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가 ℓ당 최고가가 2000원을 넘어섰다. 주유하러 갈 때면 마음이 두근반 세근반 해진다는 운전자들. 이들은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에 맞서 유류 소비를 줄이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24일 서울 시내 5곳의 주유소 직원에게 물었다. “기름값이 오른 뒤 운전자의 주유 습관은 어떻게 변했나요?”
|  | | [일러스트=강일구] | | |
①확인형 “5만원어치 맞죠?”
#서울 구로구 A주유소의 김정남(가명ㆍ32)씨.
“지난 금요일인가? 흰색 스포티지 차량 한대가 주유하러 왔어요. 경유가 얼마인지 물어서 ℓ당 1912원이라고 말해줬죠. 5만원어치를 주문해 경유를 넣었더니 26ℓ정도 들어가더군요. 아마 게이지가 3칸 반 정도 들어갔을 거예요. 차량을 보내고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사무실로 전화가 왔더군요. 스포티지 차주인데 혹시 3만원어치 넣은 게 아니냐고 재차 확인하는 거예요. 일주일 전에는 게이지가 4칸 반이었는데 어떻게 한 주만에 한 칸이 빌 수 있냐구요. 제가 경력이 몇 년인데 5만원을 3만원으로 잘못들었겠습니까. 분명 5만원어치 넣은 것이 맞다고 말해줬어요. 요즘 경유값이 너무 뛰어서 그런지 간혹 주유하시고 난 뒤 전화주시는 고객이 계세요.”
②분풀이형 “값을 먼저 알려줬어야지!”
#서울 영등포구 B주유소의 이민형(가명ㆍ25)씨.
“기름값 인상이 제 탓입니까? 왜 저한테 분풀이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며칠 전 SM7을 몰고 오신 나이 지긋한 손님이 있었는데요. 10만원어치 넣어달래서 계량기를 보고 정확히 넣었죠. 그런데 손님이 시동을 걸더니 다짜고짜 반말로 ‘제대로 넣은 것 맞냐’며 화를 내시는 거예요. 기름값이 올라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지만 막무가내로 다시 확인해보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비싸면 미리 말을 해야 되는 것 아니냐면서요. 참, 할말이 없더라고요.”
③우유부단형 “2만원, 아니 만땅, 그냥 2만원”
#서울 종로구 C주유소의 정영수(가명ㆍ43)씨.
“라세티를 운전하는 한 여성 고객이었어요. 처음엔 2만원어치 넣어달라고 하더니 갑자기 ‘만땅’을 부르더군요. 주유구를 열고 기름을 넣으려고 하는데 다시 2만원어치만 넣어달라고 하는 거예요. 왜 자꾸 바꾸냐고 물었더니 이 곳 휘발유 시세 때문이라더군요. 처음엔 ℓ당 2010원이라 다른 곳보다 비쌀 것 같아서 2만원어치만 넣으려고 했는데 생각을 해보니 다른 곳보다 50원 정도 싼 것 같아 아예 기름을 꽉 채우려고 ‘만땅’을 부른 거예요. 그런데 아무래도 ‘도박’은 하기 싫어 그냥 2만원어치만 채워 달라고 했다더군요. 요즘 이런 사람들 많아요. 넣기 전에 값을 먼저 묻고 꽉 채울지 말지 고민하죠.”
④애걸형 “휴지도 주시고 물도 주시고 기왕이면 클린티슈까지”
#서울 동대문구 D주유소의 이정진(가명ㆍ35)씨
“고객 중에 알뜰족은 이전부터 많았지만 요즘 부쩍 늘었어요. 우리 주유소는 보통 여성 고객에겐 휴지나 물을 드리고 남성 고객에겐 클린티슈를 드리는데 어떤 손님은 3만원어치만 찔끔 넣고 사은품은 이것저것 달라는 거예요. 우리도 마진이 남아야 하는데 사은품을 마구 드릴 수 없잖아요. 달라는데로 주지 않으면 기름값도 비싼데 사은품까지 안 준다며 투덜대요.”
⑤얼리(early)주유형 “아침 손님이 부쩍 많아졌어요”
#서울 성북구 E주유소의 전재성(가명ㆍ41)씨
“기름을 아침에 넣으면 더 꽉 채울 수 있다고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잖아요. 액체는 저온에서 밀도가 높아져 온도가 낮은 아침에 주유할 때 기름이 조금 더 들어간다고요. 그런데 아니거든요. 주유 호스를 통과하면서 온도는 일정해지기 때문이에요. 고객들이 이 부분을 잘 모르셔서 그런가? 아침에 주유하시는 손님이 평균 30%정도 늘어났어요. 아마 같은 값이면 조금이라도 더 넣기 위함 아니겠어요.”
이지은 기자
▶[온라인폴] 주유소에 들른 당신은 어느 유형입니까?
① 정확히 주유되나 미터기를 꼭 확인한다
② 기름값에 놀라 직원에 항의한다
③ 얼마나 넣을지 고민 또 고민한다
④ 기왕이면 사은품 다 챙긴다
⑤ 혹 더 들어갈까 아침에 주유한다
⑥ 꾹 참고 말없이 떠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