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site-verification: naverf83ad7df1bcc827c523456dbbc661233.html 여백(餘白)
홈 > 블로그 > 내 블로그
내 블로그

여백(餘白)

fabiano 13 955  
 

가을 끝자락에서


다소곳이 바람에 나부끼어 한 잎 두 잎 거리 위를 말없이 구르다가

발길에 채이는 낙엽의 속삭임은 인생의 허무와 무상이 그 속에 들어 있는 양,

또 인생을 비웃는 조소가 그 속에 들어 있는 껴안고 싶으리만치 다정한 듯

귀여운 듯이 느껴진다.

없어진다는 것, 사라진다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서 슬픈 일일지 모른다.

신록을 자랑하던, 푸르게 무성했던 잎사귀들이 누렇게 물들고 말라서

떨어진다는 것은 슬픈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차피 밟히어야만 할 저의 운명을 말없이 다소곳이 받고 겨울바람에

나부끼며 거리를 구르는 낙엽은 인생보다는 훨씬 영리한 듯 불행도 불만도 없이

제 갈 길을 굴러가는 폼이 한없이 아름다워 보인다.       


                                                                                      金光洲  <落葉과 같이>



1515090837229201.JPG


1515090838742928.JPG 

1515090838920657.jpg 

1515090839577558.jpg

1515090840327518.JPG


낙엽이 거리 위를 뒹군다는 것은 가을이 깊어가고 그 끝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낙엽은 우리에게 어떤 추억거리를 간직하게 한다.

또한 낙엽을 보면 무엇인가 사라져 버리는 상실감이 들기도 한다.

여름 내내 푸름을 뽐내며 싱싱하게 서있던 나무들이 하나 둘 앙상한 가지를

드러낼 때면 가슴 한 편에 허전함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인간에게 시간의 흐름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즉 영원하지 않은 인간의 생명을 새삼스레 깨우쳐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낙엽은 상실감만을 주는 것도 아니다.

낙엽이 쌓인 산길을 걷노라면 그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낙엽을 밟는 소리를 들으면 괜히 콧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떨어진 나뭇잎인데 썩어 없어질 것인데 낙엽은 우리에게 또 다른 사고의 즐거움을 준다.

그냥 포근함을 느끼게 해준다.

지나 온 삶의 자리를 생각하며 홀로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낙엽은 썩어야 제 맛이다.

썩어서 없어져야 제 역할을 다 한 것이다.

그러나 낙엽은 인간의 시야에서 결국은 사라지지만 결코 죽는 것이 아니다.

나뭇잎이 떨어진다고 하는 것은 또 다른 생명력을 위한 준비이기도 하다.

곧 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북이 쌓아놓은 낙엽을 태우며 그 연기를 맡으면 맹렬한 생활의 의욕이

생긴다고 했는지도 모른다. 



                                                                                                             글     신성근 신부


Les Feuilles Mortes (古葉) - Yves Montand
13 Comments
觀水 2008.10.27 15:16  
餘白- 참 좋은 말입니다. 나이가..그림에도,글에도,풍경에도,하늘에도,삶에도 , 그 여백이 좋아지는 우리가 그런 나이인가 봅니다. 일교차가 심한 요즈음 감기 조심하십시오.
fabiano 2008.10.27 18:55  
마음에 여유를 두라는 이야기지요.  순리대로 살며 너그러이 이해를 하며...이브몽땅의 고엽이 낙엽지는 듯한 노래와 함께... 역시, 조심하시고...
2008.10.27 20:03  
가을이 곱게 물들어 갑니다.^^
fabiano 2008.10.27 20:21  
오늘, 고향마을에 가서 이런저런 가을을 담아 봤슴다.
흰구름 2008.10.27 21:53  
뻑뻑한 일상에서 낙엽, 그리고 여백이 담긴 글 사진을 보니 차분해 집니다. 안녕하시지요..
아저씨 2008.10.28 12:34  
낙엽을 밟아야 가을의 정취를 느낄수 있지요.....
fabiano 2008.10.28 20:53  
낙엽은 시간의 흐름을 일깨워 주네요. 삶이 빡빡하더라도 여백 있는 마음이 있어야죠,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이 돠시기를...
fabiano 2008.10.28 20:56  
바스락 대며 밟히는 소리를 들어야 제대로 가을을 느낄 수 있습니다.  ㅎㅎㅎ..
fabiano 2008.10.28 20:59  
佛家에서 말하는 윤회설이 생각나지요. 생로병사를 또한 느끼고요...
해야 옹해야 2008.10.29 10:02  
바람 따라 흩어질 낙엽을 담아 태평양 너머까지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군요.
fabiano 2008.10.29 20:23  
장소에 따라 낙엽의 이미지도 다른 느낌입니다. 고향을 연상시키는 낙엽, 고엽 등이 이브몽땅의 스산한 노래와 함께....
고샅길 2008.10.29 23:49  
그간 여일하시지요...낙엽 배경음악이 일품입니다...!!!
fabiano 2008.10.30 05:26  
염려지덕에 늘~....이브몽땅의 고엽은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아니, 앞으로도 계속 불려질 것임니다.
Category
State
  • 현재 접속자 49 명
  • 오늘 방문자 1,301 명
  • 어제 방문자 1,486 명
  • 최대 방문자 14,296 명
  • 전체 방문자 1,304,086 명
  • 전체 게시물 10,948 개
  • 전체 댓글수 35,460 개
  • 전체 회원수 71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