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site-verification: naverf83ad7df1bcc827c523456dbbc661233.html 추억의 저멀리에(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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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저멀리에(7)

fabiano 0 1218  
*  난생 처음해본 복숭아서리 *


꼬맹이땐 왜그렇게 풋과일을 좋아 했는지 모르겠다.

겨우 꽃떨어진걸 솎아낸 메추리알만한 사과나, 목질씨앗이 생기기전의 풋 복숭아등을 눈하나 깜짝않고 그 시어터진걸 맛있게 먹어치웠다.

초등학교 3 학년쯤의 따스한 늦봄 어느날 의 일이다.

그날도 꼬맹이 몇놈이서 삭골가는 길옆 손바닥만한 다랭이논 사이로 흐르는 좁은 또랑에서 가재를 잡는다고 작은 돌들을 들춰 흙탕물을 일궈 미꾸라지며 개구리를 보이는대로 못살게 굴다 이내 실증을 내곤 완만한 산 비탈로 별 목적없이 이리저리 몰려 다녔다.

어떤 녀석이 "야 !, 복숭아다 !"소리치며 저멀리 완만한 산비탈 복숭아밭으로 우루루 달려가 누가 먼저라 할것없이 마구잡이로 솜털이 뽀송뽀송난 메추리알만한 복숭아를 여나무게 따가지고 솜털을 옷자락에 쓱싹 쓱삭 문질러 한입 물어떼면 복숭아 가운데 뽀이얗고 말랑말랑한 씨앗이 나오고 이것만 빼내곤 그냥먹으면 됐다.

복숭아 따먹느라 정신이 없는데 ,저멀리 마을쪽에서 어떤 아저씨가 "야 ,이놈들아 !, 당장 나오지 못해?"소리치며 쫓아오는게 아닌가?

혼비백산한 꼬맹이들이 죽어라 도망을 쳐 콩닥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동네속으로 숨어버렸으나 길게 가지 못하고 두어놈이 붙들려 오며 함께있든 애들이 이름을 부는바람에 꼼짝없이 잡히는 신세가 됐고 친구네집 마당에 두손들고 벌을 서는 처량한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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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아저씨의 일장 훈시에 부모님께 이르는건 물론이고 학교에 가 선생님께도 일러 바친다는 바람에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잘못했다고 싹싹 비는 신세가됐다.

그 아저씨는 원래 글까에 사시던 분이 아니시고 진동밑인가?....당구리엔가 사시든 분인데 그해에 글까로 이사를 왔고 지난번 이야기에 언급했던, 먼저 하늘나라로간 후배 친구의 아버님이셨다.

그분은 이발 기술이 있어 일년에 두번 추수때마다 겉보리 한 말과 가을에 나락이나 콩으로 한 말씩 주기로 하고 일년내내 필요한때 몇번이고 이발을 할 수 있었으며 그때마다 서리하다 들켜 혼줄이난 뒤라 이발하기가 겁이나 꽁지를 빼다 머리 안깍는다고 선생님께 혼나면 마지못해 깍곤 했었다.

고인이 된 그 후배는 그후로 나와 무척 친해졌고 내가 좋아하는 복숭아를 그 문제의 밭에 데리고 가 실컷먹도록 해주었다.

가끔씩 봄이 되면 그 일이 생각나 밤톨만한 풋복숭아를 먹어보지만 도저히 너무 시어서 먹을수가 없는데 그땐그게 왜그리 맛있었는지 이해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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