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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저멀리에...(5)

fabiano 4 1188  

* 나무도둑 이야기 *

지금은 한발짝만 나서면 나무들이 우거져 산을 오르려면 상당한 고생을 각오해야 하지만 우리가 어렸을때는 모든 산들이
땔감으로 베어져 거의 벌거숭이였다.

심천 주변의 산들은 산지기가 있는 학교 뒷산만 빼고 더욱 심했고 그나마 단전리는 높은 산들로 둘러 쌓여 약간의 숲이
남아있어 땔감걱정은 안해도 됐다.

그러나 큰 나무가 들어찬 숲다운 숲은 동네 뒷산의 밤나무숲이 고작이고 옆마을 진동밑 앞산은 제법 굵직한 나무가 있었다.

그곳에 큰 나무가 온전히 남아있는 이유는 전댕이 뒷산의 밤나무 숲은 마을 입구 첫집에 사시는 머리가 새하얀 할머니가
극성스러울 만큼 감시를 잘 하신 덕분이고 옆마을 진동밑 앞산의 잡목숲은 호랑이같은 희숙이네 할아버지 덕분에 온전한
숲을 유지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잘 몰라도 초등학교땐 키가 자라지 않아 아침 조회때나 일열 종대로 설 일이 있으면 맨 앞에서 두번째나
세번째 서야 할 만큼 땅꼬마를 못면했는데 중3 쯤 되면부터 갑자기 키가 자라기 시작해 많이 자랄 땐 한 해에 12 cm 씩
자랐고 3~4 년만에 현재의 키로 다 자라 버렸다.

그러다 보니 팔 다리가 늘어나 지난 해 입던 옷은 아예 입을 생각도 못했고 덕분에 키는 많이 자랐어도 팔 다리가
왕갈비가 되어 모양새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그당시 너무 허약해 보이는 몸을 단련해 보려고 운동을 하고 싶어도 변변한 운동기구가 없었다.

운동기구라곤 동네 선배들이 어디서 시멘트를 구해 둥근틀에부어 역기를 만들어 썼고 나무 기둥을 세운 평행봉이 동네
선배들의 두어 집, 있을 정도였다.

비슷한 또래 몇놈이서 평행봉을 만들기로 작당을 하고 이곳 저곳 을 기웃거려봐도 마땅히 나무를 구할곳이 없었다.

옆마을 진동밑 앞산의 8부 능선쯤에 평행봉 감으로 적당한 낙엽송이 자라는걸 발견하곤 이놈을 베어 오기로 작정을 했으나 낮에 작업을 할 경우 호랑이같이 무서운 희숙이 할아버지의 감시를 피할 길이 없어  고민을 하던중 어떤녀석이 한밤중에
베어오자고 제안을 했다.

이 방법이 제일 좋은 것 같았으나 대낮에도 산이 가파르고 높은 8부 능선까지 오른다는게 보통일이 아닌데 한술 더떠 야밤에 작업(?)을 해야 한다는게 큰 문제 였다.

그도 그럴것이 동네 어른들 이야기속에 단골로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산 짐승이 살고있다는 이야길 자주 들었고 또 우리마을에서 진동밑으로 가는 밭둑길 옆 작은 골짜기에 도깨비와 귀신이 자주 나타난다는 대낮에도 섬뜩하고 무시무시한

장례식때나 쓰는 상여(행상)를 보관하는 행상집이 지척에 있는터라, 새가슴들이 선뜻 결정을 못했어도 달리 좋은 방법이
없었으니.....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달도 없는 그믐밤으로 D-day를 잡았다.

캄캄한 그믐 밤에 악동 몇놈이 살금 살금 발소리를 죽여 산을 오르는데 제아무리 조심해도 앞이 잘 보이질 않으니 가시나무 회초리에 찔리고 할퀴여도 찍 소리도 못내며 기어 올라야 했다.

시커먼 악마의 입같은 나무숲을 더듬어 적당한 굵기의 나무를 골라 톱질을 하는데 그 소리가 마치 마이크에 대고 듣는
소리처럼 크게 들리고 무서움에 질려 심장뛰는소리가 귀에 들리는것만 같았다 .

어떻게 끝냈는지 모를 정도로 끝내고 서둘러 산을 내려 오는데 긴 생나무를 둘러메고 내려오려니 여간 힘드는게 아니었다.

마치 산 짐승이 뒤따라와 덥썩 물것만 같고 행상집에서 귀신이 나와 와락 달려 들것 같은 생각에 어떻게 산을 내려 왔는지 모를정도로 허둥대며 친구네 집에 가까스로 도착했다.

너무 악을 쓰고 산을 내려온 탓인지 무사히 돌아와 긴장이 풀린 탓인지 몰라도 맥 풀린 다리는 저절로 후들 후들 떨렸고
온 몸은 축 늘어진 죽은 낙지꼴이 됐었지 ...

호롱불빛에 비친 악동들의 몰골은 하나같이 온몸이 땀에 흠뻑 젖어 물에 빠진 생쥐꼴이었고 손이며 얼굴이 가시넝쿨에
할퀴고 찢어져  피가 맺힌 형편없는 꼬락서니를 서로 쳐다보곤 낄낄 댔지...

다음날 껍질을 잘 벗기고 다듬어 평행봉을 만들려고 한 토막씩 메고온 나무를 추스르는데 깜짝 놀랄 정도로 어찌나
무겁던지...

겁에 잔뜩 질려 무거운 나무 무게도 느끼지 못하고 옮겼던 모양이다.

지금와서 옛 일을 돌이켜 봐도 도가 좀 지나쳤던것 같다.

희숙이네 한테는 좀 미안하기도 하고. .....ㅎㅎㅎ  

                                                                                                                                                      
(다음에....)



4 Comments
逸野 2007.11.22 01:13  
으흐흐흐..겁없는 아이들..철이 없는건지?? ㅋㅋㅋ
fabiano 2007.11.22 08:07  
그 시절엔 솔직히 악동들(?) 뿐만 아니라 가지고 놀만한 유희는 전무했죠...매사, 열악했던 환경속에 그만큼이라도 그렇게 했다는 것도대견했쥬....
지나가다 2009.09.15 01:06  
ㅎㅎ..행상집 저도 기억에 난다는... 오미제 골짜기쪽에 있던거죠?
fabiano 2009.09.15 03:33  
⊙.⊙....? 지나가다님이 심천 단전리에 사셨던 모양입니다. 뉘신지 통성명 하심이 어떨까요? 이 글의 作者는 제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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