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시대에 초저속 행정

서울 용산에 사는 A모씨는 이번 학기에 대학교에 재입학하면서 학생증을 새로 만들었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학생증 재발급 신청을 학교 홈페이지에서 한 후 학생 서비스센터에 들러서 찾아가는 방식이었다.

전날 학교 홈페이지에서 재발급 신청을 한 후 증명사진을 학생 서비스센터에 제출하자 1분여만에 학생증을 발급해 주었다. 초고속 발급에 A씨는 깜짝 놀랐다.

제출한 사진이 학생증에 인쇄 되어 있을뿐 아니라 스마트카드칩도 달려 있는 최신형 학생증이었다. 새로 발급된 학생증은 단순한 학생증이 아니었다.
스마트카드가 통합되어 있어서 은행카드로도 이용할 수 있고 버스카드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 외에 출석체크, 도서관 출입, 도서관에서 책 대여 등 다양한 기능이 들어 있는 카드였다.

새로 발급 받은 학생증에 만족한 A씨는 낡은 주민등록증도 새 것으로 바꾸기로 마음 먹었다.
학생증 발급을 위해 찍어 놓은 증명사진을 들고 동사무소를 방문했다.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서 A씨는 동사무소 직원의 말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주민등록증 발급에 열흘 이상 걸린다고 했기 때문이다.
17일 신청했고 28일 수령하러 오라는 말을 들었다.

결국 A씨는 약속한 날 보다 몇일 더 지난 31일 동사무소를 찾았다.
그러나 동사무소 직원의 말은 황당했다. 아직 주민등록증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동사무소 직원은 현재 12일까지 신청한 주민등록증까지 밖에 나오지 않았으니 몇일 후 다시 방문해 달라고 했다.

느린 일 처리에 화가 났지만 동사무소 직원의 잘못이 아닌 것을 잘 알기 때문에 화를 꾹 참고 동사무소를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몇 일 후 다시 방문해 보아야한다. 
며칠 후에도 안나오면 또 며칠이 더 지난 후 다시 방문해서 나왔는지 확인해 봐야한다.
3월 17일 주민등록증 재발급 신청을 한 A씨는 31일인 현재까지 재발급을 받지 못한 상태로 지내고 있다.

주민등록증 보다 기능도 많고 첨단 기술이 들어가 있는 학생증은 1분여만에 발급해 주는 시대에 별 기능 없는 플라스틱 카드에 불과한 주민등록증은 재발급 받는데 2주가 넘게 걸린다.

초고속 시대에 초저속 행정의 표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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