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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어 서당

fabiano 0 1140  

거시기라는 마을에 모로쇠란 사람이 있었다.

 

쓰고 단맛을 맡을 수가 있고, 말을 못하는 벙어리라도 구변이 떨어지는 폭포수와 같더라.

 

다리를 절지만 아들. 딸 9남매를 두었고, 집은 낡아빠져 초라하지만 항상

 

백설아마(白雪鵝馬)를 타고 다녔다.

 

 

말의 색깔이 숯 섬에 먹칠한 것 같은 데다가 언제나 자루도 날도 없는

 

낫을 띠도 매지 않은 채 허리에다 차고 2월 三七일에 산에 들어가 풀을 베니

 

양지쪽에는 눈이 아홉 자나 쌓였고, 응달에는 풀이 무성하여 키 넘을 정도였다.

 

 

드디어, 얼굴을 들어 풀을 베려 하니 삼족사(三足蛇)가 나타나 머리.

 

 몸통. 꼬리도 없이 보일락 말락 하더니 갑자기 덤벼들어 들고 있던 낫을 물었으니

 

별안간 낫이 퉁퉁 부어 오르더니 이내 뒤움박만하게 부풀어 올랐다.

 

 

모로쇠는 어쩔 줄을 몰라 마을로 달려 내려오다가 도중에서 여승을 만났는데,

 

자세히 보니 유두분면(油頭紛面) 곱게 단장하고, 검은 장삼을 걸치고 모로쇠

 

앞을 지나가는 것이었다.

 

 

모로쇠는 급히 여승 앞에 나아가 낫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고치는 방법을 의논하니,

 

여승은 몸을 뒤로 제껴 한쪽 손을 허리에 얹고 다른 한 손으로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하는 말이

 

 

 

『그건 어렵지 않으니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보아라.

 

말발굽이 닫지 않은 역원이 부엌 아궁이와 불지핀 일이 없는

 

굴뚝의 꺼멍과 교수관의 먹다 남은 식은 적과 행수기생의 더럽힌 일이 없는

 

음모와 글 읽을 때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 선비의 머리털과 허리춤에 이를 잡을 때

 

입을 삐죽이지 않는 노승의 것. 이 다섯 가지를 한데 넣어서 찧은 약을 얼굴에

 

바르면 지체 없이 낫느니라.』라고 하였다.

 

 

모로쇠는 그때서야 안심하고 마을로 내려오니 길가에 종이도 바르지 않은 대설기가 있는데,

 

술을 열 말쯤이나 담아 두고 등자 잔으로 마구 떠 마시니 얼마 아니 가서 취하여 버렸다.

 

 

또한, 위로 쳐다보니 감나무에 석류가 주렁주렁 열려 두 손으로 땅을 집고

 

방귀를 크게 한 번 뀌니 석류가 순식간에 다 떨어졌다. 주워보니 전부 썩어 먹을 수가 없으나,

 

 모로쇠는 죄다 주워서 벗 없는 마을에 가서 친구들과 함께 포식을 했으니,

 

장차 죽으려해도 죽을 수 없고, 살려 해도 살 수 도 없으니,

 

그 결과는 어찌 되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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