기준의 문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 사람을 판단함에 있어 잠재력이나 성실성, 실력 보다는 그 사람의 배경, 학력에만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드러났다. 즉, 안전을 이유로 미래의 성장 가능성보다는 과거에만 집착하거나 ‘아는 사람’만 쓰는 경향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우파로 전향한 한 인사는 ‘(사람을 학벌로 판단하는) 이런 경향은 오히려 우파 진영보다 좌파 진영이 더 강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네 번째는 ‘엘리트’를 자처하는 우리나라 금융권의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 금융가의 애널리스트 리포트에는 비판적 전망이 거의 없다. 주식가격이 오른다는 리포트를 내야만 영업이 잘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따지거나 냉정하게 판단하기보다는 두루뭉술한 장밋빛 전망이 주류를 이루다보니 제도권 금융인보다 ‘미네르바’의 글이 더 신뢰를 얻었다는 주장은 우리나라 금융계가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대목이다.

끝으로 ‘미네르바’는 현 정부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핵심 인물들의 가치관 문제도 드러났다. 이 부분은 우파 진영에서도 계속 나오는 이야기다. 학벌 위주로 사람을 뽑다보니 대통령의 정책을 책임지고 이끌어나갈 사람보다는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점, 여기에 편승한 일부 청와대 인사들과 관료들의 ‘학벌지상주의’적 속성은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미네르바’ 체포 이후 더욱 네티즌들로부터 조롱당하고 있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2008년 5월 서울대 법대 동문모임에서 ‘지난 10년 동안 기획재정부(옛 재정경제부)내에 서울대 법대 인맥이 다 없어져 일을 시킬 사람이 없다’ ‘(내가) 재경부에서 일할 때 상관이 내 윗사람을 제치고, 서울대 법대를 나온 나와 후배한테만 일을 시켰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서울법대가 다 해 먹는다’고 불평했지만 일을 잘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등의 발언을 해 사람들의 실소(失笑)를 자아내기도 했다.

또한 이명박 정부 출범 뒤 한 청와대 인사가 우파 단체들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경력을 문제삼아 ‘품위가 없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한동안 논란이 되기도 했다. 초기 청와대 인사 인선에서도 특정 학교가 집중된 점은 많은 잡음을 낳기도 했다.

이처럼 이번 ‘미네르바’ 사건은 체포된 사람이 진짜 ‘미네르바’인가 하는 세간의 의문 보다는 우리 사회가 가진 적잖은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특히 ‘미네르바’ 사건을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그늘’은 반드시 사라져야만 한다. 그래야만 ‘수구좌파’라는 곰팡이들이 피어날 수 없다.

그리고 ‘미네르바’와 같은 젊은이들이 집안에서 사회에 대한 불만만 제기하는 게 아니라 사회에 동참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도록 해 이들이 좌파들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다.

프리존뉴스 전경웅 기자(enoch@freezon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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