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site-verification: naverf83ad7df1bcc827c523456dbbc661233.html 만화가 박기당 2 : 오래전 토장국 맛이 감도는 옛날이야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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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박기당 2 : 오래전 토장국 맛이 감도는 옛날이야기꾼

fabiano 9 4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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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당의 초기작(50년대 말).
그림과 글이 반반씩 섞인 극화제 형식의 작품.
사실체 묘사로 표지의 표정도 동적이다.
저승피리에 이어 효자피리, 갈대피리까지 주로 고전을 다루었다.
박기당!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좋아한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독특한 그림체는 고사하고라도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이갸기 같은 그의 책은 제목 부터가 순수한 우리말의 표본으로 독자의 시선을 받기에 충분하다.

눈물의 절벽, 감초선생, 가나다라왕국, 만고강산, 내고향 저산넘어, 귀신동자 어떻게 생각하면 유행가 가사 같기도 하고 영화 제목 같기도 하지만 그 제목에서 풍기는 것과 같이 책 내용에서도 그 맛을 흠뻑 적셔준다.

마치 흑백무성영화에서 연사가 읽어 내려 가는 듯한 그의 스토리 필법은 - 그렇게 했던 것이다 - 하며 할머니가 손자를 앉혀 놓고 옛날 이야기를 들려 주는 것 같고 이야기 속의 주인공 역시 무한한 상상의 날개속에서 날아온 듯 온갖 기이한 모습으로 책장에 날아와 살아 움직이고 있다.

물론 대부분 이야기의 주제는 예외없는 권선징악으로 결론을 짓지만 그래도 다른 책과 달리 흥미를 주는 부분은 이야기의 반전이나 또는 주인공 만이 활약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당시의 일반적 만화 스토리와는 달리 엑스트라에도 그 특징을 많이 분배 했다는 것이 좀 색다른 여운으로 박기당 만화를 다시 찾는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박기당 만화의 초기 작이랄 수 있는 50년대 말 단행본의 대부분은 괴기물이나 야담, 전설 등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것은 아직 새로운 도시문화의 생활이 스며 들기전 아직도 우리의 전통구전문화가 주류를 이루고 우리 삶에 깊이 배여져 있었기 때문에 그런 종류의 이야기 형식의 극화체 만화가 많았다고 하겠다. 그의 작품 중 괴기물의 걸작으로 평가 받고 있는 묘구 공길이나 백발귀를 대부분 기억할 것이다.

묘구 공길이 같은 이야기는 초기 그가 부산에 정책해 살 때 그 동네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과 같은 이야기를 각색한 것으로 상황설정이 재미있고 반전에 묘미도 있어 당시로서는 상당한 인기를 끌었었다 한다. 그후 그는 그와 같은 소재로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죽었다고 믿었던 사람이 다시 나타나 복수를 한다)

이후 뱀 사나이, 저승피리, 효자피리, 갈대피리 등 이와 유사한 작품이 해를 걸러 발표되고 기당만이 갖는 독특한 그림체로 최고 인기작가의 계열에 선두를 달린다.

우리 할머니들의 옛날 이야기보따리 속에 있을 듯한 대부분이 평범한 이야기를 우리의 정서와는 낮선 이국땅, 일본에서 유년기와 성장기를 보냈던 그가 그렇게 우리의 표현을 적절하게 해낼 수 있었을까 생각할수록 그는 대단한 이야기 꾼이자 연출가 임에 분명하다. 흔히 같은류의 전통극화를 잘그린 당시의 몇몇작가로는 잡지에 연재를 주로하던 심상찬, 김백송, 서정철, 박광현, 김종래 등 여럿이 있으나 기당만큼 상황설정과 그림 이야기의 연출이 뛰어나게 돋보일 수 있는 것은 드물다(물론 필자의 주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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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우리식 표현의 대표작품. 사실체 그림에서 탈피하여 만화체로 변형시킨 초기작들.

그리고 또 그가 다른 작가와 크게 대별되는 점은 연출력으로, 풍부한 연출력을 오늘날의 카메라 작업으로 표현 한다면 와이드 렌즈를 통해 배경까지 전체를 읽는 방법과 단지 인물 크로즈업을 통해 상황설명에 그 힘을 가하는 표현방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작가 특유의 사물을 관찰하고 표현하는 연출력에 기인한 것으로 그 표현력은 타고난 소질-재능으로 모방할 수 없다 하겠다.

실로 같은 류의 주제로 작품을 많이한 박광현과 김종래를 비교한다면 박광현의 이야기 주인공들은 대부분 훌륭한 그림 솜씨에도 정지 상태의 정적인 표현이 많아 이야기의 연속성이 부족하고, 김종래 역시 너무나 자세하게 이전 장면의 연출이 계속 부연되어 이야기 줄거리와 그림이 반복해 나타남으로 그 주제 표현에 혼란을 가중시킬 위험이 클 수도 있다.

