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site-verification: naverf83ad7df1bcc827c523456dbbc661233.html 어느 詩人 지망생의 절필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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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詩人 지망생의 절필 선언

fabiano 0 1147  
어느 詩人 지망생의 절필 선언  
 
조가야  
너는 평생 시는 못 쓰겠다  
 
그저 일이나 해라  
일 해라이  
 
손에 그저 허공만 쥔, 가진 것 없는 한 사람으로서  
그나마 장례식장 업계에서 십 여년을 몸 담은 직능인의 노하우 만으로  
전문 장례 예식장을 지을 수 있을까?  
 
그 답은 알 수 없다.  
그러나 노력은 할 수 있고 또 사람을 만나 노력을 하고 있다.  
 
사람은 태어나 반드시 죽는다. 이것은 추상 수학의 대전제처럼 자명한 사실이다. 전국에 장례식장이 전문 장례식장과 병원 부설 장례식장을 포함하여 아마 정확히는 몰라도 수 천 군데는 넘을 것이다. 그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아마 것도 가진 것 없는 이가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전문 장례 예식장을 한 번 지어보겠다고 하니 지나가는 강아지가 웃을 일이지만 지나가는 강아지가 웃고 조모씨를 아는 사람들이 조모씨를 비웃어도 나는 한 번 지어봐야겠다. 그러나 장의용품과 밥과 제물을 팔아서 매출을 확보하는 그런 장례식장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장례식장을 평면도로 일단 그리면 대충 이런 그림이 나온다. 불교의 기하학적 상징은 만(卍)자이다. 이 만자는 사실 불교 이전에 뵌교라는 인도 원시 종교의 상징이다. 또 뵌교 이전의 자이나교에서는 깨달음에 이르는 방편으로서 한 개인의 의식적인 자살을 인정하기도 한 종교이다. 각설하고 전문 장례 예식장을 생각하며 만자를 떠올리는 것은 이를테면 내가 장례 예식장을 지어 공중에서 그 장례식장을 바라봤을 때의 모습이다. 이 만자의 가운데는 장례 예식장의 사무실이 있다. 그리고 만자의 각 네 모서리에는 종교별 입관실이 있다. 그 입관실을 종교별로 꾸미고 그 입관실과 만자의 가운데에 위치하는 사무실을 연결하는 통로에 해당하는 곳에 고인의 영혼을 모시고 접객을 하는 공간을 마련한다. 고인을 문상하기 위해 오는 이들을 위한 접객 공간은 그 만자의 어느 부분에 준비해도 무방하다.  
어떠랴 어차피 내 관념에 지어본 장례예식장이니까 내 마음대로 한번 가설계를 해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가설계에서도 원칙은 있다. 나는 살면서 원칙을 지켜야만 경쟁에서 살아 남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오랜 벗과 친구과 사업 파트너로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았다. 장례예식장을 지음에 있어 원칙은 바로 이것이다.  
산 자보다 죽은 자를 위한 것!  
다른 원칙들은 이 원칙에 모두 수반되거나 종속되는 것이다. 그렇다. 앞으로 전문 장례 예식장에 필요한 것은 죽은 자를 위한 의식의 진정한 제례이다. 아직 우리 나라 장례식장에는 없는 것들이다. 나는 장례 예식장에는 종교별 입관실이 있어야 하고 종교별로 입관을 할 때 그 대렴이나 소렴을 한다던지 하는 기존의 입관 방식의 차이를 강조하기 보다는 고인의 영혼을 저 세상으로 모시는데 있어 진정한 죽음의 의식을 아는 이의 지도 아래 입관이 진행되는 획기적인 입관 방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티벳 자(死者)의 서(書)란 책도 있고 이집트 사자의 서란 책도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이 난해하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입관을 천 번 이상 마친 사람으로서 전혀 어려운 글이 아니다. 결국 이런 죽음에 대한 가르침들은 죽은 이들의 영혼이 저 세상으로 간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가르쳐 준다.  
입관이니 염습이니 대렴이나 소렴이니 하는 것들은 모두 산자들이 죽음의 관문을 거쳐 저 세상으로 가는 것을 위한 형식적인 것들이다. 이 형식을 뛰어넘어 정신적인 것이 있다. 나는 진정한 의미에서 이 정식적인 입관을 위한 물리적 공간으로서 전문장례 예식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종교인도 그렇다고 많은 자본을 가진 이도 아니지만 죽음에 대한 공부는 어느 의학인 아니 어느 장례 지도사 보다 많이 했다고 스스로 자만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내가 진정으로 가지고 싶은 직책과 공간은 생명연구소이다. 거기에 수위로 취직을 하든 소장으로 취직을 하든 생명을 연구하고 생명을 사랑하는 것이 시인이 되고 싶은 내 마음에 따라가는 내 인생의 선택이리라.  
 
앞으로 나는 이렇게 하고 싶다. 수중에 가진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 전문 장례 식장과 지척에 생명 공학 연구소를 차리고 죽음과 삶의 비의를 알고 죽은 자를 평화롭게 저 세상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그리고 경제적 여건이 허락한다면 아늑한 바닷가에 요양 병원을 조그맣게 지어 평안한 마음으로 임종을 맞이 할 수 있는 한 삼십여 병상에 종교별 임종실을 마련한 후에 이 요양병원과 전문 장례식장과 생명 공학 연구소를 아우러지게 하는 것 ! 이것이 내 꿈이다.  
내가 청년 시절 좋아 했던 체 게바라는 어디선가 이런 말을 했다.  
리얼리스트가 되라 , 그러나 불가능한 꿈을 가지라!  
 
이것이 어쩌면 등단도 못한 시인 지망생의 도취적 절필 선언의 변명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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