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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시름`에 빠진 주민들 `바다는 생명줄…내 목에 기름 차오르는 듯해`

fabiano 0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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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11시. 태안군 신진항에 정박한 50t급 태안해안경찰서 경비정 P-31호에 올라타자 지독한 기름 냄새가 코를 찔렀다. 순간 머리가 띵해져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경비정 갑판에서 본 태안 앞바다는 더 이상 해상국립공원의 모습이 아니었다. 쪽빛 바다는 사라지고, 걸쭉한 검은 기름띠로 뒤덮인 '죽은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105척의 배가 투입됐지만=경비정이 기름띠를 가르며 5분 정도 달리자 기름 처리제를 뿌리는 방제정들이 나타났다. 방제정은 물을 뿌리며 작업을 했다. 해경 함은식 경사는 "얇은 유막을 바닷물과 분리해 효과적으로 방제작업을 하기 위해 물을 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군과 해경은 사고 현장 근처에 경비정과 함정 67척과 500t급 방제정 20척을 투입했다. 민간 어선 20척도 가세했다. 총 105척의 배가 투입됐지만 바다를 휘감은 시커먼 기름을 없애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해군과 선원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기름 처리제를 뿌렸지만 검은 기름은 줄지 않았다. 그만큼 바다는 넓었고, 퍼진 기름은 많았다.

어선을 타고 방제작업을 하는 양식 어부 10여 명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필사적으로 방제펜스를 바다에 띄웠다. 주황색 펜스 주위에 검은 원유가 달라붙었지만 해안가로 밀려가는 기름을 막기에는 어림도 없었다. 한 어부는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나왔는데 기름이 너무 많이 퍼져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쪽으로 기운 대형 유조선=평균 시속 20노트로 1시간 정도 달린 뒤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사고 선박인 14만6848t급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와 해상크레인(3000t급)을 실은 1만1800t급 부선(자체 동력이 없는 선박)이 바다 가운데에 떠 있었다.

현장에서는 의외로 기름 냄새가 심하지 않았다. 이미 기름이 먼 바다와 해안으로 떠내려간 것이다.

경비정이 유조선 가까이 다가가자 10층 아파트(1층당 3.2m) 높이의 거대한 벽(배의 측면)이 위압적으로 느껴졌다. 유조선의 규모는 길이 338m, 높이 30.825m(송선탑 포함 62m).

갑판의 넓이만 축구장 세 배 규모다. 유조선은 왼쪽으로 10도 정도 기울어져 붉은 아랫부분을 드러내고 있었다. 사고 후 구멍이 난 1, 3, 5번 탱크에 있던 기름을 옆 탱크에 옮겨 배의 균형이 안 맞았기 때문이다.

해경 관계자는 "이 엄청난 배에서 1만t이 넘는 기름이 빠져 나왔다고 하니 피해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1번 탱크의 찢어진 부분은 이미 용접을 마쳤다. 용접된 부위는 찌그러져 있었다. 용접을 하지 못한 3, 5번 탱크 부분은 날카롭게 찢겨 있었다. 5번 탱크 쪽에는 지름 1m가 넘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뚫린 구멍을 통해 유증기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왔다. 원유를 수송할 때는 기름을 데운다. 온도가 올라가야 기름이 굳지 않기 때문이다.

기자는 크레인선과 무선으로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거절한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경비정이 크레인선 옆으로 다가갔지만 2m가 넘는 파고 탓에 배를 댈 수 없었다.

◆가로림만과 근소만도 위험=이날 기름은 사고 지점에서 남쪽으로는 30㎞ 떨어진 근소만과 북쪽으로는 20㎞ 떨어진 가로림만까지 도달했다. 북서쪽(중국 방면)으로는 7㎞까지 흘러갔다.

어민들은 기름띠가 근소만과 가로림만까지 도달하자 극심한 불안에 빠졌다. 이곳에는 개펄과 수산자원.양식장 등이 밀집돼 있어 앞으로 큰 피해가 예상된다. 해경은 이곳을 보호하기 위해 오일펜스를 이중 삼중으로 설치했지만 파도가 높아지면서 기름띠가 오일펜스를 넘었다. 한 어민은 "근소만과 가로림만이 마지막 보루인데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1515069450130566.JPG◆기름 처리제=액체 상태며, 바다에 떠 있는 기름을 녹이는 기능을 한다. 수용성 계면활성제(비누)를 비롯한 첨가제로 만든다. 기름 위에 처리제를 뿌리면 기름을 분해해 자연 증발하게 함으로써 환경오염을 최소화 할 수 있다. 하지만 독성이 있어 양식장 인근에 뿌려서는 안 된다.

1515069450130566.JPG◆오일펜스=바다로 쏟아진 기름이 퍼지지 않도록 바다에 치는 펜스. 스티로폼 같은 재질로 만들어져 해안가로 이동하는 기름을 막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파도가 높으면 기름이 펜스를 넘어가기 때문에 오일펜스는 1차방제 역할만 한다. 보통 기름을 오일 펜스 안에 가둔 뒤 흡착포로 기름을 빨아들이거나 기름 회수기로 기름을 빨아들인다.

태안=강인식.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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