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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손프린터, "고려장" 논란

fabiano 0 2293  

폐잉크 넘침 막기 위한 잉크패드 안전장치, 멀쩡한 프린터도 수명 제한한다?


회사원 김모씨는 최근 구입한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출력하기 위해 프린터를 켰다.
한장, 두장, 세장… 전용 용지를 써 예쁘게 출력한 사진을 보고 있는데, ‘아뿔싸’ PC 화면에
에러메시지와 함께 프린터 출력이 멈추는 것이 아닌가.

 

프린터를 구매한 지 어언 4년. “그래. 내가 프린터를 오랫동안 사용하긴 했지.” 라는 생각으로
인터넷으로 새로운 엡손 프린터를 고르고 있는 중, 엡손 카운터라는 내용을 발견하게 됐다. 
내용인즉슨, 엡손에서 인위적으로 출력매수를 제한해 일정 수량 이상 출력하면 프린터가 동작을 멈춰버린다는 것. 

 

이와 함께 이를 해제하는 소프트웨어가 소개돼 있었고, 이를 활용해보니 프린터가 문제없이
재동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마터면 비싼 비용을 주고 프린터 A/S를 맡길 뻔했던 김씨는 '해도해도 너무한 엡손의 상술'이라며 분개하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 당초 취지는 폐잉크 문제 해결

이 사례는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엡손 프린터에 관련된 이야기다.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문제가 나타나는 이유는 엡손 프린터에 적용된 카운터 때문으로, 원래는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폐잉크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엡손이 폐잉크를 처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우선 잉크젯 프린터를 사용하면 종이에 인쇄되는 잉크 외에 찌꺼기들이 모인 ‘폐잉크’가 발생되게 되는데,
엡손의 경우 이러한 폐잉크를 잉크패드라는 솜에 모으도록 조치하고 있다.
잉크패드에 일정량 이상의 폐잉크가 누적될 경우, 프린터는 이를 감지하고 더 이상의 동작을 못하게끔 조치하게 된다.

 

두번째로 사용되는 방법은, 인쇄량을 측정할 수 있는 카운터 기능을 넣어 어느 정도 출력했을 경우,
폐잉크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다 라고 판단, 프린터의 동작을 멈추게 하는 방법이다.

 

前者, 즉 잉크패드에 폐잉크가 많이 들어간 경우 고객센터에서 잉크패드를 교체받으면 된다.
일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문제다.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후자다.
즉 일정 출력량을 넘어섰을 때 더 이상 인쇄가 안되게끔 만들어 둔 방침이다. 
잉크패드에 폐잉크가 넘치는 상태도 아닌데 카운터에 제한된 출력량을 넘어섰기 때문에
‘멀쩡한 프린터지만 동작하지 않는 상태’가 돼 버리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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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에 돌고 있는 카운터리셋 방법, 블로그나 동호회에서 주로 다루고 있다

 

◇ 인터넷 상에 리셋 프로그램 떠돌아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태를 파악한 사용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 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사용이 금지되는 것은 황당하다”라는 반응이다.

이에 따라 엡손 프린터의 카운터를 ‘0’으로 초기화시켜주는 카운터 리셋 프로그램이 인터넷 상에서 암암리에 배포돼 있다.
잘 사용하던 엡손 프린터가 문제를 일으킨 사용자들끼리 관련 정보와 카운터 리셋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있는 것.

 

하드웨어적인 장비도 이미 등장한 상태다. 
오픈마켓에서는 하드웨어적으로 출력 회수를 초기화 시켜주는 ‘엡손 칩 리셋터’가 공공연히 판매되고 있다.
5,000원이 안되는 비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칩 리셋터는, 주로 무한잉크 판매자들에 의해 함께 공급되고 있지만 
개별 사용자를 위해 낱개로도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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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켓에서 엡손 카운터 리셋터가 공공연하게 판매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한국엡손 측은 “엡손 프린터 안에는 카운터가 내장돼 있지 않다.
프린터 안에 그런 조치를 할 이유가 없다”라고 반박했다.
업계에서 공공연히 떠도는 지적과는 정면으로 대치되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 프린터 업체 관계자는 “인쇄 수량을 세는 카운터는 엡손 대부분의 프린터에 내장돼 있다”라며,
"특히 최근에는 이 카운터가 출력 제한이 강화됐다.
정품 카트리지 두세 번만 소모해도 에러 메시지가 나오는 사례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형 제품의 경우 카운터 리셋 프로그램이 문제없이 작동하지만, 최신 제품의 경우는 인터넷상서
리셋 관련 장치를 찾기 어렵다”라며, "프린터 성능과 기능은 그대로 둔 채 카운터 기능만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꼬집었다.

 

◇ ‘타이머’ 멈추면 작동도 멈춘다고? 이해할 수 없는 발상

사실 프린터 내부에 사용량을 측정하는 타이머는 얼마든지 달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프린터 출력량과 부품의 수명은 반비례 할 수 있기 때문에 타이머로 출력량을 센 후 ‘현재 몇 장까지 찍었으니
어떤 부분이 노화됐고 부품 교체가 필요할 수 있다’라는 경고 메시지가 나오는 것은 지극히 권장할 만한 처사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일정 출력량을 정해놓고 그 이상 출력하려 할 때에는 문제가 생기게끔 제작한 엡손의 처사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주행거리가 10만 키로미터가 됐을 때 자동으로 모든 동작을 멈추게끔
조치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한 무한 잉크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가 10만km를 갈지 20만km를 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결국 타봐야 아는 것"이라며, 
"회사가 임의적인 기준으로 강제 적용을 한다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을 빼앗아간 처사라고 밖에는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번 일로 피해를 보고 인터넷상에서 카운터 리셋 프로그램을 받아 문제를 해결했다는 한 블로거는

"건강하게 사람이 살 평균연령이 65세이므로 65세를 넘으면 강제 처분해도 되나? 고려장이잖나 그건!!!”이라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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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손 카운터에 관련된 내용은 포털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 정면으로 대치되는 주장 '진실은 과연?'
 
그러나 프린터의 수명을 임의로 정해놓는 '카운터 기능 제한'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업계와 인터넷에서 떠도는 이야기인지는 아직 명확치 않다.

업계 및 일부 소비자의 주장과 엡손 측의 반박이 완전히 서로 다른 상황이기 때문. 

엡손 측에서 '폐잉크 흘러넘침으로 인한 오동작 및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면
단지 기능 제한의 합리성에 대한 논란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카운터 기능 제한이 있다'는 주장과 '카운터 기능 제한이 없다'는 사실이 서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양측 중 하나는 사실과 다른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

 

과연 양측 중 거짓말을 하는 곳은 어디일지, 그리고 거짓말의 이유는 무엇일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김동국 기자(베타뉴스)

(doctork@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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