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site-verification: naverf83ad7df1bcc827c523456dbbc661233.html 고사성어 ..... 토사구팽(兎死狗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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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 토사구팽(兎死狗烹)

fabiano 0 1294  
1. 한신(韓信)이란 인물

   기원전 3세기, 최초로 중원을 통일한 진시황은 자신의 절대권력을 과시하고자 하여 수도 함양(咸陽)의 아방궁을 위시해 대규모의 토목공사를 벌였습니다. 여기에 징발된 사람들의 불만과 원한이 폭동으로 이어져 진(秦) 제국은 3대 15년의 짧은 수명을 누리고 중국역사의 뒷무대로 사라져 갑니다. 이같은 정치적 공백기를 틈타 일어난 사람이 초(楚)나라의 귀족출신인 항우(項羽)입니다. 타고난 용맹과 카리스마로 중원을 순식간에 덮쳐 들어가던 그에게 진시황의 토목공사에 징발되어 일하던 유방(劉邦)이라는 건달이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하여 대항해 왔습니다.
처음 유방은 항우군에 예속되어 있었습니다. 그를 별반 대수로이 생각하지 않았던 항우는 진(秦)의 본토를 완전히 평정한 후, 유방을 지금의 사천성 북부인 한중(漢中) 골짜기에 밀어넣었습니다. 유방이 쫓겨가는 이 지역은 이태백이 <촉도난(蜀道難)>이라는 시에서 읊었듯이 험하기가 이를데 없는 미개지역이었습니다. 그곳을 향한 도정에 하루에도 수십번씩 발을 헛디뎌 골짜기에 울리는 비명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도망병과 탈주병이 늘어가던 어느날 자신의 유일한 참모인 소하(蘇何)마저 달아났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놀란 유방에게 며칠만에 돌아온 소하는, 자신이 달아났던 것이 아니라, 달아나는 누군가를 찾아나섰던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아니 이때까지 달아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당신은 한번도 그들을 찾아나선 적이 없지 않느냐. 대체 누가 달아났길래 직접 그렇게 찾아나섰단 말이오.”
“한신(韓信)입니다.”
“그가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오?”
“주군(主君)께서 이 좁은 한중(漢中)에서 생을 마치실 것이라면 모르되 천하를 다투고자 하신다면 반드시 한신과 함께 일을 도모하셔야 합니다.”

   한신! 그가 오늘 고사성어의 주인공입니다. 항량이 정도(定陶)의 싸움에서 죽고 조카 항우가 전권을 쥐자 한신은 처음 그의 휘하에 들어갔습니다. 항우는 한신의 진가를 몰랐습니다. 여러번 올린 계책이 번번이 묵살당하자 한신은 마침내 항우를 버리고 한중(漢中)의 유방을 찾아갑니다. 그런데 푸대접이기는 유방의 진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신은 여기도 내가 있을 곳이 못되는구나 하면서 도망을 쳤던 것인데 그것을 안 유방의 참모 소하가 황급하게 뒤쫓아 왔던 것입니다. 소하의 추천으로 한신은 일개 말단에서 대장군으로 전격 임명됩니다. 상장군에게는 그에 합당한 예를 갖추어야 한다는 소하의 건의에 따라 유방은 목욕재계하고 길일을 택해 성대한 잔치를 베풀어 줍니다.


      2.  최후의 결전

   한신의 지휘로 밀고 밀리는 전쟁이 시작된 지 5년째(B.C. 202) 겨울이었습니다. 유방은 항우의 손에 인질로 잡혀 있는 아버지와 아내가 걸렸고, 항우의 군대도 쉴 새 없는 전투에 지쳐 있었기에 내키지 않는 화의를 진행시켰습니다. 두 진영은 중부의 홍구(鴻溝)를 경계로 동쪽은 항우가 다스리고, 서쪽은 유방이 다스린다는 조건에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유방의 참모들은 지금 항우를 놓치면 언젠가 힘을 기른 그의 말발굽 아래 짓밟힐 것이라고들 우려했습니다. 사실 누구보다도 항우를 겁낸 사람이 유방이었던지라 비겁하지만 자기 진영으로 돌아가던 항우를 뒤에서 추격했습니다.

