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ver-site-verification: naverf83ad7df1bcc827c523456dbbc661233.html 추억의 저편에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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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저편에서(3)....

fabiano 0 1247  

담배 이야기

내 꼬맹이 시절엔 꽤나 호기심이 많았던 것 같다 .
 
내가 아주 어렸을때(대략 5~6세) 할머니께서 속상하시다며 중간 크기의 담뱃대에

숨씨레기(담배 농사를 짓고 매상을 위해 1차 가공을 하고 남은 담배잎 부스러기)를

담뱃대 꼭지에 차곡차곡 엄지손가락으로 다져 채우시고 화롯불씨에 대고 뻐끔뻐끔

연기를 빨아 올리시면 새하얗고 약간 푸르스름한 담배 연기가 마치 하늘의 뭉게 구름처럼 품어졌고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 보노라면 그렇게 신기하게 보였다.


한참의 세월이 흐르고 6.25 전쟁으로 징집돼 참전하신 작은 아버지께서 5년인가 6년만에 제대 하시고 오셨는데

아마도 그때가 초등학교 3학년때 인것같다.


1515067066456051.jpg

 
할머니는 어떤 사유인지 잘 몰라도 담배를 끊으셨고 제대하신 작은아버지가 꽤나 담배를 많이 태우신것 같은데

예전에 할머니가 피시든 부스러기 담배가 아닌 궐련 담배였고, 이놈의 담배향이 제법 그럴싸 해서 호기심이 발동했다.
 
작은 아버지가 자리에 두고 잠깐 자리를 비운사이 담배 한가치를 슬쩍한 뒤 부엌에 가서 성냥갑을 집어 넣고

이놈을 피워 보려고 마땅한 장소를 찾아봐도 그리 맘에 드는 곳이 없었다.
 
때는 늦여름 이었던것 같다.
 
보리를 수확한 거의 모든 밭에 두부할 때쓰는 흰 콩을 심었는데 밭 고랑에 앉으면 꼬맹이인 내 머리까지

콩포기에 묻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성하게 자란 콩밭이 눈에 들어 왔다.
 
우리집과 마을 입구 사이의 무성한 콩밭에 누가 볼쎄라 좌우를 살핀 후, 밭 고랑에 납작 업드려

향긋한 향내가 나는 담배까치를 입에물고 성냥불을 붙혔다.
 
난생 처음 뻑뻑 담배로 기대에 못미치는 씁쓸한 첫 경험을 하고 살금 살금 머리를 들고 좌우를 살피니 아무도 보이질 않는다.
 
안심하고  나와 처음 맛본 별로 상쾌하지 못한 뒷맛에 퉤퉤 침을뱉으며 아무 일 없는것처럼 시치미를 떼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루에 올라서니 할머니께서 좀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불러 세우시곤 갑자기 불호령을 내리시는 것이었다.
 
"이눔아! 배울게 없어서 어린 놈이 벌써 담배를 배워?"
 
"대가리에 쇠똥도 안벗은 놈이 잘 하는 짓이다!"
 
조금 있으니 작은 아버지가 방에서 나오시며
 
"너 딱 걸렸다 요녀석! 두손들고 저 구석에 무릎 꿇고 앉아!"
 
눈물이 찔끔 나도록 혼이 나면서도 어떻게 어른들이 알았을까?
 
누가 일러 바칠리도 없고 그토록 주의를 살펴 몰래 숨어서 완벽한 완전 범죄(?)를 한것 같은데....
 
그후 며칠이 지나서 아무리 생각해도 할머니가 알고 계신것이 신기하고 궁금해 어찌 아셨냐고 물어 보았다.
 
"이 맹추야! 꿍 하고 머리를 한대 쥐어 박으시곤 마루에서 훤히 내다보이는 콩밭을 가리키며
 
"니가 꼬맹이라 콩밭에 업드려 밖에선 안보여도 밭에서 웬 연기가 모락 모락 올라 오더니 네놈이 두리번 거리며 나오더라  이 맹추야!"

꿍.
 
아차! 이런 이런.....

우리동네 아무개란 놈은 정말로 초등학교 4~5학년때부터 담배를 즐겨 피웠다.
 
이녀석이 담배만 피면 그 담배 연기냄새가 그렇게 구수할 수가 없었다.
 
담배 연기와 그 피우는 모습이 그땐 왜그리 멋있게 보였는지 담배를 배워보려 안간힘을 써서 배웠는데

그 덕분에(?) 십여년 동안 하루에 세갑을 피는 골초가 됐다.
 
그러다 1984년 어느날 갑자기 담배를 한 칼에 끊었고 벌써 20여 년이 흘렸다.
 
담배를 갑자기 끊을때 금단현상으로 약 2개월은 고생을 무척 했으나 이젠 담배연기가 그렇게 싫을 수가 없다.
 
참고로 담배는 양을 줄여가며 끊을수 없고 단번에 칼같이 끊어야 성공한다는 진실을 잘 알고 계시겠죠?
 
담배 때문에 마누라한테 구박도 많이 받았는데....

아! 이것도 벌써 20여년 전의 일이니 추억속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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