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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가 주는 교훈

fabiano 0 2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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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바닷가로 낚시를 갈 때면 어김없이 왕대나무로 만든 낚싯대를 들고 나갔다.

당시에는 인공재료로 만든 낚싯대가 귀하던 때라 대부분 대나무를 사용했는데 제법 큰 물고기가 걸려도 부러지지 않고
무지개처럼 휘어지는 그 유순함이 신기하기만 했다.

대나무는 싹이 튼 후 무려 4년간이나 땅속에서 뿌리를 뻗어나가다가 5년째에 죽순이 되어 땅 위로 머리를 내밀면
불과 50여 일 만에 20여 미터까지 무섭도록 자라는 신기한 존재다.

언제나 곧고 푸른 모습 때문에 예부터 곧은 신하나 군자의 상징으로 묘사되곤 했는데
시경에서는“고아한 군자가 여기 있네. 깎고 갉아 낸 듯, 쪼고 가다듬은 듯 정중하고 위엄 있는 모습이여” 하며 대나무를 극찬하고 있다.

짙은 녹즙 같은 푸른 대나무 숲길을 걷던 후텁지근한 어느 여름날 이른 아침, 대나무 잎에 앉아 있던 이슬 몇 방울이
산들바람에 못 이겨 내 손등과 목덜미에 떨어졌다.

그 아리도록 차가운 느낌은 더위에 지친 내게 무한한 행복감을 안겨 주었는데 하물며 매일 아침 이슬을 먹고 사는
초목들이야 얼마나 행복할까.

아침 햇살 와 닿으면 사라져 갈 그 영롱한 이슬이 대나무 숲 속에 똬리 틀고 있는 온갖 초목들을 촉촉이 적셔 갈증을 풀어주는
생명수가 되기도 하니 어느 시인이“내가 만일 풀잎을 촉촉이 적셔주는 이슬이라면 그대 가슴에 살며시 내려앉아
영원히 젖어 있을 것이다”라고 읊은 시구가 생각난다.

시리도록 푸른 잎으로 절개를 노래하며 영롱한 이슬을 품고 있다 대지의 품으로 되돌려 보내는 대나무,
길고 긴 인고의 세월을 땅속에서 보내며 생존을 위한 완벽한 준비를 끝내고 대지를 뚫고 나오는 순간 망설임 없이
하늘을 향해 뻗어가는 대나무, 탐욕을 벗어버려 속이 비어 있고 그래서 가볍지만 인간사회가 필요로 하는 온갖 생활용품을
만들 수 있도록 자신을 가꾸고 아낌없이 드리는 대나무, 우리네 삶을 품고 자라서 사람 사는 곳이면 흔히 볼 수 있는 대나무,
자신이 따뜻하기 때문에 추운 겨울에도 푸른 잎을 거두지 않는 대나무, 굽을지언정 쉽게 부러지지 않는 대나무,
비록 하찮은 존재일지 모르지만 모진 세파에 시달리는 우리 인간들이 대나무에 깃들어 있는 신비스러운 삶에서
인생의 지혜를 배워야 할 것이다.

잠자리나 제비가 땅 가까이 낮게 날면 날씨가 나빠지고 짜디짠 바닷바람과 모진 모래바람을 맞고도 해당화는 분홍빛 꽃을 피우듯이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나름대로 생존과 존재가치에 대한 신비함이 있게 마련이다.

절개와 군자의 대명사로 기나긴 세월 땅속에서 말없이 뿌리를 내리다 기회가 오면 절대로 놓치지 않는 기회포착의 명수인 대나무,
이슬을 보듬어 대지를 적셔 주고 인간생활에 필요한 존재로 자신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희생과 봉사의 대명사인 대나무, 그
것이 주는 교훈을 되새겨 오늘을 후회 없이 살아야 하지 않을까.
어느 누구도 어제를 다시 살 수는 없기 때문에.

<배상기 (예)해병대 소장·(주)진로 상임감사bskgideon@hotma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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