북쪽에서 온 한신의 군대와 동쪽에서 온 팽월의 군대가 유방과 합류하여 항우의 10만 순사를 몰아넣은 곳이 양자강 하류의 해하(垓下: 지금의 안휘성(安徽省) 영변현)! 천하를 놓고 마지막 승부를 겨룬 곳입니다. 한신의 30만 대군이 성을 여러겹 포위하여 죄어들자, 성 안의 식량은 바닥이 나고 탈주병이 속출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항우는 밤중에 성을 시찰하다가 적의 진영에서 들리는 초(楚)나라의 노래소리에 정신이 아득해져 왔습니다.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탈주하고 투항했기에 사방에서 초(楚)나라의 노랫소리가 이리도 애잔하게 들린단 말이냐! 이것은 그러나 한신의 전략이었습니다. 군사들 가운데 초(楚)나라 출신들을 뽑아 초(楚)나라의 노래를 군영 전체에 보급시켜 성 안의 항우군을 심리적 무력감에 빠지게 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사방에서 들리는 초나라의 노래소리”, 즉 사면초가(四面楚歌)는 “아무도 도와 주지 않는 고립된 신세”를 가리키는 말로 굳어졌습니다. 잘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항우의 온 몸에서 힘이 빠져 나갔습니다.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다고 생각한 항우는 우미인(虞美人)을 불러 술을 따르게 했습니다. 술기운이 돌자 치밀어오르는 감회와 비분강개를 노래로 불렀습니다. 너무도 유명한 이 시가(詩歌)를 감상할 기회를 드릴까 합니다.

   힘은 산을 뽑아 올리고, 기세는 온 세상을 덮었었는데
   불리한 때를 만나, 오추마야! 너도 발굽을 떼려 하지 않는구나
   네가 나가지 않는거야 어찌해 볼 수 있겠지만,
   우희(虞姬)야, 우희(虞姬)야, 너를 어찌한단 말이냐

  노래를 마치고 일어난 항우는 오추마를 타고 한의 포위망을 뚫고 질풍같이 내달렸습니다. 그를 따르던 800기(騎)의 인마(人馬)가 유방군의 추격에 밀려 점점 줄어들다가 양자강 가까운 곳에서 점검해보니 고작 28기! 마지막까지 항우는 자신의 힘이 모자라지 않다는 것을 부하들에게 보여주려고 포위하던 유방군 사이에 뛰어들어 한바탕 칼춤으로 수백명을 죽입니다. 항우는 강을 건너 후일을 기약하자는 주위의 권유를 물리치고 고향의 어른들을 볼 면목이 없다면서 끝까지 싸우다 죽습니다. 이때가 B.C. 202년입니다.


      3. 장락궁(長樂宮)에서의 최후

   항우를 평정한 유방에게 있어 남은 문제는 한신이었습니다. 북방전토를 다스리고 있던 한신의 지휘권을 빼앗은 다음, 남방 항우가 다스리던 지역인 초(楚)지역을 맡겼습니다. 명분은 그곳이 한신의 고향이라는 것이었는데 이때만 해도 한신은 그리 큰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고향에 돌아온 한신은 옛날 자신에게 은혜를 베풀어준 빨래터의 아주머니에게는 1천냥의 상을 내리고, 자신을 바지가랑이 밑으로 기어가게 한 건달에게는 군사적 요직을 주었습니다.
그렇지만 유방의 주변에는 한신을 시기하는 무리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 이듬해 한신이 반란을 꿈꾸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오자, 유방은 한신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하여 제후들을 한신이 있는 곳으로 모이게 했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한신은 충성의 표시로 친구인 종리매(鐘離昧)의 목까지 바쳤지만 허사였습니다. 유방은 각본대로 그를 사로잡아 자신의 뒷수레에 태우고 수도 낙양으로 향했습니다. 호송되는 수레 안에서 한신은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사람들이 하는 말이 틀리지 않는구나! ‘날랜 토끼가 잡히고 나면 부리던 사냥개를 삶아먹고(狡兎死, 良狗亨), 날으는 새가 다 잡히면 활은 활집 속에서 먼지를 쓰며(高鳥盡, 良弓藏), 적국이 무너지면 도모하던 신하가 죽임을 당한다(敵國破, 謀臣亡)’더니. 천하가 이렇게 평정되었으니, 나는 마땅히 삶는 솥으로 들어가게 되겠지!”
이 대목은 사마천의 《사기》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에 나오는 유명한 말입니다.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말은 “교토사양구팽(狡兎死, 良狗烹)”의 줄임말입니다.

   유방에게 잡혀간 한신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조사 결과 별다른 혐의가 없자 유방은 그를 풀어주기로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를 다시 초왕(楚王)에 복귀시키지는 않았지요. 반 독립적인 지역의 지배권을 주면 한신이 언젠가 일을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한신은 초왕(楚王)에서 한 등급이 깍인 회음후(淮陰侯)의 작위를 받아 중앙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한신은 유방이 자신을 신임하기는 커녕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고는 조례에도 나가지 않고 수행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북방 거록(鉅鹿)의 책임자였던 진희가 군사를 일으켰습니다. 유방이 친히 이를 토벌하러 나간 사이 유방의 아내 여후(呂侯)와 승상 소하(蘇何)가 한신을 반란군과 내통했다는 죄를 물어 체포했습니다. 장락궁(長樂宮)의 종실(鍾室)에서 그는 무참하게 칼을 맞고 죽었습니다. 

                                                                       

                                                                                     쏘사랑 <가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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