이런면에서 견주어 비교한다면 박기당의 작품은 주제가 좀 더 뚜렷이 돌출되어 보이고 군더더기가 없이 명쾌하여 장마다 움직이는 동적 표현 역시 다음장의 연결을 자연스럽게 이어주어 독자들의 사랑을 더 받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쉽게 독자들에게 어필되다 보니 기당의 작품이 박광현과 김종래의 배가 넘는 다작을 같은 시기에 이루어 낼 수 있지 않았나 추측할 수 있다.

또 괴기 야담을 전문으로 한 작가 계월희도 빼 놓을 수 없는 데 그 이야기 틀과 그림체는 박기당의 것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다. 무덤속의 거문고나 물귀신, 저승사자 마왕상 등 그 역시 한시절 괴기 야담을 소재로만 그린 독특한 작가로 평가하고 있지만 기당의 독특한 붓선과 달리 가늘고 현대화된 펜선은 그 느낌이 크게 차별되고 그의 작품 대부분이 이국적인 냄새(중국)가 많이 난다.그림체로 보아 최상권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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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보다는 펜선이 많이 가던 시기(1964년) 문하생을 두고 분담을 했음

기당의 초반 작품은 대부분 문하생이 없이 그 자신이 직접 붓으로 그린 것들이 많다. 날카롭지만 붓선은 전체로 보아 둥글고 원만하며 너무 강할 것 같은 큰선(아웃라인)역시 전체로 본 조화에서 어긋나지 않고 깨끗함이 붓을 다루는 다른이들과는 달리 잘 조화를 이룬다. 인물 배경 할 것 없이 비슷한 선이지만 먹물의 그림체로는 펜처럼 깨끗한 맛이있고 그만이 갖는 특유의 그림 양식을 음미할 수 있다.

그의 인물들은 대부분 눈이 살아 있다고들 한다. 동물들 역시 그의 질벅한 체취가 여실히 흐르고 남들이 흉내낼 수 없는 기당만의 독특함을 느낄 수 있다. 또 그가 설정한 인물들은 선악의 구별이 뚜렷한 것이 특징이다. 악당 중에는 꼭 능구렁이처럼 간악한 꾀를 지닌 인물을 한두명 올려 놓는데 정말 세상에는 악당보다 악질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기당의 인물들은 대부분 활동적이라 정지해 서있는 멀쑥한 그림들은 찾기 힘들다. 책표지의 인물들도 대부분 역동작의 모습이 많다. 움직이는 자세의 그림을 기리는 것은 많은 정확한 습작과 빠른 크로키 연습이 필요한 것은 물론일 것이다. 정지상태 인물의 잦은 등장은 부자유의 어색함은 물론 정돈되지 않은 부적절함, 그리고 표현의 연속될 수 없는 일시성이란 점으로 고찰 할 때 독자로부터 편수가 달라짐에 따라 흥미를 잃어가게 할 수도 있다.

이 시대 기당보다 더한 역동작 모습을 많이 표현한 작가로 최상권을 들 수 있다. 최상권 역시 시대물 무협류의 신기한 옛날 이야기, 고전물을 즐겨 다루었는데 50년도 중반 만화세계에 작품을 발표한 만리장성, 해왕성, 청룡백호 등을 보면 극중의 인물은 말할 것도 없고 배경까지 움직여 나가는 느낌이다. 펜화로 세세히 미미한 동작표현까지도 인물은 물론 입고 있는 의복에서도 바람에 휘날리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표현이 강열하다. 후반 그의 영향을 받은 신현성도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신검마검이나 삼천갑자 등을 보면 칼 휘두르는 소리 사사삭 이라던가 휘이잉 등 완전한 지금의 슬로우 비데오의 한 장면을 바라보고 있는 착각을 할 정도로 소소히 묘사되어있다. 여하튼 기당은 빼어난 그림솜씨를 갖춘 특출난 만화가였던 것이 분명하다. 또한 그림속의 배경이나 인물의 표정, 도구, 복식은 물론 전체가 한화면 가득 일치되어 조화를 이루는 한컷 한컷의 그림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이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만약 그가 영화의 메가폰을 잡고 지휘하는 영화감독이나 지금의 상업씨에프를 제작하는 제작자라면 많은 콘티나 습작이 없이도 좋은 작품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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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작. 순수한 우리식 표현의 대표 작품들. 사실체 그림에서 탈피하여 만화체로 변형시킨 초기작들.

그는 실제 영화감상과 독서를 생활화하고 지냈으며, 노래와 시도 즐겼던 종합 예술가적인 면모를 지닌 사람이었다. 인물마다 인물의 성격과 행동을 예견하여 주는 강한 멧세지가 잘 담겨있다. 그것은 작품의 내용뿐 아니라 작가의 성격과 품성을 이해할 수 있는 척도다.

