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해킹 당했다

청와대 해킹 사건이 보도된 22일 청와대에서 노트북을 이용해 국무회의를 갖고 있다. 청와대는 서버에 접속이 안돼 중요한 자료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여전히 의문점들이 많다. 손용석 기자

청와대는 사건의 파장을 감안, “유출자료는 기밀도 아닌 데다 더 이상의 해킹도 없다”고 의미를 축소하려 애썼다.

하지만 다른 곳도 아닌 국가안보를 총괄하는 구 NSC 직원의 컴퓨터를 훑어갔는데 과연 기밀을 제외한 보통 문서들만 있었는지는 여전히 의혹이다.

청와대 별관 지하실에 위치한 NSC 상황실은 각 군은 물론, 소방방재본부 등의 현황시스템이 들어와 있다.

국가안보에 관련한 기본 자료가 완벽히 구축돼 있고, 매일 업그레이드되는 국방과 외교, 국가 재해 등에 관련한 모든 정보보고가 집결된다.

서고에는 전국의 시ㆍ군 단위별로 수해 산불 지진 등의 자연재해는 물론, 각종 사고 발생 시 주민 피난 방법 등의 대처요령을 담은 책자가 방 전체에 비치돼 있다.

특히 이곳 상황실 중앙에 있는 한반도가 그려진 대형 모니터에는 하늘과 바다에 떠 있는 모든 비행기와 선박 등이 작은 점으로 표시돼 24시간 모니터링된다.

따라서 해킹을 당한 컴퓨터에 이런 자료들이 저장돼 있었다면 국가안보의 심장부를 정체를 알 수 없는 외부 조직에 노출한 셈이 된다.

청와대는 “해킹당한 컴퓨터는 단 한 대뿐”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청와대 근무자들 중 일부는 상시적으로 활용하는 자료의 경우 개인 PC에 저장해 놓고 업무를 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PC들도 해킹 대상인 셈인데 수많은 청와대 PC 중 이번에 문제가 된 것만 해킹됐다고 단언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만약 다른 PC들도 같은 방법으로 해커들이 침입했었다면 이미 상당량의 정부 정보가 외부로 흘러 들어갔을 개연성이 높다.

문제는 또 있다.

청와대는 밝힌 ‘보통 문서’라는 이 유출 자료만 해도 내용의 성격상 국가기밀에 준하는 문서들이다.

이 보고서는 국가기관의 신규 설립이나 이전 문제 등에서 주변 주민들의 의견을 국가정보원 등 정보기관이 조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밖에 산불과 수해, 해상오염 등 재해에 따른 사고 여파와 정부대응 및 사후대책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커들이 테러 등의 국가적 소요사태를 염두에 두고 이 문서를 손에 넣었다면 문제는 매우 심각해진다.

지역별 주민성향은 물론, 주요 국가시설의 소재지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밀문서가 아니라고 소홀히 대응할 일이 아닌 것이다.

실제 해커들이 가져간 자료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 한 어떤 자료가 유출됐는지, 얼마나 많은 양이 유출됐는지, 몇 차례에 걸쳐 해킹이 진행됐는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입을 맞춘 듯 “해킹은 단 한 번뿐 더 이상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