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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저멀리에...(8)

fabiano 4 1187  

*  왜골에서 닭서리를 하다  *


때는 아마도 내가 초등학교  6 학년... 아니면 중학교 1 학년 겨울 방학때 였던 것같다.

그날도 어찌어찌하다 일찌감치 무에그리 바쁜지 청춘에 하늘나라로 간 왜꼴사는 친구집에 놀러갔었는데

이런 저런 놀이를 하다 정이 남다른 그녀석이 자고 놀다 가라고  붙들었다.

의기투합한 대가리 쇠똥도 안벗겨진 풋내기 몇놈들이  겁도 없이 푼돈을 털어 술을 사고 과자 부스러기를 사서 어른 흉내를

내며 놀이판이 벌어졌는데  술이 몇 순배 돌자 낯반데기가 홍시빛이되고 눈동자가 풀어져 맛이 간 어느 놈이 오늘밤

닭서리를 하자고 제안하자 갑자기 간뎅이가 부어 배 밖으로 나온 악동들이 신대륙을 발견한 컬럼부스라도 된 양, 만장 일치로  그렇게 하기로 생각을 모았다.

왜골 살든 그 친구네 집엘 가려면  저만큼 뒷구리 가는 길을 따라 깊은 골짜기로부터 흐르는 작은 개울을 건너야 했다.

개울 위론 통나무 여러개를 촘촘히 걸친 위에 떼(잔디)를 얹고 그 위에다 진흙을 두텁게 덮어 만들어논 다리가 집집마다 걸려 있었다.

의기투합에 신이 난 악동 몇 놈이 즉석에서 닭서리를 할 특공대를 조직(?)했고 나도 거기에 자원입대(?)하기로 하고  미리 찜한 그 집을 현장 답사 가기로 했다.




1515069162322880.jpg


그 집은 친구네집을  몇집 가기 전의 다리건너 집이었는데 다리를 건너면 가시넝쿨을 엮어 만든 삽짝문이 있으나마나하게

있고 문 입구에 직경이 2 ~3 cm쯤되는 가느다란 나무를  직사각형으로 촘촘히 박아 닭장을 만들었고 그 속에 토종닭이

너댓마리가 들어가 자고 있는것 같았다.

사전 답사를 끝내고 다시 친구네 집으로 왔으나 어떻게 저놈을 깜쪽같이 잡아오느냐가 큰 문제였다.

이런 저런 의견이 분분했는데 어떤 녀석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기차가 역을 지날때 잡아오자는 아이디어다.

지금은 유선형으로 멋진 전동기관차인 KTX 가 다니고 디젤기관차가 다니지만 그시절엔 겨우 여객열차를 끄는것만

디젤기관차였지 화물차는 옛날 증기기관차가 그대로 끌었다.

여객열차는 거의 낮시간대에 통과했고 밤12시가 넘으면 불특정 시간에 다니는 증기기관차가 끄는 화물열차가 다녔다.

지금은 어떤지 잘 몰라도 그때는 어느열차던지 심천역을 통과할 때면 기적을 울릴 때가 많았고 그 소리가 디젤기관차도

장난이 아닌데 증기 기관차는 그 특유의 칙칙폭폭 하는 소리도 엄청 났지만 기적소리는 더 엄청나 아무리 깊이 잠을자도

깨지않을수 없었다.

그럭저럭 꼬맹이 술꾼들이 거나하게(?) 취할 무렵엔  밤이깊어 어림잡아 12시가 넘은 듯 하였다.

그 시절엔 대부분의 집에 시계가 없었고 규칙적으로 통과하는 열차 소리로 대충 몇시가 된 걸 짐작하던가, 아니면

밤하늘에 영롱히 빛나는 삼태성의 위치를 보고 시간을 어림짐작 했었다.

대충 밤 화물열차가 통과할 시간을 가름하고 악동 행동대 몇 놈이서 사전답사한 그 집에 살금살금  숨어 들어 콩닥이는

가슴을 억누르고  대기하고 있었다.

드디어 때를 맞춰 저 멀리 지탄리 모퉁이를 돌아 기적을 울리며 화물열차 오는 소리가 들렸다.

긴장상태로 닭장앞에 대기하고 드디어 심천역을 통과하는 엄청난 기차소리와 연이어 빼~애~ 엑 하는 엄청난 기적소리에

맞추어 닭 한 마리를 확 잡아 꺼집어 냈고 서툰 솜씨에 놀란 닭이 상당히 퍼득댔지만 기적소리에묻혀 무사히

임무(?)수행을 마쳤다.

처음 해 본 엄청난 전과에 환호하며 이놈을 요리해 술안주가 더해지니 그 술판이 왜아니 즐거우랴.....

그 장난을 하던 친구중 벌써 두 놈이나 뭐가 바쁘다고 하늘나라로 먼저 가버렸으니 어찌 세월이 무상하지 않을지....

그녀석들, 하늘나라에서도 닭서리 한 이야기로 안주삼아 쇠주한잔 하고 있으려나?

그날 닭서리로 토종 닭을 잃어버린 분께 늦게나마 심심한 사죄말씀 올립니다.

공소 시효도 한참 지났으니 널리 용서해 주시길....


(다음에...)




 

4 Comments
꿈꾸는 구름 2007.12.07 04:23  
일찍도 주도에 들어가셨군요.^^ 대단하십니다.^^서리닭은 유난히 맛깔난 안주였으리라 집작이 됩니다만..^^ 친구분들이 그리우신걸보니.... 어째 한잔이 또 그리우신게 아닐까~~^^
fabiano 2007.12.07 05:03  
친구녀석이 좀 별난데가 있어요. 지금도 이 시리즈를 계속 연재하고 있는데 한잔 걸치면서 쓰고 있을겁니다, 아마도...*^.^*
운교와 사기막 2007.12.07 20:34  
서리~하면 수박이나 참외 등.. 주로 과일을 많이 했는데.. 닭이라뇨..? 그것도 살아있는..ㅋㅋ 어떻게 요리를 하셨나요..?ㅎㅎ
fabiano 2007.12.07 22:40  
ㅎㅎㅎ..., 원시적인 방법이쥬....별 것 없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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