수정없이 완성되는 초안이 원고
그분과 허물이 없던 원로작가 한분의 이야기를 소개하면.... 가끔 선생의 작업실에 예고없이 놀러가면 그는 한손에 담배를 들고서도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말을 걸어 주고 받는 농담, 진담 이 얘기, 저 얘기 다 받아주며 으응, 그래 그래서 어떻게 됐지? 남의 이야기를 관심있게 듣는 것은 물론 본인이 하고 싶은 주장을 쉴 새 없이 다 하시며 쓱싹 쓱싹-작업과정에는 변화가 없다. 속으로 내심, 수 많은 참견을 다하고 저렇게 그림을 그리니 대강 러프 스케치겠지 하며 걱정된 마음에 끝마친 그림을 보면 아 아! 이건 연필 초안 뎃생인데도 밑그림이나 수정없이 말쑥한 그림원고가 아닌가 스케치없이 곧바로 원고를 그리는 그의 그림을 생각할 때마다 두려운 생각보다는 타고난 그림꾼이라는 생각이 짙게 스며 들었다. 또 한번은 다른이가 그린 원고를 우연히 보고 이 호랑이는 잘못 됐어. 이렇게 그려야 하지 하면서 그 사람 그림체로 완벽한 조화를 갖춘 호랑이를 단숨에 그려 내는 것이 아닌가? 물론 처음 보는 남의 그림체로-마치 사전에 연습을 했던 것처럼.

 
 
글 : 오민수[ ]
 

9 Comments
한생수 2008.05.04 22:03  
어릴때(국민학교,중학교시절)박기당 선생님의 만화 애독자였습니다.그당시 박기당 선생님 만화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선생님 만화는 빠짐없이 읽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주마등.요술붓,둔갑술이,등등..,눈내리는계울밤 이불을 뒤집어쓰고선생님의 만화를 보는소년의 모습이 떠오르는군요.지금이라도 선생님 작품을 볼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선생님의 작품을 보관하지 못하고 소실 해 버린겄이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fabiano 2008.05.04 22:28  
그 시절, 피난지 부산에서 그 질곡의 세월과 어려움 속에서도 만화도 있어 꼬마들의 읽는 낙이 있었지요. 만화가 흉내를 내서 잡기장에 그려도보고.... 박기당선생의 사실적인 솜씨에 반해보고...
이종영 2008.07.26 22:26  
어릴적본박기당선생작품ㅡ아랑과오랑ㅡㅡ서유기ㅡㅡ등등주옥같은작품들,,사실체그림ㅡㅡ내유년기동경의대상박기당선생잊을수없는추억들
fabiano 2008.07.27 04:37  
낙서하듯 그린 만화가 있는가하면 박기당선생 같이 사실체的인 만화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러한 만화가 더좋았습니다.
네하테 2010.07.17 23:20  
박기당 선생님은 재가 못보았지 전 송길성 화백이좋아요 외냐하면 그분은 클래식이며 전통을 고수 하거든요
fabiano 2010.07.19 10:35  
아, 그렇습니까? 나름대로 좋아하는 이유가 다 있을 터입니다.
esat 2013.12.29 21:21  
파비아노님, 블로그 내용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60년대 만화도 너무 좋고요.. 옛 사진도 압권이네요.언젠가 대포 한잔 할 때가 있으면 너무 좋겠군요. 저도 60년대 만화가 너무 좋아 꽤 소장하고 있지요.과거 대포 한잔 위로 아름다운 시절 얘기로 꽃피우는 시간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fabiano 2013.12.30 08:58  
블로그를 시작한 지도 어언 10년의 세월이 되었습니다. 온라인에서나 오프라인에서 여러 블로거들과 민나서 이야기도 하고 술 한잔하는 여유도 가졌습니다. 이렇게 해서 제 삶의 의미를 반추해보기도 합니다. 박기당선생님의 따님이신 박강월여사께선 지금도 여전히 를 보내 오고 있는 인연도 있습니다. 언제던, 시간되시면 오셔서 맛좋은 인삼막걸리로 회포를 풀어 보심도...
Seranimo 2023.11.12 11:27  
안녕하세요 오민수 선생님,
저는 기당 박성근 할아버지 큰 손녀 김세란 이라고 합니다. 유럽에서 30년 살다가 2019년 다시 한국으로 나와 지금은 한국에서 정착해 살면서 할아버지 자료를 하나 둘 살펴보던 중, 선생님의 성함이 자주 눈에 들어와 궁금한 점도 많고 해서 연락 드립니다.
번거롭게 해 드리는게 아닌가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부탁드리오니, 부디 헤아려주시고 가능하시면 Tel. 010-8229-7901로 연락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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