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흥출신의 30세 여인과 딸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가는 판에 어떻게 병원에 가느냐...'
6월 9일(98년) 오후 5시 조금 넘어 장백에 도착하자마자 뒷산 공동묘지 옆에 있는 채석장에
갔더니 여인 3명과 어린이 2명등 5명이 있었다.
그중 한 여인은 뼈만 앙상히 남은 몰골로 누워 있었는데 두 손은 껍징이 다 벗겨지고 헐어 있
었고, 6세가 되었다는 아이는 3세 아이도 더 어린 모습에 온몸에 옴이 올라 피부가 헐어 있
었으며 비가 오고 있는데고 비를 피할 비닐 조각 하나 없이 그냥 앉아 있었다.
작은 양철 그릇 하나가 있었는데 이 그릇으로 죽을 끓여 먹었다고 했다. 병든 여자는 함흥 출
신으로 30세라고 했다.
아버지 ,어머니, 남편과 아이 2명이 죽었고, 6세된 아이와 병든 본인만 겨우 살아 남았다는 것
이다.
'병원에 한 번 가 보았어요?' 고 묻자 '먹을 것이 없어서 죽어가는데 어떻게 병원에 갈 수 있겠
느냐!'고 반문하면서 살려달라고 애원 했다.
내 눈앞에 이렇게 병들어 죽어가고 있는데도 나는 왜 이 여인을 살릴 수 없는가?
국경이 무엇이며 법이 무엇이기에, 이 죽어가는 여인을 눈앞에 두고도 나는 어찌 하지
못할까?하며 번민 하는데, 여기 더 있으면 위험하니 빨리 내려가자는 구호 활동가의 요청에
따라올 수밖에 없었던 내 얼굴 위로 빗물과 눈물이 범벅이 되어 흘렀다...
돌아온후 그 여인을 구제할 길을 여러 곳에 문의 해 보았지만 현재의 중국법으로는 안 된다는
절망적인 대답뿐이었다.
사진을 본 의사의 처방에 따라 다음날 약을 지어 보냈지만 그 여인은
이미 변방수비대에 체포되어 간 후였다....
(중국 현지 답사자의 일지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