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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저멀리에...(6)

fabiano 2 1172  

* 꿩 이야기 *

따스한 봄 햇살이 온 대지를 덥히면 양지바른 삐알밭뚝이나 멧뜨럭(산소) 언덕에잡풀들이 제법자란 사이로 띠처럼 생긴

식물의 통통하고 부드러운 이삭부분을 뽑아먹었고 뽑힐때 나는소리를 따라 그 이름을 지었는지 몰라도

우리 동네에서는  "삐삐"라고 불렀다.

꼬맹이들은 이것을 한웅큼씩 뽑아들고 까먹으며 이리저리 몰려 다녔다.

때로는 밭뚝에 자생하는 야생 찔레나무의 그루터기로 부터 쪽곧게 올라오는 순을 잘라 까 먹기도하고 머루넝쿨의

새순을 잘라 풋풋한 풋내와 시큼털털한 맛을 즐기곤 했었지...

온 산에는 땔감으로 매년 수난을 당한 정원수같이 몽땅한 다박솔 사이로 역시 수난을 면치못한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어 장관을 이루었다.

꽃놀이에 취한 꼬맹이 몇놈이 삭골로 가는길옆 성황당을 지나 펑퍼짐한 밭뚝길을 따라 당구리 앞산까지 헤메고 다니며

꽃송이가 푸짐한 진달래를 골라 한아름 꺾어들고 그 중에 제일 긴 꽃술을 뽑아 고리를 내 꽃술 끊기 내기를 해

끊어진쪽 아이가 들고있는 꽃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꽃을 뺏어오는 놀이를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펑퍼짐한 야산을

이리저리 헤메고 있었다.

한참을 그러는데 저멀리 작은 솔푸덩이 사이로 장끼의 아름다운 긴 꼬리털이 보였다.



1515068502821670.jpg



달려가 보니 뜻밖에도 커다란 장끼가  땅으로 뻗은 잔솔가지에 머리만 쳐박고 있는게아닌가?

너무 놀랍기도하고 당황스럽기도해 살금살금 다가가 잽싸게 그놈의 목을 웅켜잡고  " 꿩 잡았다 !" 하고 소리를 지르고

번쩍 들어 올리니 이놈이 버둥대며 퍼덕거리다 이내 축 늘어졌다.

그사이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 들었다.

너무 좋아서 혼자 펄쩍 펄쩍 날뛰고 있으려니 2~30 m 쯤 떨어진 밭에서 무언가를 하시던 당구리사는 웬 아줌마가

"아이고, 그 꿩 우리꺼여, 이리 내놔!"
 
마구 달려오며 소리를 지르는게아닌가?

"이 꿩은 내가 잡았어요! 아니, 들판에 돌아다니는 꿩이 왜 아줌마꺼예요?"
 
흠칫, 반사적으로 도망치며 당돌한(?)대꾸를 하니

"우리아들이 새벽에 싸이나를 놨는데 그걸 먹고 죽은거니께 내놔라 이눔아!"

"엥? 아니요. 죽은게 아니고 분명히 살아있는 놈을 내가 잡았단 말이예요!"

안잡힐려고 필사적(?)으로 줄행낭을 쳤다.

숨이찬지 아줌마가 점점 멀어지더니 따라오는걸 포기하곤 무어라 악다구니 하는소리가 아득히 들렸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 아줌마 말이 맞는것 같다.

그토록 약삭빠른 꿩이 나같은 꼬맹이 한테 붙들린다는게 말이나 되겠는가? 

약을 먹은놈이 죽기전에 솔밭에 머리를 쳐박고 있다가 내게  잡힌게 정답일께다.

덕분에  그 꿩을 잡아 난생 처음 꿩고기 맛도 보고 온 집안(?)이 포식을 했었지....
지금은 야생조류 포획 금지법이 있어 그런짓을 못하는지 몰라도 옛날엔 "싸이나"(청산가리)를 이용해 야생조류를 많이 잡았었다.

(다음에....)



2 Comments
피케노 2007.11.29 10:12  
그꿩 제대로 걸렷네요...ㅎㅎㅎ
fabiano 2007.11.29 10:24  
그 시절엔 콩알 속에 싸이나를 넣어 꿩 잡는 수법이 유행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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