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정전협정일이 다가왔다. 비록 완전한 종전이 아닌 정전으로 끝나 아쉬움이 남지만 나라를 위해 분투했던 참전용사들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휴전선 남쪽에서 누리는 작은 평화마저 지켜내지 못했을 것이다. 6·25 참전용사 중에는 지금도 나라사랑과 지역사회 봉사라는 기치로 노익장을 과시하는 분들이 많다. ‘6·25 참전 강화청소년 유격동지회’도 그렇다.
이 단체의 회원들은 6·25전쟁 당시 14~17세의 소년유격대와 18~19세의 청년유격대로 강화도를 지켜내기 위해 맹활약한 참전용사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6·25 당시 강화지역 해안경비와 순찰에서 맹활약했다. 1951년 1·4 후퇴로 황해도 개성군 개풍에 많은 피란민이 몰려들자 이틈을 이용, 공산당의 잠입 활동이 강화될 때도 유격대의 활약 덕에 강화도를 지켜낼 수 있었다.
1951년 1월 북한군 패잔병과 공산당원 등 800여 명이 강화를 통해 월북하는 것을 차단, 상당수를 사살하고 북한군 17명을 생포한 전과도 거뒀다.얼마 전 열린 세미나에서 김상철 경기대 교수의 발표를 통해 이들의 활약상을 처음 접한 후 새삼 참전용사들의 희생에 감사하는 마음이 솟아났다.
만약 똑같은 상황이 내게도 닥친다면 과연 그런 어린 나이에 희생정신을 발휘할 수 있을까 자문해 보면 문득 나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다. 더 놀라운 점은 이들 참전용사가 유격동지회 산하기관인 ‘강화화랑 환경보전 실천운동위원회’를 통해 환경 보호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요즈음 같은 여름 휴가철이면 회원들이 노구를 이끌고 나와 강화군의 대표적 관광지인 내가면 외포리 포구와 화도면 함허동천 등지에서 쓰레기 줍기, 거리청소 등에 앞장서고 있다. 또 군내 20여 개 낚시터에 회원들을 배치, 쓰레기 되가져가기 운동 등 환경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매년 동막해수욕장에서 환경정화 활동을 벌이는 한편 휴가객을 대상으로 쓰레기 분류배출 및 쓰레기 줄이기 홍보캠페인에 앞장, 깨끗한 관광강화 이미지 제고에 앞장서고 있다. 고려 궁지 등 문화유적을 보존하는 데도 열심이다. 때로는 회원들이 푼푼이 모은 돈으로 군 내에 있는 어린이 보육시설 계명원 등 사회복지시설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위문품을 전달하기도 한다.
국가의 운명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을 때 나라를 지킨 유격동지회 회원들이 지금은 내고장 환경보호와 자원봉사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 자원 입대로 나라를 지켰고 8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쉬지 않고 노익장을 과시하며 지역 환경 파수꾼으로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는 그들을 생각하면 새삼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다.
전쟁의 포성이 멎은 지 55년, 새삼 참전용사들의 노고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정책 당국은 지난 2월 6·25 참전유공자를 국가유공자로 대우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그에 상응한 보상책을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할 때다.(konas)
김상철(인천대 행정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