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site-verification: naverf83ad7df1bcc827c523456dbbc661233.html 추억의 저멀리에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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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저멀리에 (13)

fabiano 2 1275  


* * (슬픈 지난날들) (3) * *

어느여름날.장마가 시작됐는지 밤새 많은 비가내려 메말랐던 땅을 흠뻑 적시고  바짝 말라붙었던

좁은 또랑에도 시뻘건 황토물이 제법 거세게 흐르니 작은아버지와 어머니가 갑자기 바빠 지셨다.

 모처럼 내린 비로 넘쳐나는 도랑물을  천수답이나 다름없는 논에 되도록이면 많은 물을 가두어야 모내기를 할수있기 때문이다.
 
작은 고모네집에 부탁하셔서 고모부님이 커다란 황소를 몰고와 논을 갈고 써레질을 하셨고 작은 아버지는 가득 가두어둔 

물이 혹시라도 샐까봐 흠뻑젖은 논바닥 흙을 퍼올려  논둑에 매끈하게 진흙을 바르고

물이 마르지않는 삭골 고모네 논에다 길러둔 못자리에서 모를 날라다 모내기를 했다.

갑자기 비가 내리면 너나없이 천수답에 모내기를 해야하니 온 마을이 일손이 딸려 꼬맹이인

나도 논을 잘 살마서(논흙덩이를 잘게 부숴트려 진흙이 부드럽게만들어진 상태) 무릎까지 빠져 걷기조차 힘든 논에

엄마가  "어이 잘하네, 우리강아지! 밥값은 하는구먼?"

하시며 칭찬을 해 주시는소리에 더욱 신바람이나 철벅대며 장난기어리게 비틀거리면서도

낑낑대며 모춤(뽑은 모를 운반하기좋게 묶은 다발)을 날라주곤 했지.


대부분이 놉(일꾼)을 얻지못해 식구들이나 친척들이 오손도손 지난 이야길 하면서 구부리고 모내기를 하느라

 끊어질듯 아픈 허리를 달래며 웃음꽃을 피우다보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감자 새참이 나왔고

논두렁 그늘밑에 오이종기 모여앉아 시원한 솔바람에 메조 쏘프라노로 부르는 말매미 노랫소리를 들으며 새참먹는 맛이란....

어느덧 땡볕이 시들 해질때면 진흙탕이던 논바닥은 푸른색으로 변해 갔었지..

이른봄 고래실 무논에 가두어 둔 물에선 음치같은 개구리들이 밤잠을 못자도록 시끄럽게 울어대는데

바짝 마른 논에 물을 채우고 모내기를 하고나면 어디선가 맹꽁이란놈들이 모여들어 밤새워

제법 운치있고  리드미컬(rhythmical)한 멋진 합창이 시작 됐었지....
 
"매~앵, 꼬~옹 !, 맹 맹, 꼬~옹 !,꽁 !"

박자감각이 다소 틀어진 녀석들이 가끔씩 딴지를 걸긴해도 막무가내로 무질서하게 목청만 높이는 개구리들 보다는

한결 세련된 노래를 할줄 아는 녀석들이라 후덮지근한 장마철의 밤을 그런대로 즐겁게 해 주었다.


1515073003745677.jpg
 

어느덧 말매미 소리가 사라지고 무수한 메밀 잠자리떼가 하늘을 수놓으면

맨 아래쪽 담배잎이 누르스름 해지기시작하고 수확이 시작 됐다.
 
담뱃잎을 따서 5~6 m 는 됨직하게 가늘은 새끼를 두겹으로 느슨하게 꼰 새끼에

대충 같은 크기의 잎을  서너장씩을 촘촘히 꿰어서 높다란 건조실 안쪽에 가득 매달았다.

건조실 내부구조는 온도를 높이기위해 아궁이와 연결된 직경이 5~60 cm 는 됨직한 철관을

건조실바닥에 벽을 따라 휘돌아 설치하고 아궁이 반대편의 높다란 벽을 타고 밖으로 뽑아 연통에 연결시켰다.

어른 눈높이만한 위치에 밖에서 안쪽을 들여다 볼 수있는 자그마한 유리를 끼우고 그곳에 온도계를 달아두곤

실내 온도를 몇도로 맞추는지는 잘 몰라도 불을 조종해 적정 온도이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작은 아버지께서는 밤중에도 시간시간 나오셔서 불을 지피곤 하셨다,

건조된 담뱃잎이 잡티없이 샛노랗고 잎줄기만 약간 푸른기가 있는 잎을 최상품으로 쳤고 정성을 다해 건조가 끝난 담배는

초겨울까지 담배조리(건조된 담뱃잎을 일정규격의 작은 묶음으로 묶는일)를 해두면  전매청에서나와 등급을 매기고 중량을 달아  매상을 했다.

세월이 한참 흐른 어느땐가 시골에 가보니 농촌 일손이 모자란 탓인지 인건비가 비싼 탓인지 불을 때서 건조시키는 옛날 방법은 사라졌고

노천 그늘에서 자연통풍으로 건조시키고 있었다.      (다음에...)

2 Comments
풀잎 2008.01.20 20:22  
우리 강아지 밥 값 하네~란 말에 눈시울이 붉어지네요...어린시절 많이 듣던 말..지금은 해 줄 사람 없어..그 말이 더 마음에 와 닿습니다...
fabiano 2008.01.20 21:14  
이제 그 모친께서90을 바라보는 세월이...또한 그렇게 말해 줄 사람도 세월도 없습니다.....청춘은 덧없이 흘러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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