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한 ‘정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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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구에 출마한 한나라당 이종현(경북대 전자공학과 교수) 후보는 이번 학기에 두 과목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3월26일부터 총선준비로 갑자기 대강을 세웠다.
●학생들 “학습권 침해” 분통
한 학생은 “낙선하면 교수님이 다시 돌아와서 강의한다는데 당황스럽다.”면서 “학습권을 무시하는 조치에 대해 학생회 차원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 후보는 4월9일까지 휴가를 낸 상태다. 인천 남동을에 출마한 한나라당 조전혁(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후보도 세 과목을 맡고 있지만, 첫 시간만 직접 수업을 하고 이후에는 다른 강사로 대체해 놓은 상태다.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통일한국당 정연중(대진대 디지털경제학과 교수) 후보는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3월25일부터 4월9일까지 휴강을 통보했다. 그는 5과목을 맡고 있었고, 일부 학생들은 학교 측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인천 연수구에 출마한 자유선진당 김성중(인천대 신소재안전공학부 교수) 후보는 시간표상 이틀에 나눠서 해야 할 수업을 하루에 몰아서 하고 있다. 김해시갑에 출마한 창조한국당 강재규(인제대 법학과 교수) 후보는 4과목의 수업을 예정대로 강행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마음이 딴 곳에 있는데 수업이 잘되겠냐.”고 반문했다.
●학교측의 안이한 대응도 문제
대부분 대학은 ‘총선은 휴직조건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공천을 신청한 시점과 공천을 받고 난 뒤에 휴직은 불가능하며 오직 국회의원이 된 뒤에만 휴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낙선하면 대학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문제다.
한편 선거운동 기간에도 수업을 병행하고 있는 교수는 2명, 연구년인 교수는 1명이고, 현역 의원으로 휴직 중인 교수는 4명이다.
휴직 중인 교수는 이번에도 당선될 경우 내리 8년을 휴직하게 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장기간 학교를 떠난 교수들의 귀환을 막을 제도적 장치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논의는 아직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흥사단 투명사회본부 공익정보센터 이지문 소장은 “적어도 총선 90일 전에 휴직을 하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면서 “학생들은 한해 1000만원의 등록금을 내고 있는데 총선 때문에 수업권까지 침해받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이경주 김정은기자 kdlrudw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