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site-verification: naverf83ad7df1bcc827c523456dbbc661233.html 추억의 저멀리에.....(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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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저멀리에.....(16)

fabiano 0 1200  

* * 슬픈 지난 날들(6) * *

엄마가 그곳 집안 어른들께 인사를 시켜 큰 절로 주인 아줌마에게 인사를 드리니 내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공부를 잘 한다며?, 암! 그래야지 엄마가 저 고생을 하시는 보람이 있제"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로 칭찬인지 헛 인사말 인지 모를 말씀을 해 주셨다.

엄마가 일하고 계신 집안엔 아줌마와 그 당시 중학교인지 고등학교인지를

다니는 연년생 누나 두 분과 누나들이 외삼촌이라 부르는 무슨 의대에 다니신다는

아저씨 이렇게 네 분이 사셨고 주인아저씨는 고급 장교로 현역생활을 하셔서 어쩌다 집에 오신다 했다.

그 집은 일정때 일본식으로 지은 60여 평은 됨직한 아주 큰 집이었고

커다란 방이 네 개에 집안에 목욕탕과 화장실이 함께 있었다.
 
방으로 통하는 복도와 거실엔 나무판자를 깔아두어 사람들이 지날 때마다 마룻바닥에서 삐걱 삐걱 소리를 냈다.

의대생인 아저씨의 방 진열대엔 잘 손질된 사람의 해골이 진열돼 있었고 한 낮에도 불을꺼두어

어둑 컴컴한 방이 공연히 으스스 한 기분이 드는 것 같아 괜스레 오금이 저려 잘 들어가지 않게 되었다.

200여 평은 됨직한 직사각형의 집터엔 백합을 비롯해 각종 꽃나무와 앵두나무 등등의 정원수를 심어

도심에 있는 집이라 생각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원을 잘 가꾸어 두었기에 대문 밖 큰 길가에 다니는

차들의 경적소리와 소음만 아니라면 여느 시골의 한가로운 집을 연상케 했다.

엄마와 무슨 심각한 대화를 나누셨는지 고모님은 다음날 집에 가시겠다며 길 떠날 차비를 하셨고

길마중을 하시는 어머님의 얼굴에도 수심이 가득 서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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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분위기와 아랑곳없이 그저  엄마와 방학이 끝날 때 까지 함께 있어도 좋다는 결정이 마냥 좋기만 했는데....
 
저녁 잠자리에 들어 오랫만에 포근하고 따듯한  엄마의 살내음을 맡으며

가슴을 파고드는 나에게 어머니가 여러 가지를 물어 보셨다.
 
"작은엄마가 집나가고 한 번도 안 왔니? 작은 아버지는 매일 뭐하시고?"
 
미쳐 고모님께 물어보지 못한 궁금한 고향 일들을 하나하나 생각나는 대로 물어 보셨고

내 눈에 보이던 대로의 집안사정 이야기를 들으실 때마다 가늘게 한숨을 내쉬셨다.

오래간만의 엄마와의 행복하고 즐거운 해후의 시간들이 흘러갔다.

더욱 행복했던 것은 그 집 큰누나는 피아노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었지만 작은 누나는 시간이 좀 있어

엄마의 특별 부탁으로 산수 중 분수 더하기 빼기 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 누나는 나를 감싸듯 옆에 붙어 앉아 "이수와 이 숫자를 더 하모, 이런 답이  되능 기라, 그 쟈?"
 
부드럽고 상냥한 누나의 목소리와 경상도 특유의 억양으로 열심히 가르쳐 준 누나 덕분에 힘들던

방학숙제를 거뜬히 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그 누나가 인상에 남는 것은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 중에

"그쟈?", 하는 의문문을 "그" 소리는 거의 들릴 듯 말듯 발음 하고 "쟈" 소리에 액센트를 주어 발음해

마치 "쟈?", 소리만 들리는 듯한 특이한 말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한 것 같다.

더우기 부럽기도 하고 좋았던 것은 책장에 가득 꽂혀있는 각종 참고서, 소설책, 시집, 학생 잡지 등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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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었던 책이나 마음에 드는 책을 닥치는 대로 뽑아들어 밤이 깊은 줄 모르고 매일 독서삼매경에 빠지게 됐다.

그렇게 짧은(?) 여름방학이 끝나가고 있어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나 혼자 먼 길을 보내기가 걱정이 되시는지

자꾸만 기차 안에서 졸지 말고 심천역에서 잘 내리라며 몇 번이나 당부를 하셨고 나는 엄마를 안심시키기 위해

속으론 좀 걱정이 되긴 했으나 어른인척 큰소리를 쳐서  엄마를 안심시켰다.
 
엄마가 대구역까지 나오셔서 서울행 기차에 태워 주셨다.
 
기차가 출발해 플랫홈에 서 계시는 엄마가 작은 점이 될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셨고

또다시 헤어지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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