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site-verification: naverf83ad7df1bcc827c523456dbbc661233.html 추억의 저멀리에(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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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저멀리에(9)

fabiano 8 1490  

이맘때쯤 보다 조금 이른  어느 가을날.

어스름하고 싸늘한 하현달이 나무나 풀숲을 마치 괴물이 웅크리고 있는양 울뭉둘뭉 거무스레 비춘 길도없는

개울길을 악동 몇놈이서 숨을 죽이고 걸어가고 있었다.

친구놈이 낮에 꼴을 베러 갔다가 감자밭과 옥수수밭을 보고 왔다며 오늘밤 서리를 하러 가자고 제안을 해
 
생각 할것도 없이 합의(?)를 하고 그곳을 발견한 친구놈이 앞장 서서 길 안내를 해 더듬 거리며 나아갔다.
 
친구놈이 감자밭과 옥수수밭을 보고 왔노라며 서리를 가자고 제안 했을때 가을에 감자며 옥수수가 있다는

자체를 믿을수가 없어서 옥신각신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은 어떨지 몰라도 그 당시엔 가을에 감자는 뭐고 또 옥수수가 있다니.....

보지도 듣지도 못한 말을 하는 친구를 거짓말이라고 몰아 세우며 다그치니 그것을 증명차 만장 일치로

서리를 결정한 것이다.
 
그곳은 베루날망 밑에 과수원 옆 어느밭에 있었는데 그곳을 가려면 비만 내리면 개울물이 제법  흐르는

송천강 지류를 따라 가야 했고 그 지류엔 손바닥만한 납작납작한 수성암 자갈이 깔린 개울 바닥을

따라 가야 하기때문에 낮에도 가려면 납작한 돌들을 밟고 걸을때 따가닥 따가닥 요란한 소리가 나는데

한밤중에 아무리 조심해 걸어도 그 소리가 대단했다.

아마도 그 감자밭은 과수원 집의 것이 분명했다.


1515069825911154.JPG




옛날엔 그 과수원집이 최신 농법(農法)으로 과수부터 채소 등등을 짓고 있어 국가에서 농촌 부흥을 위해

4 H 제도를 적극 운영하며 충청북도내의 모범 농장으로 지정되어 도내 각 군청에서 선진 농법을 배우기위해
 
군비(郡費)보조로 농촌 청년들을 파견해 최신 농법을 연수 시키고 있었다.
 
살금살금 감자밭에 앉아 갖고 온 호미로 감자를 캐 보자기에 담고 옥수수를 꺾으려니 그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렸다.

도둑 제 발 저린다는 말이 실감나는...

미처 낫을 준비하지 못한 탓에 손으로 옥수수 수염을 더듬어 까칠한 마른 수염을 골라 꺾으려니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우직끈 끼~ㄱ " .... 옥수수자루가 꺾이는 소리에 조금 떨어진 과수원에서 인기척에 놀란 개가 억척스레 짓는 소리가

들려 허둥지둥 몇개씩 꺾어 대충 챙겨서 돌아왔다.
 
몇놈이 서리한 것을 챙겨보니 그 양이 제법 되었다.

모두들 즉석에서 감자를 씻고 옥수수를 다듬어 가마솥에 넣고 불을 지펴 찌기 시작 했다.
 
기다리던 친구들과 김이 모락모락나는 맛있게 생긴 옥수수와 감자를 꺼내들고 후후 불며 먹기 시작 했는데....

엥 !? ? ?,  ..⊙.⊙.... 이게 웬일일까?

감자는 완전히 물감자에 아무 맛도없는 무우같은 맛이고 옥수수도 여름철에 먹는 그런 옥수수가 아니고 껍질만

두꺼운 이맛도 저맛도 아닌 생전 처음 맛본 이상한 옥수수였다.

나중에 알았지만 사료용으로 쓰는 품종을 시험 재배한것이었다.
 
무서움을 참고 낑낑대며 서리해 온 보람도 없이 모두가 둘러앉아 생전 처음 맛본 가을감자, 가을 옥수수의 이상한 맛에

불만을 늘어놓았고 그바람에 꿀꿀이만 복이터졌다. 

(다음에...)


8 Comments
2007.12.14 20:15  
ㅋㅋㅋ...우째 그런 일이...전 닭서리를 한 기억이 납니다.^^
운교와 사기막 2007.12.14 21:14  
이번엔.. 옥수수와 감자 서리.. 다음엔.. 또..? 기다려 집니다.ㅎㅎ
리버룸 2007.12.14 21:33  
전에 누가 무주 다녀오는 길에 차를 세우고 길가 옥수수를 한무더기 사왔는데, 삶아도삶아도 질겨못먹어서 버렸지요..그런게 사료용 분명.~
fabiano 2007.12.14 22:22  
닭서리, 땅콩,수박,참외,고구마,복숭아서리...등등 안해 본 짓이 없네요. 장난삼아 한 서리....그 시절의 풍경으로 다소 낭만적이었고...
fabiano 2007.12.14 22:23  
지도 기다려집니다~ (^.^)
fabiano 2007.12.14 22:25  
사료용 옥수수를 누가 팔았을까요?  제가 가서 혼을 내주겠슴다. 무주구천동 가는 길이라면요....ㅎㅎㅎ
서니베일체리 2007.12.15 12:26  
하하 꿀꿀이만  복터진 추억이군요
fabiano 2007.12.15 19:47  
못난 인간들 덕분에 꿀꿀이만 횡재...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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