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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저 멀리에....(19)

fabiano 0 1182  

* * 슬픈 지난날들(8) * *

그러던 어느 날, 용산에 사시는 둘째 고모님이 또 오셨다.
무슨 대화중에 엄마의 푸념섞인 원망의 말씀에 할머니가 무어라 큰소리로 엄마를 나무라시며 고모님을 두둔하는 소리가 들렸고
둘째 고모님은 말없이 눈물을 흘리시기만 하셨다.
엄마의 푸념 섞인 말 중에  "왜 ,그리 무서운 돈을 겁도 없이 그렇게나 많이 빌려줬는가?  이 사람아,  “다니모시” 돈이 얼마나 무서운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당시 월 일할정도의 높은 이자를 주는 곗돈을 둘째고모가 빚 보증을 서시고 무슨 용도인지는 잘 몰라도
작은 아버지께 꽤 큰 돈을 빌려 드렸는데 원금은 커녕 이자도 제대로 내지 못했고  그 일로 인해서 고모님은  빚쟁이에게 상당히
시달리고 계셨던가보았다.

세월이 한참 흐른 후, 내가 성년이 되어 어떤 일로 둘째 고모님댁을 방문하게 되어 하룻밤을 묵게 되었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옛 이야기가 시작되어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그 당시 있었던 고모님의 참담하고 비참했던 이야기를 자세히 듣게 되었다.
고모님은 그 빚 보증 때문에 시어머니께 엄청난 구박과 시달림의 시집살이를 하시게 됐고 고모부님한테도 매까지 맞으시며 온갖 고난을
다 겪으셨다고 하시며 옛이야기 도중에 당시의 고생하시던 생각이 나시는지 눈물을 흘리셨다.
그런 엄청난 고통이 담긴 둘째 고모님의 사연을 그 당시 꼬맹이인 나로선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고모님의 상세한 말씀을 듣고서야 왜 그리 자주 고모님이 우리 집에 오셨고 나를 앞세워 대구에 가시게 됐으며 작은아버지까지 나와 함께
가시어 엄마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적잖은 돈을 마련해 주시게 된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됐다.
                             
그 당시 우리 집엔 무엇인가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확실해 보였다.
작은 아버님이 말없이 어디론가 가출을 하시고 나니 대구에서 모든 걸 정리하고 돌아오신 엄마는 슬퍼하시고 분개할 여절도 없이
농삿일은 고스란히 엄마 몫이 돼 버렸고 또다시 옛날처럼 가사 전체를 도맡아 해야 하는 힘든 현실이 다가온 것이다.

그 무렵 집안 분위기도 어수선했지만 학교생활도 동문들의 심한 텃세 때문에 별로  즐겁지 못했다.  
그 당시 심천 초등학교 총 학생수가 약 5~6 백 명은 되었었다.
단전리 전댕이에서 등하교를 하면서 꼭 지나가야 되는 길목인 진동밑, 서기미, 뱀마테, 그리고 장터에 살고 있는
선후배 동문들이 어찌나 텃세를 심하게 하는지 낯선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별 이유도 없이 다가와  “왜, 째려보냐?,” 에서부터 아무리 얌전히 있어도 “건방지다”는 둥  “너, 나 이겨?  한번 뜰래?” 하며
엉뚱한 핑계를 대어 싸움을 걸어왔다.
주변에 함께 있던 친구들도 전학 온지 얼마 안 되어 나와 별로 친하지 않아서 그런지 후환이 두려워 그런지는 잘 몰라도 말리거나
내 편이 되어주는 녀석은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삼학년 때는 같은 학년의 동문들과도 심심찮게 서열다툼(?)을 했고  당시 몸이 약해 빠진 나는 주로 얻어맞는 싸움을 많이 해
정말 학교가기가  겁이 나고 싫었다.
때로는 코를 심하게 얻어맞아 (옛날에는 코피 흘린 놈이 지는 걸로 생각해 싸울 때 주공격 목표는 단연 코였다.) 엄청나게  피를 흘렸고
옷에 묻은 코피를  엄마나 할머니에게 보이기 싫어 냇가에서 말끔히 빨아 입고 집에 가서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아
내가 학교생활이 그토록 힘든 것을 우리 집 식구들은 전혀 모르고 계셨다.
학교생활은 그럭저럭 싸워가며 낯을 익혀갔고 하나, 둘 친구들을 사귀면서 질서가 잡혀갔다.
 
그런 와중에도 공부는 제법 했던 것 같다.
학년말 마다 전 학년 우등상을 단 한번도 놓쳐보질 않았으니 상위권이았던 건 분명 했다.
내 성격도 원만 했던 것 같다.
해마다 학년이 바뀌고 담임선생님이 바뀌면 선생님 참석하에 그 반의 반장과 어린이 회장 등 간부를 뽑았다.
지명제가 아닌 반 급우들이 몇 명을 추천해서 지지자에게 손을 들어 뽑거나 비밀 투표로 뽑았는데  두가지 중 하나는 꼭 맡아했으니
그런 데로 우리 반에서 친구들에게 리더 쉽(leadership) 도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고 인기도 좀 있었단 것이 분명했다.

그해  늦가을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아주 황당하고 어이없는 광경을 목격하게 됐다. 
어찌된 일인지 전혀 낯 설은 장정들 여남은 명이 우리 집 본채를 마구 허물고 있는 게 아닌가?
아무리 주위를 두리번거려도 어디 일을 하러 가신건지 엄마모습은 보이질 않았고 할머니만이 신혼부부 살림집으로 꾸며준 아래채 방에
앉아 계시다가 나오셔서 나를 꼬옥 감싸 안으시며
"배고프지? 우리 강아지 밥 먹어야지?  어이 그 책 보따리 이리 주고......"
말끝을 채 잇지 못하고 흐리시며 책보(책가방 대용으로 교과서를 싼 보자기)를 받아놓는 핑계로 돌아 서시더니 치맛자락으로
눈물을 훔치고 계셨다,
"할머이, 우리 집을 왜 부셔?"  
"저 아저씨들은 누구야 ?"  
"누군데 우리 집을 마구 부수고 있는 거야?  응?"
“우리는 이제 어데서 살아야 돼? 할 머~이...”
울음섞인 목소리로 아무리 흔들며 물어봐도 할머니는 아무 대답도 못하시고  흐느끼시며 치맛자락으로 연신 눈물만 훔치고 계셨다.
허물어져가는 집을 멀건히 쳐다 볼 수밖에 없는 꼬맹이는 막막한 현실이 그저 어이없고 당황스럽기만 했다.

얼마 후에 알게 된 일이지만 우리 집은 결국 작은 아버지의  어떤 잘못으로 생긴 빚때문에 집이 팔렸고
뼈다귀 집(목재로 뼈대를 만든 집) 이라 잘 뜯어다 다시 조립해 지을 수 있어서 인근 동네에 사는 사람이 얼만가를 쳐주고 사서
많은 인부들이 목재가 상하지 않도록 잘 뜯어 갔던 것이다.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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