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site-verification: naverf83ad7df1bcc827c523456dbbc661233.html 現代詩 한 首 감상
홈 > 블로그 > 내 블로그 > 이야기
내 블로그

現代詩 한 首 감상

fabiano 0 1322  
          굴 비

수수밭 김매던 계집이 솔개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마침 굴비 장수가 지나갔다.
굴비 사려, 굴비! 아주머니, 굴비 사요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요
메기수염을 한 굴비 장수는
뙤약볕 들녘을 휘 둘러보았다
그거 한 번 하면 한 마리 주겠소
가난한 계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품 팔러 간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올랐다
웬 굴비여?
계집은 수수밭 고랑에서 굴비 잡은 이야기를 했다
사내는 굴비를 맛있게 먹고 나서 말했다
앞으로는 절대 하지마!
수수밭 이랑에는 수수 이삭 아직 패지도 않았지만
소쩍새가 목이 쉬는 새벽까지
사내와 계집은
풍년을 기원하며 수수방아를 찌었다
며칠 후 굴비 장수가 다시 마을에 나타났다
그날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또 올랐다
  또 웬 굴비여?
계집이 굴비를 발라주며 말했다
앞으로는 안 했어요
사내는 계집을 끌어안고 목이 메었다
개똥벌레들이 밤새도록
사랑의 등 깜박이며 날아다니고
베짱이들도 밤이슬 마시며 노래 불렀다.

위의 詩는 오탁번님의 굴비의 전문인데 항간의 淫談을詩로 나타낸
것이라고한다.
미당 문학상 후보작에 오른 오탁번님의 여러 詩중 하나..
0 Comments
Hot

인기 이왕 산 김에 한 20년 더 살자구?

댓글 0 | 조회 1,469
Category
State
  • 현재 접속자 55 명
  • 오늘 방문자 1,678 명
  • 어제 방문자 2,125 명
  • 최대 방문자 14,296 명
  • 전체 방문자 1,326,913 명
  • 전체 게시물 10,948 개
  • 전체 댓글수 35,460 개
  • 전체 회원수 71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